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장의 답변서를 변호사 없이 혼자 써서 그렇게 앞뒤가 맞지 않는 자신의 이야기만 구구절절 늘어놓았던 남편은, 조정이 다가오자 겁이 났는 지 부랴부랴 변호사를 선임해서 같이 나왔었다. 중간에 양육비를 증액하겠다는 이야기에 발끈하는 변호사를 보며, 아니 이혼소송 처음 해보나 왜 저러지? 궁금하고, 나이가 꽤 있는 사람인데도 애 안키워봐서 모른다고 성질 내는 모습도 봐서,난 당연히 남편 주변에 많은 로스쿨 낭인들의 지인정도 되는 이제 막 개업한 변호사인가 보다 했었다.
그리고 그나마 조정이 끝나고는 곧 해임을 했는지, 아예 선임을 조정절차만 하기로 했는지 아무튼 변호사가 없어서 피해는 상대방인 내가 또 그대로 떠안았다. 뭔 서류가 가도 등기를 남편이 직접 받고 확인해야하니 기간이 기산이 되지 않고, 저 쪽에서 그러고 뭉개버리니 아까운 시간만 그냥 흘러갔다. 그러느라 법원의 제출명령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서 결국 남편이 천만원 과태료 처분 받은 것은 좀 많이 쌤통이긴 하지만.
그런데, 남편이 다시 선임한 변호사는 이전에 조정에 함께 나왔던 그 변호사랜다. ?? 정말 신기하다. 아니 그래도 명색이 변호사인데 의뢰인의 장단에 저렇게까지 맞추는 것은 모양이 좀 빠지지 않나..? 돈이 그렇게 궁한 것인지 아니면 경험이 필요한 것인지. 왜 저럴까?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왠걸, 이혼으로 꽤 유명한 변호사의 사무실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이었다. 학벌도 좋고 사시출신인데, 근데 왜 저러는 거지? 진실은 안드로메다에 있겠지. 진짜 전화해서 왜 그러는 거냐고 물어보고 싶다......는 생각만 하고 말았다.
아무튼 법정에는 변호사만 나오는 것이 일반적인데도 그는 굳이 또 변호사와 함께 나왔다. - 어후 내가 변호사라면 정말 안한다 했을 것 같은데. 우리 변호사가 짐을 뺄 수 있게 해달라고 별도로 발언을 하니, 판사는 "네~서로 잘 얘기해서 짐 정리하세요~" 하고 넘어가려고 했고, 그걸 변호사님이 붙들었다.
- 판사님 이러시면 안됩니다. 피고가 전혀 협조하지 않아요 그래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제대로 날을 정하고 상황을 정리해 주셔야 합니다"
하고 적극적인 행동을 보여서 법정에서 나가며 날을 잡아서 통보하라는 이야기가 나왔고, 그래서 그날 급하게 전화가 온 것이라는, 뒷이야기가 있었다.
2) 감정비용
덧붙여 감정비용 이야기가 나왔다. 그의 주된 재산은 작은 건물의 3분의 1지분이다. 아파트가 아닌 이상 시세가 정확히 나오지 않아서 변호사는 그 건물 예상 시세의 80% 가격을 산정해서 예상가액을 제출했었는데, 남편은 그것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면, 다시 외부 부동산 감정업체에 감정을 맡겨야 하고 감정비용이 발생한다. 그건 일단, 원고인 내 부담이다.
와, 정말 사사건건 그대로 넘어가는 것이 없구나. 사실 너무도 당연하다. 그냥 넘어가길 바랐다면 그건 내 욕심이지. 당연하고 정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이자.
마음 먹고 금액이 얼마정도냐고 물어보니.... 이게 지분가격으로 결정될 지, 전체 가격으로 결정될지 모르겠다는 변호사의 걱정담긴 목소리가 들린다. 전체가격으로 결정되면 400만원이 넘는 큰 돈이다. 소송은, 정말 돈 많은 사람들이 하는 거구나.. 싶다. 계속 계속 큰 돈이 들어가네? 일단, 이건 변호사님 잘못도 아니니 누구를 탓할 것도 아니고, 알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