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외모의 판타지(fantasy)를 꿈꿉니다.
살아가면서 외양의 가치와 내면의 가치, 어느 측면에 더 비중을 두고 생애를 펼쳐 나갈까요.
물론 둘 다 이겠지요.
지성미이든, 외양 미이든 바깥세상에 비치는 모양새는 중요한 인식의 잣대로 여깁니다.
남성의 경우, 여성들의 외모 가꾸기에 비견될 순 없지만 그래도 머리 자르기, 모발 관리만큼은 특별한 신경을 쓰는 분들이 꽤 많지요.
개인적으론 한 달의 한 번 꼴로 머리 맵시를 다듬곤 합니다.
불현듯 피식 웃음을 짓게 하는, 어느 가을날의 기억이 떠오릅니다.
저는 무조건 집에서 가장 근거리에 있는 미용실을 단골처로 정해 놓고 드나듭니다.
뭐랄까요.
아마도 '귀차니즘'의 발로이겠지요.
그날도 덥수룩한 느낌이 들어 간단히 옷을 챙겨 입고 미용실로 향했습니다.
곧 상쾌한 머리칼을 휘날릴 생각에, 휘휘 휘파람까지 불며 미용실 문을 밀치고 들어섰습니다.
"안녕하세요! 머리 좀 다듬으려고요."
시선 속으로 머리에 비닐캡을 쓰고 앉아 있는 6~70대의 어느 노신사(老紳士) 한 분이 들어왔습니다.
머리카락을 멋진 색감으로 물들이는 염색이 한창 진행 중이었던 거지요.
저를 힐끔 쳐다보는 순간 눈이 마주쳤는데, 쑥스러움이 솟는지 눈을 질끈 감으시더군요.
어쨌거나 대기 고객은 저뿐이었으니, 기다리면 금방 제 차례가 돌아올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미용실 원장님께 물었습니다.
"얼마나 기다리면 될까요? 이 분 마치면 바로 할 수 있겠죠?"
살포시 미소를 머금고 있던 원장님이 평소 보단 두 배는 확장된 동공으로 건넨 말.
"아니, 어떡하죠? 오늘 이 시간 이후는 여기 계신 손님께서 통 예약을 하셨는데.. "
"내일 다시 오셔야 될 것 같아요."
짐짓 난처한 표정이었습니다.
" 네? 아.. 그렇군요. "
더 대기하는 사람도 없고 초저녁 무렵이었음에도, 그 시간 이후는 그 노신사분의 독차지였습니다.
머쓱한 표정으로 눈인사만 하고 발길을 돌렸습니다.
아마도 연로하신 남성분이라 염색하는 모습을 타인에게 내보이기 민망(?)하셨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아마도 통 예약을 하고, '시간의 패권'을 거머쥐지 않았을까 내심 추정해 보았습니다.
스스로를 가꾸고 치장하는 데에는 남녀노소가 분리될 수 없는 요즘 시대입니다.
독서와 탐구가 지성의 도구이듯
아름다움을 극대화하기 위해 우리는 화장을 하고 머리 스타일을 매만집니다.
가꾸고, 꾸미고, 덧바르고, 빗질하고..
나에게 맞는 화장술과 머리 맵시를 잘 익히는 과정 속에서 자신의 개성미를 풀풀 발산하지요.
외적 자아를 실현하는 즐거움은 이루 다 말할 수 없습니다.
매부리코였지만 세기의 미녀로 남은 클레오파트라도 빛나는 화장술의 마법이 없었다면 어땠을까요?
화장은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 이전부터 시작되었다는 역사 기록이 있습니다.
네르데르탈인은 다양한 방법으로 색소를 가공해 얼굴과 몸에 메이크업을 하고, 또 화장 용기로 조개껍데기를 사용했다고 하니, 화장술의 발전은 인류의 역사 속에서 인간의 진화에도 영향을 미친 한 단락이었음이 분명해 보입니다.
일상 속 화장을 방송에선 분장이라 말하지요.
불특정 다수 앞에 자신의 멋과 가치를 한껏 드러내기 위해서 분장은 필수입니다.
그래서 방송가에선 TV 매체 출연자들의 화장과 머리 스타일, 옷매무새 등을 잘 다듬어 주고 코치해 주는 분들, 분장사와 스타일리스트의 역할이 매우 큽니다.
그분들은 최고의 조력자입니다.
숙련된 솜씨로 단점들은 축소하고 장점들은 확대하는 묘술을 펼칩니다.
사람마다 다 다르겠지만, 저는 분장을 받을 땐 밀려오는 쑥스러움에 스르르 눈을 감곤 했습니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부끄러움이란..
얼굴 위를 쓱쓱 지나가며 스케치하듯 빠르게 아름다운 선을 연결해 나가는 곡선의 예술가!
그들의 섬세한 필치는 놀라운 변신을 가능케 하지요.
평가하고, 폄훼하고, 서열을 매기고, 희화화하기도 하는 외모 지상주의는 비판받아 마땅합니다.
하지만 용모에서 느끼는 단점의 굴레를 벗어던지고 당당하게 미적 자아를 실현시키기 위한 방법론으로서의 '외모 가꾸기'는 자신감과 열정, 에너지를 분출해내는 삶의 분화구가 될 수 있습니다.
화장과 분장의 시대!
화장은 외적 아름다움의 가치를 창조하는 일입니다.
세상 속 사람들은 누구나 미녀 미남으로 탈바꿈할 수 있는 기회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습니다.
앞으로 우리는 얼마나 더 예뻐지고 멋있어질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