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주 비싼 아기
한 대학병원에서 초음파 진료를 받을 때의 이야기다. 보통 임신 초기에는 태아의 머리부터 엉덩이까지의 길이로 성장을 관측한다. 4cm였다가 다음 진료에는 8cm였다가, 어느덧 두 자리를 넘어서는 그 성장을 보고 있노라면 신기했다. 그러면서 중기를 넘어설 때는 초기에는 전혀 관측되지 않던 흰 부분인 바로 뼈가 관찰되기 시작한다. 저 작은 몸 안에 옹기종기 척추이며 장기들이 자라고 있다는 것이 또 놀랍고 기특했다.
그렇게 임신 중기에 접어들면 어느덧 더 이상 머리부터 엉덩이까지의 길이는 중요하지 않게 된다. 그 이유인즉슨 한 화면에 담기지도 않을 크기가 될뿐더러 중기부터는 다른 것들이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중기에 가장 중요한 검사 중 하나는 정밀 초음파다. 정밀 초음파 검사는 손가락은 다섯 개 다 있는지, 발가락은 다섯 개 다 있는지, 심장 및 장기는 올바른 곳에 있는지 등 정말 말 그대로 아기의 성장 상태를 하나하나 모두 확인하는 검사이다. 그렇기에 최소 30분, 많게는 초음파만 1시간 정도를 볼 정도로 시간이 소요되는 검사이기도 하다.
22주 정밀 초음파 검사를 앞두고 17주 사전 초음파를 할 때의 일이다. 담당 교수님은 아기의 등 쪽을 보려고 시도하셨다. 그러면서 교수님이 갑자기 내 배를 오른쪽에서 둥둥둥, 왼쪽에서 둥둥둥, 가운데에서도 둥둥둥 두드리기 시작하셨다. 복부의 통증이 느껴질 정도로 심하게 두드리는 것은 아니기에 당연히 아프진 않았지만, 누가 배를 계속 두드리는데 유쾌할 사람이 어디 있는가. 나는 어리둥절하여 상황을 파악해보려 했다. 그러자 교수님이 설명해 주시길, 아기의 등 부분 및 척추를 확인해야 하는데 아기가 엄마 몸 쪽에 등을 대고 있어 관찰이 어려운 자세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아기의 자세를 돌려보려 애꿎은 내 배가 북이 된 것이다. 그 뒤로도 둥둥둥 시도는 몇 번 더 이어졌다. 그러나 아기는 느껴지는 외부의 압력에도 요지부동이었다. 결국 교수님은 "비싸네"하시더니, 다음 정밀 초음파에서 확인하겠다며 그날의 진료를 마무리했다.
그리고 22주 정밀 초음파 날이 되었다. 그날도 아기는 심장이 보기 어려운 자세를 하고 있었다. 담당 교수님은 아무래도 아기가 이 자세를 좋아하는가 보다고 말씀하셨다. 그날도 엄마의 배는 북이 되었지만, 아기는 바꿔줄 생각이 없었다. 난 조금 걱정되어 다른 아기들은 잘 움직이는지 여쭤보았다. 그랬더니 담당 교수님은 아기들은 다 잘 움직일 수 있다고, 다만 이 아기가 바꿔주지 않는 것뿐이라고 말씀하셨다. 결국 그날 아기의 관찰을 위해 돌아눕게 된 것은 엄마였다. 나는 아기의 심장 관찰이 더 용이한 자세를 위해 왼쪽으로도 돌아누웠다가, 오른쪽으로도 돌아누웠다가 몇 번 자세를 움직였다.
벌써부터 뚝심 있는 아들이었다.
최근 아이들의 기질을 잘 알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특히 공부 및 진로에서 중요하다고 한다. 그 이유인즉슨 공부 적성이 아닌데, 어려서부터 영어유치원 및 너무 공부로 진로를 잡으면 서로 힘들다는 이야기였다. 교육비는 교육비대로 나가고 성과도 없는 결과가 될 수 있다. 그리하여 어릴 때 아이가 어디까지 받아들일 수 있는 아이인지를 빨리 파악하여 영어유치원이든 다른 교육이든 시켜야 한다는 말이었다.
또 성격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도 들었다. 바로 제왕절개와 자연분만 아이의 성격이 다르다는 이야기였다. 어떤 엄마는 첫째는 자연분만, 둘째는 제왕절개로 아이를 낳았단다. 그런데 그 둘의 성격이 너무 다르단다. 자연분만은 엄마뿐만 아니라 아기도 노력을 하여 바깥세상으로 나와야 한다. 그러다 보니 첫째는 노력을 통해 세상에 나왔기에 그런 이치를 잘 터득하여 성격 또한 얌전하고 의젓하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둘째는 양수에서 재미있게 놀다가 어리둥절 세상 밖으로 꺼내졌기에, 100일 때까지는 정말 작은 소리 및 불빛에도 깜짝깜짝 놀라며 힘껏 울어 그렇게 엄마를 힘들게 했다는 이야기였다. 그리하여 그 어머니는 되도록이면 자연분만을 권장한다고 했다.
이건 어디까지나 일반화되기 힘든 개인의 경험일 수 있다. 그러나 초음파 시기부터 아들의 뚝심을 확인해 버린 나는 과연 어떤 아들이 태어날지 어떤 기질로 자라게 될지가 벌써부터 무척 궁금하고 고대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