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귀한 사람의 향내를 그리워하다

수려한 외양의 꽃보다는
때로는 아주 우연히 스치는 들꽃 한 떨기에서 '깊고 향긋한' 내음을 느낍니다.

정다운 만남엔 그 어떤 법칙이 없지요.
고귀한 사람의 향내, 천리향(千里香)을 폴폴 펼치는 이들의 존재가 있습니다.

빛의 날개를 달고 따사로운 봄볕을 뿌려대는
'나빌레라'의 삶!

그네들과 교감하는 일은 즐겁습니다.

우리 시대는 사람 색(개성)이나 인간의 향기를 배제한 채 진보와 보수의 정치 이데올로기, 직업의 서열 등으로 관계를 편 가르고 규정하고 속단하는 일이 잦습니다.

관대한 시각으로 다양한 각도로 다채로운 인간관계를 다 포용하기란 물론 수월한 일은 아니지요.

하지만 적어도 하나의 가치 기준만으로 사람을 단정 짓고 분리하고 폄훼하는 건 서글픈 사회 현상입니다.

정치권력, 사회 특권층의 패권에 줄 서서 유불리를 따지고, 경제적 손익 계산에만 눈이 벌게진 사람들의 눈동자는 총기를 잃은 지 오랩니다.
인간 본연의 따뜻한 향기가 소멸되어 갑니다.

오로지 권력과 경제력과 자본의 순위로 인간 등급을 매기는, 사람의 가치가 훼손된 시대의 한 복판에 서 있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사람에 관한 예의와 존중, 배려와 인간미를 등지고 살진 맙시다.

생활이 팍팍하다고 품성까지 괴팍해 지지는 맙시다.

사람의 본령은 사람입니다.

"이 세상은 몇몆 천재들이나 당신 같은 미친 인간들로만 움직여지는 게 아니야.

얼핏 보기에 아무 재능이 없고 가치도 없어 보이는 사람들이야말로 중요한 구성 요소야.

이 세상에 존재 의의가 없는 개체 따위는 없어, 단 한 개도."

일본의 대표적 소설가인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 <라플라스의 마녀> 속에서 '겐토'라는 인물이 토해내는 대사입니다.

그렇습니다.
이 세상은 특별한 존재, 하찮은 존재로 나누어지지 않습니다.

모두가 사람의 가치로 공존해야 하니까요.

화려한 색감과 향취의 장미 같은 꽃들도, 또 소박한 자태와 향내의 들꽃들도 함께 어우러져 뜨락을 만들듯
사람들의 세계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사람의 창(窓)은 사람입니다.

사람은 사람을 통해 보고,
사람은 사람을 통해 느끼고,
사람은 사람을 통해 깨닫습니다.

지금은, 사람의 향내를 그리워하는 시절인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