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에 처음으로 정신과 약을 먹고 나서부터는 약을 끊어본 적이 없다. 물론 임의로 단약을 했던 적도 있지만 그것도 잠시 다시 약을 먹게 되고, 그러다 약을 끊고, 다시 약을 먹고는 했다.
나에게 있어 정신과는 벗어날 수 없는 굴레와도 같다. 벗어나려 하지만 얼마 못가 다시 쳇바퀴 돌듯 그 자리로 돌아온다. 가끔은 완치되었다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부럽다. 나에게 있어 완치는 죽어야만 끝나는 일 같기 때문이다. 우울은 나를 계속해서 갉아먹고 세상으로부터 숨게 만든다. 나는 끝없이 도태되어 가는 걸 느낀다. 차라리 이쯤에서 멈추는게 좋지 않을까 수백번 고민했던 것 같다.
누구에게나 있는 우울은 그저 잠시 가라앉는 것일 뿐이다. 그들은 모든 장비를 착용하고 있고 잠시 물 밑으로 가라앉았다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가는 것이다. 우울증을 가진 사람들의 우울은 아무런 장비 없이 끝없는 물 밑으로 가라앉는 것이다.
나는 내 이야기를 잘 오픈하는 편이었다. 누구에게든 나의 우울에 대해 이야기했다.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우울때문에 상대방에게 오해를 사기가 싫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오히려 독이 됐다. 내 우울은 누군가에겐 나의 약점이자 나를 멀리하게 만든 주된 원인이 되었다.
참으로 어리석다. 우울은 전염되고 사람은 스펀지같은 존재인데, 스펀지에 우울을 적셔버리는 행위를 해버리다니 말이다. 결국 사람들은 나를 떠나갔다.
얼마 전에 sns를 모두 정리했다. 모든걸 정리하고 정말 끝내려고 했다. 아무도 나를 기억하지 않길 바랐고, 내 장례식에는 아무도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유서도 쓰려고 했다. 연락처도 정리하고 아무에게도 내 상황을 설명하려 하지 않았다. (솔직히 이건 잘 한 것 같다.) 그럼에도 몇몇은 나를 걱정해주는 걸 보니 그렇게 헛산것 만은 아닌 것 같단 생각이 들기는 했다.
구구절절 내가 지금 어떻고 이야기하는게 무의미하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나는 이 이야기를 어디에서도 할 수가 없다. 심지어 정신과에 가서도 할 수가 없다. 고작 주어진 5분 안에 모든걸 쏟아낼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구질구질한 나의 이야기를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함을 전한다. 비록 내가 이런 상황이지만 당신은 적당량의 불행만을 겪기를, 꼭 행복만 기억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