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에게 가는 길 / 패르 안데르손
불가촉천민으로 태어난 한 남자가 인도로 여행온 파란눈의 여자를 사랑한다.
운명으로 예고된 연인이라 믿고, 그녀를 만나러 서쪽으로의 기나긴 여정을 시작한다. 60루피로 마련한 중고 여성용 자전거로. 비행기표는 그의 몫이 아니었다. 그는 돈과 신분과 국경을 뛰어넘는 자유 위에 올라탔다.
이 책은 인도가 영국으로 부터 독립한 2년 후 태어난 페케이와 12살 부터 인도여행을 꿈꾼 로타의 이야기다.
사랑이야기에 별 관심없는 나는 “자전거 타고 인도에서 스웨덴까지"라는 부제가 붙어있지 않았으면 읽을 생각은 하지 않았을거다. 자전거로 실크로드를 달린 유럽사람은 많지만, 사랑 때문에 인도에서 유럽을 향해 달렸다니...
인도의 불가족천민 가족이 품는 꿈은 그림에 재능있는 한 소년의 가슴에 여러 색을 그려줬다.
어머니가 그에게 말한다. "용기만 가지면 나를 해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단다. 설사 죽은자들이라 해도 말이야." 그의 아버지는 그의 아들이 밝은 미래로 향하는 인도의 꿈인 엔지니어가 되기를 바랬다. 그러나 주인공 피케이는 "우리는 사랑에서 왔고 사랑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것이 삶의 의미이다."는 할아버지의 말을 떠올리며 자신이 원하는 꿈을 찾아간다.
우타라파타(Uttarapatha), '북부의 길'을 따라 여행하는 그의 여정은 자전거와 기차로 이어진다.
수많은 제국들의 등뼈 노릇을 한 길. 왕과 농부와 거지와 그리스 인들과 페르시아 인들과 중앙아시아의 튀르크 인들이 지난 천 년이 넘은 길. 거창하고 운명적인 이름에 맞지 않은, 좁고 울퉁불퉁한 길이 그에게는 오직 사랑하는 사람을 향해 달려가기 때문에 의미있는 길이 된다.
이미 오래된 연인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나의 길은 소박하다.
꿈은 녹초가 된 몸에 찾아오지도 않는다. 사랑으로 꾸는 꿈이 천민의 인생에서 자유의 인생으로 거듭나는 그의 길을 읽으며 나는 잠깐 설레였다. 자전거를 타고 달리며 나에게 매어져 있던 것들도 벗겨졌음을 새삼 깨달았기 때문이다. 카스트제도처럼 나를 옭아매던 것들, 내가 스스로 정해버린 내 한계.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 얼마나 멀리까지 자전거를 탈 수 있을까?"
책 날개에 붙어있던 물음에 대한 내 답은,
"나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어디에서도 자전거를 탈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