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순이와 밖돌이의 대격돌

우리의 육아 미래는

by 하나둘셋


남편과 나는 생각하는 방향 및 가치관이 잘 맞는 편이다. 그리하여 몇몇 서로의 말에 오해가 생기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소통이 잘 되는 편이다. 그러나 생활 방식에서는 종종 부딪힐 때가 있다.


대표적인 것은 바로 집순이(집에 있는 것을 선호)와 밖돌이(밖에 나가는 것을 선호) 기질이다. 이 기질에 더해 나는 잠도 많은 편이고, 남편은 나에 비하면 짧은 편이다. 또한 전반적인 하루를 살아가는 생활 패턴이 다르다.


남편 : 밖돌이, 숏슬리퍼, 오전 8시 출근, 평균 밤 11시 취침

나 : 집순이, 롱슬리퍼, 오후 2시 출근, 평균 새벽 2시 취침


그러니 주말 오전 일찍 일어난 남편은 나의 기상을 기다리며 의문을 갖곤 했다. 또 나는 일찍 자는 남편을 따라 같은 시간에 누워보지만 잠은 안 오고 3~4시간을 하릴없이 뒤척이며 보내기도 했다.


그래도 지금은 신혼의 버프인지 혹은 그럭저럭 서로를 이해해가고 있는 것인지 어느 정도 패턴이 자리 잡아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곧 육아라는 어마무시한 태스크가 온다. 주변의 조언을 들어봐도

"1년은 죽었다고 생각해야 해"
"난 5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어" (feat. 아들 둘 맘)

정도의 말이 돌아온다.


이 난관 앞에 서로가 동상이몽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여보가 잠만 자면 어떡해?

먼저 남편은 내가 아이를 돌보지 못하고 잠만 잘 까봐 걱정하고 있다. 나는 잠이 많고 심지어 잠귀가 어두운 편이다. 한 번은 20대 때 부모님과 함께 본가의 살 때의 일이다. 새벽에 아버지가 쓰러지신 적이 있다. 하지만 그때도 나는 잠에 취해 비몽사몽이었다. 그런 나를 보며 엄마는 거친 말을 던지기도 했다. 지금도 여전히 아침에 잘못 울린 화재경보기 소리를 남편은 듣고 나는 듣지 못한다.


오후 2시에 출근하는 나는 평소 오전 10시 혹은 11시에 기상을 한다. 그러다 보니 내가 가장 부지런해지는 건 오히려 평일보다도 남편과 함께 일정을 해나가는 주말이다. 또한 시댁에 다녀올 때도 마찬가지다. 시댁 내려갈 때는 보통 8시나 9시 즈음 아침밥을 먹게 된다. 이 시간도 그나마 우리를 고려하여 조금 늦추신 시간으로 안다. 그러다 보니 시댁에서 다녀오는 날 오후엔 차 안에서 여지없이 졸게 된다. 특히나 임신 중이라서인지, 새해맞이 시댁에 내려갔다가 부산에서 서울로 오는 4시간 중 3시간을 내리 잤다.


이런 나를 보며 남편은 내가 육아 휴직을 했음에도 새벽에 잘 일어나지 못할까 봐 걱정하고 있다. 본인은 아침 일찍 출근을 해야 하는데, 새벽에 아이까지 돌봐야 할까 봐 근심이다.


여보가 맨날 새벽에 오면 어떡해?

반면 나는 밖돌이인 남편이 집에 들어오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남편은 회식과 출장이 꽤나 잦은 편이다. 출장 지역도 미국부터 인도, 호주, 최근엔 새해부터 중국까지 다양하고 횟수를 따져보자면 거의 두 달에 한 번꼴로 간다. 또 업무상 회식이 잦은 편이다. 일주일에 평균 1-2회는 있다. 또 여기에 개인적인 친구 모임도 종종 있다. 그러다 보니 남편이 적어도 밤 12시에는 들어오길 바라지만, 최근에 새벽 2시를 넘겨서 들어온 때도 있었다. 열두 시를 넘기는 일이 흔한 편이다.


지금은 나도 혼자 잘 노는 편이고(?) 내가 곧 육아 휴직에 들어가게 되니 남편의 경제활동은 중요하다. 그리하여 머리로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나도 출산 이후 상황에 대해서는 어떤 일이 펼쳐질지 잘 감이 안 온다. 내가 산후우울증이나 육아에 대해 걱정할 때, 대체로 주변 지인들의 반응은 비슷했다. 난 산후우울증을 크게 겪지 않을 듯하고, 육아 또한 잘 해낼 것 같다고 말이다. 남편도 난 산후우울증이 별로 없을 것 같다 했다.


그런데 아무리 산후우울증을 잘 이겨낸다 해도 육아 난이도는 좀 상상이 안 간다. 그리하여 나도 걱정이 되기 시작한 것이다. 육아 이후에도 남편이 집에 안 들어오면 어떡하지? 나도 독박육아라는 걸 하게 되는 건가? 하고 말이다.


남편 : 출장 및 회식 잦은 편. 친구들 모임 있는 편.

나 : 잠 많은 편. 잠귀 어두운 편.


과연 우리 아들의 미래는?

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펼쳐지게 될까. 안 들어오는 남편을 기다리면서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