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11월 생산이면 연식도 괜찮고 사고 이력이 없으니 또 좋고, 써 있는 내용만으로는 괜찮은 것인데.. 다들 무어라 장담도 확답도 하지 못한다. 어쨌든 중고차라는 것은 직접 가서 보아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혼자 선뜻 보러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차를 정말 잘 모르겠고, 가서 산다고 하더라도 차를 가지고 올 운전실력도 되지 않았다. 요즘 어플에서 보니까 집앞까지 갖다주기도 한다던데요? 이런 소리를 했다가 비웃음만 샀다. 하긴 내가 생각해도 차를 보지도 않고 사겠다고 하는 사람은 만만하기 짝이 없을 것이다. 제대로된 물건을 보내줄 리가 없다.
그래서 또 그렇게 시간이 지나갔다.
그 때의 내 마음은 나도 잘 모르겠다. 차가 몹시 있었으면 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영영 안생기길 바라기도 했다. 지금도 충분한 스트레스 상황이었다. 여기서 '차'라는 가격이 높고 복잡한 물건을 들여 관리할 자신이 영 없다... 혼자 아이를 키우며 출근을 하고 있었고, 이혼소송을 하고 있고, 친정부모와도 막말을 던지며 싸우는 중이다. 그 와중에도 아이를 보며 활짝 웃어주고 행복해야 했다. 행복한 척이 아니라 정말 행복하지 않으면 우리 아기가 행복할 수가 없다. 그래서 적어도 아이와 함께 있는 순간만큼은 나 자신이 행복하기 위해서. 죽을 힘을 다했다.
잘 하고 싶은데요. 하나님, 기운이 나지 않아요. 너무너무 피곤하고, 힘이 들어요. 하나님. 저는 어떻게 해야 좋을까요. 차를 사도 될까요. 사야 할까요. 이도저도 못하겠을 때에는 어떻게 해야하는 걸까요.
중얼중얼거리다, 훌쩍거리고 울다가, 엉엉 소리를 내며 통곡을 하다가 또 잠잠히 기다려보기도 하다가. 주일 예배는 그렇게 지나간다. 솔직히 말하면 이전처럼 충만한 느낌은 잘 갖지 못했다. 예배 중임에도 내내 슬프고 괴롭다는 것에 정죄감도 꽤 많이 느꼈지만 그래도.
졸리고 피곤하고 가고 싶지 않던 고시공부하던 때의 새벽. 어떻게든 나를 끌어다 전철에만 앉혀 놓으면, 고마운 전철이 알아서 학교 앞 정거장으로 데려다주던 그 때처럼. 그저 어거지로라도 무표정한 나를 성전에만 어떻게든 앉혀놓으면, 그 다음은 그가 하실 것이라 믿었다. 이렇게 나는 아주 조금씩이라도 천국에 들어가는 믿음에 가까워지는 중일 것이라고 억지로 또 믿으며.
눈물을 줄줄 흘리며 앉아 있는데 목사님이 오셔서 차는 어떻게 되었느냐고 물으신다.
목사님 괜찮아보이는 것을 하나 고르긴 했는데요.. 이걸 보러 갈 수가 없어요. 저 혼자 갈 수도 없고 갈 시간도 없고. 아무것도 못하겠어요..
- 그럼 지금 가서 사와!
근데 일단 가서 봐야하는 데 제가 볼 줄을 모르는 걸요..
목사님은 그 자리에서 전화를 걸어 예배가 끝나고 집으로 가신 장로님께 와달라고 하셨다. 조금 뒤에 자동차 관련 경험이 있으신 장로님 부부가 나타나셨다. 그렇게 맨날 찔찔거리고 우는 싱글맘을 위한 중고차 구입조가 편성되었다.
당신들 차 A로 같이 가서. 차B가 괜찮으면 사서 내가 그 차B를 운전해 오고 장로님이 옆에 타고 봐주시고, 갈 때 타고 간 당신들 차A는 사모님이 운전해 온다는 액셜 플랜. 을 가지고 신월동 자동차매매단지를 간다.
여기는 꼭 장기를 팔러 가는 곳 같은데... 차가 있다는 곳으로 가는 녹슨 철제계단을 오르며 농담도 주고 받으며 차를 보고, 시운전을 해보시니 기대보다 훨씬 좋다고 기뻐하시는 장로님 이야기를 듣고 십만원을 깎아 계약을 했다.
차값 680 서울지역 중고차 매수비(?) 44만원에 뭐 이것저것 자잘한 비용 10여만원이 더 들어가서 총비용 730으로 마련한 내 첫 차.
차 사는 것도 무섭고 운전은 더 무섭고, 그냥 숨쉬는 것 자체가 너무 무섭다고 울던 나는 아직도 눈에 눈물방울이 달렸는데, 또 이렇게 한고비 넘겨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하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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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중고차매수비.. 는 정확한 제목이 기억은 안나는데, 지방은 33만원이고 서울이라 44만원이래요
그리고 중고차 살 때 잠깐 드는 출고 보험은 대물만 되고 대인보험이 안되어서.. 저같은 생초보는 정말 부담스러운 일이었어요. 그래서 돌아올 때 같이 가신 장로님이 저를 옆에 태우고 운전해오셨습니다.
올라와 있는 중고차 딜러를 스토킹 하듯 열심히 정보를 뒤져보고.. 설명글이나 가족사진 올리신 거 보고 일단은 조금 믿어보고.. 또 열심히 검색해보니 저 매물이 다른 앱에는 730만원으로 올라와 있다는 것도 확인하고,
실제로 사러 가서도 올리신 정보가 맞나 여러가지 많이 보았어요. 개인적인 이야기도 나눠보고 그랬습니다. 나름의 검증절차는 언제나 필요합니다. 중고차 시장은 우주처럼 넓고 끝이 없어요. 믿을만한 업자와 사기꾼이 모두 모여있는 곳입니다.
원래 730에 올리셨는데 시간이 지나서 690만원으로 내리셨다고 실제로 730에 사도 이상하지 않은 차라고 하셨다더라구요. 아무래도 중고차 업자는 주차장 임대비용을 내다보니 빨리 빨리 판매를 해야하니까요. 이런 생리를 아시면 협상에 조금 유리하기도 합니다
사실.. 저처럼 막막하신 분이 또 있으실까 싶지마는, 너무너무 어렵고 괴로웠기에 자세히 남겨 보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