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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륜 Jun 02. 2021

자전거 탈 때 코르셋은 필요없어

1894년 애니런던데리, 발칙한 자전거 세계일주 / 피터 쥬틀린


애니는 자전거를 타고 세계여행을 시작했다. 


1894년 6월 보스턴에서 출발해 지구 한 바퀴를 돌아오는데 성공하면  상금 10,000 달러를 받게 된다. 애니 코프초프스키는 직업인 저널리스트로 돈을 벌지 않고, 16km마다 자신의 위치, 상태, 도로 상태를 알리는 우편엽서도 부쳐가면서 자전거를 타는 조건에 합의했다.  "런던데리"社의 플래카드를 달고 이름을 런던데리로 바꾸고 100달러를 벌었다. 그녀는 자신의 자전거와 옷깃에 광고를 붙이고 번 돈과 속옷 몇 벌, 진주 손잡이 리볼버 권총을 지닌 채 모험을 떠나서 1895년 9월 시카고에 도착했다. 


애니 런던데리의 증손자가 4년 동안 증조모를 추적하며 쓴 책이다. 


[80일 간의 세계일주] 못지않다. 인간 승리라는 대명사를 붙이기에는 너무도 사기꾼 기질이 다분한 아줌마다. 당시 세계가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인류 최대의 발명품인 자전거의 열풍이 불던 1890년대 중반, 그녀의 처지를 보면 용기는 무모한 것처럼 보인다. 가냘픈 체격, 풋내기 라이더, 유대인, 결혼한 여자, 행상하는 남편을 돕는 세 아이의 어머니. 그녀는 대담한 성격과 드라마를 만들어내는 타고난 재능으로 15개월 동안 자전거와 함께 세계를 여행했다.


모험가의 순수한 열정이나 영웅담을 기대했다면 조금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애니는 성공하려는 기회로 자전거를 이용했고 그 여행의 과정도 솔직하지만은 않다. 사람들이 원하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너무도 잘아는 저널리스트였기 때문일까? 무용담의 주인공이 되어 당시 시대를 드러내는 인물을 자처한다. 애니의 도전은 충분한 가치가 있었다. 그녀는 자전거라는 스포츠에 대한 당시의 선입견과 오해를 극복했을 뿐만 아니라, 변화하는 성 역할에 대한 희망의 상징이 되었다. 


//만일 자전거를 적절하게 활용한다면, 그 운동으로 여성들이 부상당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 코르셋을 입고 자전거를 타기 때문에 많은 여성들이 고통스러워하는 겁니다. 자전거를 탈 때는 자기 자신을 가두는 모든 원인에 반대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여성들에게 코르셋을 버리라고 말하세요. 그러면 라이딩을 통해 즐거움과 건강을 얻게 될 것입니다.//


긴 치마를 벗어버리고 블루머를 입고 두 바퀴로 세계를 놀라게 한 여성, 애니 런던데리 코프초프스키. 


그녀는 고향으로 돌아가 2년 후 네 번째 아이를 낳았고, 이런 저런 사업을 하다 남편과 여생을 보냈다. 그녀는 1890년 여성으로서 처음 세계 일주에 성공한 넬리 블라이의 이름에 주니어를 붙이고 [뉴욕 선데이 월드]에 자신의 여행기를 기고했다. 첫 문장을 이렇게 시작한다.


"나는 저널리스트이고, <신여성>이다. 이 용어가 남성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나 역시 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면 말이다."


코르셋은 없는 동명 <신여성>도 쫄바지 입고 자전거로 세계여행을 꿈꾸고 있다. 뭐, 리볼버 권총은 됐고, 여비는 좀 필요한데, 광고료 후원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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