옅게, 혹은 아슴푸레,
시나브로 소곳소곳
비의 첫마디에는 시대의 우울이 흐르고 있습니다.
비대면, 비접촉(untact)의 나날 속에 마모되어 가는 '인간적인, 지극히 인간적인' 것들에 관한 기억.
사람들의 발끝 언저리마다 둘러 쳐진 시공(時空)의 사선(死線).
비의 볼우물이 더 이상 싱그럽지 않은 시간이여.
무향취의 뜨락에 스며들지 못한 채 숱하게 스러져 가는 빗방울들,
그 아릿한 랩소디 인 블루.
어느 날 날개가 접힌, 꺾인 일상은 슬프디 슬픕니다.
문득 시인 백석의 꿈이 빗 속에서 어룽집니다.
"언제나 꼭 같은 넥타이를 매고 고운 사람을 사랑할 수 있을까요."
[덧붙임] 백석의 시 "내가 이렇게 외면하고" 중 일부를 발췌해 조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