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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기자 Jan 18. 2021

아이를 낳기 전에 알았다면 좋았던 것들

엄마가 되고서야 알게 된 것들

육아를 너무 몰랐다.


나를 아는 사람들은 모두 "너는 잘 키울 거야"라고 했다. 아들 셋인 선배도, 친구들도, 직장 동료들도 그랬다. 나도 내가 그럴 줄 알았다.  


사실은 출산 직후부터 대환장 파티였다. 내가 임신하면서 준비한 건 딱 출산까지 였던 것 같다. 출산 직후 시작되는 부종과 통증, 불면증, 젖몸살 등은 시작에 불과했고 스스로 통제가 안 되는 감정 기복, 무기력감은 한 번씩 찾아오는 친구 같은 거였다.


하지만 더 큰 어려움은 이해할 수 없는 아이에 행동들. 왜 그럴까. 왜 이 지점에서 울지. 왜 갑자기 이런 행동을 하는 거야. 왜 이렇게 표현하는 거야. 왜 이런 표정이지. 


읽히지 않는 아이에 심리, 이해 가지 않는 아이에 감정. 육아서를 찾아봐도 나오지 않고 검색을 해도 잘 드러나지 않는 것들. 주변에 물어봐도 명쾌하게 해결이 안 되는 질문들. 찾아보고 묻고 공부하고 그랬다.


주변 사람들이 내가 '아이를 잘 키울 것 같다'라고 했던 건 상대에 감정을 잘 캐치하고 공감해주는 걸 잘하기 때문이다. 나 역시 이런 부분에서 자신 있다고 생각했는데 영유아기 아이에 심리를 이해하기는 힘들었다.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 알고 싶었다.


되돌아보자,


임신을 하고 난 뭘 했더라? 나름 열심히 였다. 일단 유명하다는 맘 카페를 가입하고, 병원을 알아보고 임신 및 출산 후기를 찾아봤던 것 같다. 출산 용품을 준비하고, 산모교실이나 부모학교에서 신생아 다루는 법 등을 배웠다. 육아서도 몇 권 사서 읽고, 주변 선배 엄마들이 이것저것 알려주기도 했다.


"에이, 다들 그러면서  키우는 거지"라고 하지만 미리 알고 있었더라면  우왕좌왕했을 것이다. 유아기 아이들에 발달 단계, 아이에 감정을 알아차리는 방법, 아이에 언어를 알아듣는 요령, 아이에게 어떻게 말을 하고 훈육을 해야 하는지.


영유아기 육아는 체력전이라고 할 만큼 에너지가 많이 들어간다. 정신적으로 체력적으로 쫓기는 시기에 문제가 발생하고 나서야 이것저것 공부를 하다 보면 늦는다. 이미 아이에 어떤 부분을 놓치고 그건 나비효과처럼 다른 일들을 파생시킨다.


'왜 이런 거야' 그러는 순간 아이는 소리를 지르고 있고, 엄마는 당황스럽고, 아이와 나 사이에서 헤매게 되고 지치고 속상한 마음은 남편과의 관계에도 영향을 끼치고 가족관계가 급 냉랭해진다. 실수가 잦아지고 우울감이나 무기력감이 찾아온다.


영유아기에 엄마는 심신으로 지쳐있는데 아이에 행동을 고려할 여유가 없다. 그러다 보면 아이에 상태도 영향을 미친다. 그렇게 두다 보면 계속 악순환되는 것 같다.


사소하지만 미리 알고 있었다면 아이를 키우면서도 여유가 있었을 것이다. 정신적으로도 건강적으로도 더 탄탄했을 것 같다. 원래 디테일한 것들이 삶을 좌지우지하지 않나. 육아에 디테일은 알고 나면 별거 아니지만 아주 큰 효과를 발휘하는 것 같다.


아이가 걷고 말을 조금씩 하게 되면 그때부터 참 어려워지는 것 같다. 아이도 신체적인 변화가 많고 호기심도 늘면서 주변에 대한 탐색 욕구가 강해지니 부모가 당황하는 행동을 많이 한다. 고집이나 짜증이 늘기도 하고, 공격성을 보기이기도 하는 등 조금씩 자아를 만들어가면서 자신만에 행동을 하게 된다.


본격 말을 하고 나면 아이에 더 다양한 모습들에서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 늘어난다. 미운 4살 혹은 미친 4살도 그런 맥락에서 이어지는데 유아기 때 애착 형성과 상호 관계를 잘해두면 미운 4살 시기도 없는 시기처럼 부드럽게 잘 넘어간다.  


이런 흐름은 사춘기가 되었을 때 절정이 된다고 한다. 아무 문제없이 자라준 아이도 사춘기 때 갑자기 자신에 감정을 터뜨리기도 한다. 부모와의 애착이나 관계가 적나라게 드러나는 순간이라고. 아이에 사춘기가 부드럽게 넘어갈 수도 있고, 불 같이 탈 수도 있다며. 그제야 아이에 마음에 뭔가를 들여다보려다 늦어버렸다는 선배들 애기도 들었다.


내가 다시 임신을 한다면, 출산 준비와 신생아 다루기 외에 영유아기에 발달하는 과정에서 양육자가 알아야 하는 것들에 대해 공부를 할 것 같다. 이제는 주변에 임신한 후배들이 "선배, 임신했어요. 뭐 준비해야 돼요?"라고 이야기하면 내가 만든 출산 용품 리스트 외에 초감정을 읽는 방법, 말하는 방법 등의 육아에 도움되는 책 그리고 EBS 육아 강의, 오은영 박사나 조선미 박사 강의를 추천해준다.


물론 육아는 예상 답안지가 없다. 세상에 나온 어떤 것도 같은 건 없듯이 아이 역시 저마다 자기 색깔을 드러내며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경우의 수를 많이 대비한 양육자라면 이 과정을 더 쉽게 헤쳐갈 것 같다.


우아하게 육아를 하고 싶었다. 우아는커녕 쥐구멍으로 들어가고 싶은 순간이 얼마나 많았는지. 우아한 육아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나를 지킬 수 있는 육아는 아는 것에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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