'저녁이 있는 삶', 김영란법만으로는 부족하다.

중요한 건 '법'보다 '당신'이다.

지난 1월 한 취업포털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10명 중 8명이 이민을 희망하고 있는데,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저녁있는 삶'을 살고 싶어서였다고 한다. 직장인들에게는 '저녁'에 회사로부터 해방되어 스스로 시간을 계획하고 꾸려갈 수 있는 삶이 그만큼 간절하다는 이야기다. 최근 대기업 직장인들이 높은 '연봉'을 버려가면서까지 '칼퇴'를 얻기 위해 이직을 감행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걸 봐도 알 수 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눈에 띄는 변화들이 포착됐다. 나는 몇 달 전부터 꾸준히 필라테스를 해오고 있는데, 요즘 눈에 띄게 저녁타임 직장인 수강생들이 늘어났다. 덕분에 강사와 가까운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보이지 않는 경쟁이 치열해졌다. 저녁에 식당을 가도 가족단위로 외식을 하러 온 사람들이 전보다 부쩍 많아졌고, 어학원 등에도 퇴근 후 수업을 들으려는 직장인들의 문의가 늘었다고 한다.


최근 시행된 김영란법으로 직장인들은 뜻밖의 선물을 받게 됐다. 언론들도 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업무와 연관된 각종 저녁식사나, 술자리, 접대 등이 줄어든 덕분에, 직장인들이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릴 수 있게 됐다고 집중조명하고 있다.


저녁시간에 보다 많은 직장인들이 회사에서 벗어나, 스스로 퇴근 후의 시간을 계획할 수 있게 된 것은 정말 반가운 일이다. 그런데 아무리 좋은 선물이라도 그 가치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쓰임이 유용하지 않을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아직까지는 '저녁이 있는 삶',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삶'이 있는 '저녁시간'이 가능할지 걱정도 된다.


당신은 선물을 받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여유 시간을 효율적으로 경영하는 방법, 제대로 휴식하는 방법을 모른다. 바늘구멍 같은 취업문을 뚫어야 하는 취업전쟁만 전쟁이 아니라 직장에서도 역시 전쟁터와 같은 생존경쟁이 펼쳐진다. 그렇다 보니 많은 직장인들이 남보다 더 앞서가기 위해 없는 시간도 아껴가며 자기계발에 투자해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증에까지 시달리고 있다. '즐거움'이나 '자기만족'이 아닌, '성공'과 '생존'을 위해 '샐러던트'(salaryman과 student의 합성어)가 될 수밖에 없는 직장인들에게 '여유'와 '삶의 재미'는 그저 사치로 여겨질 뿐이다.


김영란법 시행 덕분에 만들어진 '저녁이 있는 삶'이 스스로를 돌보며 즐거움과 행복으로 채워지는 시간, 다시 말해 '삶'이 있는 '저녁'이 되기보다, 직무능력 향상, 스펙 쌓기, 이직 준비 등 직장생활의 위기감을 해소하기 위한 치열한 자기계발의 시간이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혹은 갑자기 생긴 여유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몰라 무료하게 보내는 이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삶'이 있는 '저녁'을 보내기 위해 알아야 할
한눈팔기 방법 3가지

한눈팔다
중심 우물을 가지고 있으면서 동시에 다른 우물에 관심을 갖거나 2개 이상의 우물을 파다. 본업 외에 하고 싶은 일들에 마음껏 관심 갖고 실행하다. *(반대말) 한 우물을 파다.

퇴근 후 늘어난 여유시간을 업무에 대해 더 고민하거나, 생존을 위한 샐러던트가 된다고 해서 남보다 더 ‘성공’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파김치가 되어 축 처진 몸과 딱딱하게 굳은 머리로 직장생활을 1~2년 하고 말 것이 아니라면, 차라리 그 시간에 머리를 비우고 ‘1000피스 퍼즐’을 맞추거나 ‘나노블록’을 조립하는 것이 훨씬 낫다. ‘성공’을 담보하진 못할지라도 분명 ‘성장’은 가능하기 때문이다.

ㅣ안티 스트레스(Anti-stress) 취미를 갖자.

여러 조각의 퍼즐을 맞춰 그림을 완성하는 퍼즐 맞추기, 주어진 밑그림에 자기 스타일대로 색을 칠하는 컬러링북, 주어진 순서대로 점선을 이으면 그림이 완성되는 점잇기 등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일들은 단순하고 어린이들이나 할 법한 놀이처럼 보이지만, 어른에게도 반드시 필요한 활동이다. 다른 잡생각이 전혀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즐거운 일에 몰입하는 경험이 쌓이다 보면, 자신감과 행복은 커지고 평소에는 생각할 수 없었던 창의적인 아이디어도 떠오른다.


ㅣ매주 한눈팔기 도전과제 또는 미션을 계획하자.

오랜 시간 꾸준히 다른 우물에 한눈을 판다면 언젠가 견고한 나만의 우물이 만들어진다. 한눈팔기 고수인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가 꾸준히 그림을 그려 아마추어 화가로까지 인정을 받고, 아인슈타인이 어려서부터 연주해온 바이올린 덕분에 물리학적 지식을 확장시키는 직감을 얻는데 도움이 된 것처럼 말이다. 일 또는 공부를 할 때만 계획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취미, 놀이, 자기만족을 위한 활동들 역시 계획이 필요하다. 대신 게임을 하듯 일종의 미션을 수행한다. 예를 들어 그림에 한눈팔기로 했다면 이번 주에는 소중한 사람 2명의 얼굴을 그려보기를 목표로 삼고 미션을 수행하면, 다음 주에는 매일 작은 포스트잇에 간단한 그림 그리기 이런 식으로 말이다.


ㅣ나만의 콘텐츠를 만들자.

한눈팔기가 좋은 이유는 사진, 그림, 프라모델 등 같은 분야에 몰두한다고 해서 모든 사람들이 똑같은 목표와 결과물을 갖지 않는다는 것이다. 학교나 회사에서처럼 정형화, 획일화된 시스템이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정답과 오답도 없기에, 저마다 스스로의 즐거움과 자기만족을 위해 각자의 방식과 철학을 가지고 자유롭게 우물을 즐길 수 있다. 각자의 우물에서 자기만의 방법으로 만들어낸 결과물은 당신만의 콘텐츠가 될 수 있다. 단순한 기록의 수준을 넘어 언젠가는 당신의 경쟁력이 될 것이다.



- 당신의 한눈파는 시간을 응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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