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 '혼술남녀'에게 진짜 필요한 건 '술'이 아니다.
"회식도 업무의 연장이야! 한 사람도 빠지지 마."
미리 정한 회식도 그리 달갑지 않은데, 상사의 기분에 따라 갑작스럽게 통보되는 술자리는 정말 최악이다. 할 일은 없는데 상사 눈치를 보며 자리를 지켜야 하는 야근만큼이나 가혹하다. 상사의 썰렁한 아재 개그에 영혼 없는 리액션으로 답해야 하고, 눈은 웃지 않더라도 입꼬리는 시종일관 힘주어 끌어올려야 하고, 축하할 일도 기분 좋은 일도 없는데 돌아가며 건배사도 해야 한다. 정말이지 에너지가 너무 많이 든다. 많은 직장인들이 공감할 것이다.
그에 비하면 '혼술'은 그야말로 '꿀맛'이다. 때마침 드라마 <혼술남녀>가 '혼술' 열풍에 불을 지폈다.
누군가의 강요 때문에 억지로 마시지 않아도 되니까.
듣기 싫은 이야기를 듣지 않아도 되고, 억지웃음 지으며 감정 소모할 필요도 없고, 불필요한 에너지를 쏟을 필요도 없으니까.
잘 나가는 노량진 스타강사, 진정석 (하석진)
바쁜 하루 끝에 마시는 술 한 잔, 나 혼자만의 시간은 오늘 하루도 수고한 나에게 주는 선물이며 오늘도 힘내라는 응원이기도 하다.
노량진 장그래, 박하나 (박하선)
소위 잘 나가는 사람, 못 나가는 사람 가리지 않고 '혼술'은 셀프 '위로'이자 '응원'이다. 맛있고 비싼 안주와 함께 즐기는 고퀄리티 혼술이 아니더라도, 방구석에 앉아 봉지과자와 함께 먹는 혼술도 오늘 하루 수고한 자신을 달래기에 충분하다.
그런데 '혼술'하는 직장인들의 심리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들에게 진짜 필요한 건 '알코올'이라기보다
스스로의 마음을 토닥토닥 달래며 에너지를 충전하는 시간인 듯싶다.
1. 술로 스스로를 위로하는 사람들, 왜 하필 '술'일까?
퇴근 후 내 맘대로 쓸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될까? 적게는 30분에서 많게는 3시간 정도일 것이다. 그 시간 동안 운동을 하거나 영화를 보고, 책을 읽을 수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하루 동안 지친 몸과 마음을 내려놓고 가장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건 바로 '술'이다. 술 한 잔에 한숨을 안주삼아, 골치 아픈 걱정거리를 잠시 잊을 수도 있고, 고민과 아픔을 마음속에서 꺼내 들여다보고 삭히기도 하고, 맨 정신으로는 도무지 차오르지 않는 용기와 희망을 끌어올린다.
2. '좋아하는 일'에 몰입하는 시간, '혼술'보다 더 큰 위로가 된다.
많은 직장인들이 직장생활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한다. 하루의 대부분을 직장에서 보내긴 하지만, 직장이 우리 삶의 전부는 아니다. 그런데 직장생활에서 오는 불만과 스트레스를 고스란히 퇴근 후 삶으로까지 끌고 온다. 결국 인생까지 불만족스럽게 만든다.
그래서 '좋아하는 일'에 몰입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일 외에 다른 것에 한눈파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 시간은 일과 직장에서 온전히 벗어나 오롯이 나를 챙기며, 내 인생을 풍요롭게 만드는 시간이다. 물론 시간이 많으면 좋겠지만, 단 30분이라도 좋다. 오늘 회사에서 어떤 일이 있었든 그걸 다 잊어버릴 만큼 '좋아하는 일'에 몰입해 보면 '혼술'보다 더 큰 위로가 된다.
3.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가" 그 답부터 찾자.
'몰입'은 어떤 활동에 집중하거나 심취할 때 일어나는 무아지경의 상태다. 미국의 심리학자 칙센트 미하이 교수는 “몰입한 상태에서 활동할 때는 몇 분 동안에 몇 시간이 흐른 것 같고, 어떤 때는 몇 초가 영원처럼 느껴지기도 한다”며, 몰입에 빠져들면 정신은 또렷해지고 기분이 좋아지면서 스트레스가 완화된다고 하였다.
그렇다면 무엇에 몰입할 것인가. 우선 스스로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아는 것이 먼저다. 열심히 한 우물만 파느라 다른 것에 한눈팔지 않았던 사람들은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가'에 대한 답을 쉽게 찾기 어려울 수 있다. '하고 싶은 것'을 포기하고 나중으로 미루는 경험이 반복되면서 '좋아하는 것'에 둔감해질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퇴근 후 멍하니 TV를 보는 것이 휴식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건 진짜 휴식이 아니다. '좋아하는 일'에 몰입하는 것이 진짜 휴식이다. 운동을 하며 땀 흘리는 상쾌함을 좋아한다면 1시간의 운동, 실력은 미숙하지만 기타 배우기에 재미가 붙기 시작했다면 30분의 기타 연습, 프라모델 만드는 재미에 푹 빠졌다면 1시간의 프라모델 조립, 1년 후 해외 배낭여행을 준비한다면 하루 30분의 영어공부가 인생을 보다 즐겁고 행복하게 만들어준다.
'좋아하는 것'에 몰입하는 시간이 진짜 휴식이자, 스스로를 위한 셀프 위로, 응원이다. 회사에서 일하는 시간만큼이나 퇴근 후의 시간도 중요하다. 회사에서 열심히 한 우물을 팠다면, 퇴근 후 회사 밖을 나와서까지 계속 한 우물 안에만 갇혀있을 게 아니라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일'에 한눈파는 시간을 가져보자. 물론 가끔은 '술'이 필요한 날도 있겠지만, '좋아하는 것'에 몰입하는 시간이 '혼술'보다 더 큰 위로가 되고 인생을 더욱 행복하게 만든다는 것을 많은 직장인들이 직접 경험해보았으면 한다.
<사진출처 = tvN '혼술남녀>
- 당신의 한눈파는 시간을 응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