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없는 육아일기의 쓸모

연재 : 나에게로 가는 시간 (임신, 출산 편을 마치며)

by 꼭두새벽

2025년 11월 15일 수요일


나는 왜 육아일기를 썼을까?

아마 처음엔 내가 겪는 이 모든 과정을 기록해 두고 싶어서였을 것이다.

언젠가 우리 아이가 이 과정을 겪게 되면 도움이 되기 바라는 마음이었다.

그때는 정보가 귀했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먼저 겪은 사람의 경험의 전수가 유용했다.

그런 기록을 남기고 싶었는데, 읽어보니 치밀하지 않은 기록이었다.

임신과 출산에 일어나는 의학적 정보나 실용적 조언은 거의 없지 않은가?

감정과 사고에 치우쳐 있어서 정보성으로는 거의 빵점이다.

당황했다.


그런데 한편 다행이다 싶기도 하다.

30년이 지난 지금은 정보로는 부족함이 없는 인공지능의 시대다.

내가 아무리 자세히 적어뒀어도 별 도움이 안 되는 기록이었을 테다.

대신 이 일기에는 정서가 있다.

그러니까 비록 감정과 사고에 치우친 육아일기지만 다시 펼쳐,

지금 나의 생각을 나란히 두고 쓰고 있는 것이다.

33년 전의 나에게 현재 내가 쓴 답장이라고 해두자.

그 사이에 쌓인 세월의 간극 속에서 우리가 얼마나 변했고,

또 얼마나 같은지를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이 글이 추억팔이로 끝나기보다는 앞으로 나아가는 길이 되기를 바란다.

나에게도, 우리 아들에게도, 또 이 글을 함께하는 단 한 사람에게라도.


정보는 이제 검색하면 된다.

인공지능이 더 정확하고 친절하게 알려준다.

하지만 한 사람이 살아낸 시간의 진짜 마음은,

그 사람이 흔들렸던 순간들은,

이렇게 기록으로만 만날 수 있다.

과학 발전에 편승해서 원래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게 되니 다행이다. (이과 만세!!)


그래서 나는 이 불완전한 육아일기를 계속 펼치며 다음 장으로 넘어간다.

육아 편은.... 점입가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