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의 고백, 혹은 변명

[가면 속 우리] 7화

by 소설하는 시인과 아나운서

[서울 강남, 늦은 밤.
작은 바, 조명이 낮게 깔리고
잔잔한 재즈가 흐른다.
윤호와 알렉시아가 마주 앉아 있다.]

알렉시아:
감독님…
사람들이 말하는 거, 사실이에요?

윤호:
말하는 거… 뭐?

알렉시아:
스캔들요.
영화 찍을 때, 배우랑… 그 일.

[윤호는 잠시 침묵.
잔을 잡은 손이 살짝 떨린다.]

윤호:
맞아.
그때… 나는…
그 배우에게,
진심으로 사랑한 척했지.
하지만, 그건…
연기였어.

알렉시아:
연기였다고요?
… 연기였다는 말로,
모든 걸 정당화할 수 있어요?

윤호:
아니.
정당화 못해.
그저, 당시 난…
내가 누군지 몰랐어.
그리고… 사랑이 뭔지도.

알렉시아:
…그럼 지금은요?

[윤호는 깊은숨을 들이마신다.
눈빛이 흔들리지만, 확실하게 그녀를 바라본다.]

윤호:
지금은 알아.
네가 내 앞에 있을 때,
내 심장은 연기하지 않아.
그리고…
너를 사랑한다고,
진심으로 말할 수 있어.

알렉시아:
…그럼, 과거는요?
그 상처는, 나랑 무슨 상관이죠?

윤호:
상관있어.
그 상처 때문에,
사랑하는 법을 늦게 배웠거든.
하지만 너만큼은…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아.

[알렉시아는 잠시 고개를 숙였다가,
천천히 웃는다.]

알렉시아:
감독님…
당신 말 듣고 나니,
이젠 믿고 싶어 져요.
당신 진심을.

윤호:
믿지 않아도 돼.
하지만 느껴.
네 숨결이, 내 심장과 닿는 순간…
모든 변명은 필요 없어.

[잠시 침묵.
잔잔한 재즈와 함께,
두 사람의 손이 닿는다.
서로를 확인하는 듯, 가볍게 스치지만
심장은 폭발 직전.]

알렉시아:
…그럼 이제,
우리만의 장면을 찍어요.

윤호:
좋아.
이번엔, 리허설 없이.

[그 순간, 바(bar) 안 조명이 깜빡인다.
밖에서는 할로윈 행사의 북소리와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두 사람의 그림자가 서로에게 깊이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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