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다짐

by 안유진

한 때 살고 싶어 지는 마음이 드는 게 두려웠었다. 죽고 싶은 마음이 더 커야만 내가 존재하는 것 같았다. 살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순간부터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 치열하게 고민해야 했기에 무서웠다. 살게 된다면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하는지 고민하는 나를 떠올리자니 지옥 같았다.

언제쯤 꼭 세상에서 사라져야지 마음먹었던 때가 있다. 전원을 꺼버리듯 스스로 사라지는 순간에 대해 몇 번이고 곱씹던 때가 있었다. 그리고 나는 매일 괴로웠다. 그저 살아있는 게 괴로웠다.

작년에는 하고 있던 일의 계약 기간이 끝난 후의 내가 상상이 되지 않았다. 계약이 끝나면 나는 또다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목표를 세워야만 했기 때문이다. 나는 계획이나 목록을 짜 놓고 하나씩 지워가는 걸 좋아하는데, 처음으로 그게 불가능했다.

나는 올해 살아있기로 했다. 그래서 두렵다. 어제오늘 연달아 자기 전에 영화를 봤다. 어제는 레퀴엠, 오늘은 양들의 침묵을. 두 영화 다 너무나도 명작들이라 보고 난 후에 괜히 울컥했다. 나는 평생 누군가에게 단 1초라도 이런 종류의 울컥함을 줄 수 있는 존재는 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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