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또 먹고, 배는 부르고 마음은 공허하고.

by 안유진

어느 날 부터인가 식욕을 억제하는게 힘들다. 기분조절제를 먹고 살이 찌기 시작했고, 그 약 성분 자체가 살이 찌기 쉽게 만든다고는 하지만 이정도로 먹어댈줄이야. 배달 어플을 지워도 한순간이고 다시 어플을 다운받는다. 하루에 세 끼는 커녕 다섯끼는 먹는 것 같다. 특히 혼자 있을 때는 더더욱 자제하기가 힘들다.

경주에 왔다. 무슨 생각으로 예약을 하고 혼자 덜컥 내려왔는지 모르겠다. 택시비는 너무 비싸서 나가기가 겁나고 버스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한 동네에 숙소를 잡아버린 것이다. 그나마 배달 음식은 와준다는게 다행이랄지. 불행이랄지. 어쨌든 방금 햄버거를 시켜 먹었는데 콜라를 잔뜩 쏟아 오셨다. 물론 문자로 양해는 구하셨지만, 나는 계단에서 넘어졌다기에 '다치지는 않으셨느냐. 괜찮다.' 했는데 그에 대한 답이 없다. 배달일이야 바쁘다지만 그닥 유쾌하지는 않다.

나는 계속해서 먹는다. 살이 찌기 전의 나를 그리워하며 먹고 또 먹는다. 동생이 장난 반 진심 반으로 집에서 놀고 먹는 나를 보고 '식충이'라고 한 적이 있는데 그 말에 엄청난 충격을 먹었던 게 생각난다. 식충이라는 단어는 사람에게 정말 잔인한 단어이다. 나 스스로도 이미 나 자신을 '식충이'라고 단정지어서 더 그랬을지 모르겠다. 식충이는 살아가야할 의미가 있을까. 먹을 것만 축내는 식충이 같은 나.

아, 배는 부른데 마음은 왜 이리도 공허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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