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 나에게로 가는 시간 - 33년을 건너온 육아일기 (육아편)
1993년 4월 27일 화요일
월요일이 되어야 출생신고를 할 수 있어서 주말이 지루했다.
우리는 3월 17일 음력 생일로 올려주고 싶었는데,
그게 여의치가 않아서 결국 양력인 4월 8일 생으로 신고했다.
이름은 안준영(安俊泳)결정!
외할아버지가 3개쯤 가져 온 이름중에 골랐다.
그리고 신기하게 오전11시쯤 준영이 배꼽이 똑 떨어졌다.
엄마 뱃속에서 생명을 이어주던 배꼽이
출생 신고 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마침 떨어진 것이
이제 세상으로 나온 것이라는 신호 같았다.
출생 신고 후 발급받은 등본에 준영이 이름이 있었다.
오전에 떨어진 배꼽과 함께 등본을 보여주자
굉장히 기뻐하는 남편 옆에서
미소짓는 내 머릿속은 좀 복잡했다.
‘준영이가 현실이라는 확인!’
이름을 가진 사람으로 세상에서 첫 출발이다.
2025년 10월 29일 수요일
올해 4월에 친정 아버지(85세)가 돌아가셨다.
이 일기를 보다가 멈칫했다.
아들에게 이름을 지어주었던 아버지가 이제 없다.
아들의 이름을 지어서 출생 신고를 하게 해준 아버지는
32년 후 사망했다고 신고되었고, 그걸 내가 했다.
관공서에서, 서류로, 한 사람의 시작과 끝을 처리한다.
묘하게 공평하다.
지지고 볶던 인생도 이리 끝난다.
그 많던 고민과 분노와 슬픔과 기쁨이 결국 한 장의 서류로 정리된다.
출생신고서와 사망신고서 사이, 그 공백이 인생이었다.
우리는 그 사이를 채우느라 바쁘다.
어떤 날은 잘 채운 것 같고, 어떤 날은 낭비한 것 같겠지만,
결국 그 모든 날들이 그 사람의 인생이 된다.
배꼽이 떨어지던 날,
아가는 엄마와의 물리적 연결이 끊어졌음을
시각적으로 보여주었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생명의 끈은 여전히 남아 있다.
그 끈이 때로는 발목을 잡고, 때로는 추락을 막아준다.
그게 가족이라는 것의 양면이다.
출생 신고되었던 아가가 어느 날 자신의 손으로
부모의 사망을 신고하게 될 것이다.
부모보다 오래 살아남는 것이 왜 순리라는 건지 알아졌다.
나도 순리대로 되었으면 좋겠다.
내가 없는 세상에서 우리 아들은 어떤 삶을 이어가게 될까....
나는 신앙인이므로 간절히 기도한다.
나 없는 세상에서 아들을 끝까지 지켜주시고 보호하실 것을 믿으면서,
어렵고 힘든 날 그 손 꼭 잡아 주시라고 부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