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시어머니 전화가 온다

고부갈등의 시작일까

by 하나둘셋


요즘 시어머니 연락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 시어머니는 하루에 많게는 7-8통의 전화를 걸어오신다. 물론 매일 하시는 건 아니다. 그런데 호기심 및 걱정의 발동이 걸리기 시작하시면 본인의 궁금증과 마음이 완전히 해소될 때까지 계속 전화를 하신다. 작년까지만 해도 이런 스트레스가 없던 이유는 내가 회사를 다니고 있어서였다.


그때는 회사를 다니는 걸 알고 배려를 해주신 건지 결혼 초반이라 아직은 내가 어려우셨던 건지는 잘 모르겠다. 그때는 직접적으로 통화를 자주 하지는 않았다. 통화를 하게 되더라도 남편에게 걸려온 연락을 내가 함께 받는 식이었다. 뭐 물론 임신 이후 '내가 먹으면 안 되는 음식, 조심해야 할 것들'에 대해 종종 전화가 걸려왔지만, '안부 연락' 정도로 여길 수 있는 빈도였다. 또한 회사를 다니다 보니 수업 중이라 바로 전화를 못 받을 때가 많았다. 당연히 중요한 일정 및 명절 같은 큰 행사가 있을 땐 직접 찾아뵈었고 며느리로서의 도리는 수행했다.


그런데 문제는 4월 출산을 앞두고 1월부터 내가 육아 휴직에 들어가고 본격 이사를 하면서부터 불거졌다. 1월 둘째 주엔 출산을 앞두고 좀 더 넓은 평수로 이사를 했다. 이때 시어머니와 이모님 두 분이 올라오셨다.


시어머니는 내가 생각할 때 말이 많은 편이시다. 또 걱정도 많은 편이시고, 호기심도 왕성하시다. 그러다 보니 이사할 때 각종 물건 및 해야 할 일들에 대해 모든 걸 질문하기 시작하셨다.


살림살이에 대한 질문을 하시다

일단은 살림살이를 보면서 '이건 왜 이렇게 더럽게 썼니'하는 잔소리가 이어졌다. 시어머니는 한평생 전업주부로 살아오신 분이다. 전업주부로 살아오신 분과 주 5일 꼬박 일을 해야 했던 나의 살림살이가 한순간 비교되는 것이 좀 동등하지는 않다 생각했지만 그래도 이 정도는 웃어넘길 수 있었다.


이번엔 새로 들어오는 살림살이에 대해서 질문을 하기 시작하셨다. 냉장고, 새로 들여온 로봇청소기에 대한 관심, 에어 드레서에 관한 관심들이 이어졌다. 일단 시어머니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하시는 편인데, 예를 들어 "냉장고를 샀어요" 하면, "어디 브랜드를 샀니? 이 브랜드가 좋다는데 왜 그 브랜드를 샀니?" 하면서 계속 물어보시는 편이다.


식기에 대해서는 남편과 둘이서만 생활하다 보니 2인 기준이었다. 어머님과 이모님까지 4인상을 차리려니 모든 식기가 총출동을 했다. 그런 식기 상황을 보고 어머님은 그릇을 좀 더 사도 되겠다고 말씀하셨다. 나도 그럴 예정이라고 답변하면, 거기에 대해 "무슨 식기를 살 거니? 기존 식기는 버릴 거니? 가지고 있을 거니?" 하는 꼬리 질문이 또 이어진다.


그러다 보니 점점 지쳐가고 있었다. 답변도 처음엔 성심성의껏 해드리다가 점차 "네"만 반복하는 네무새가 되어갔다.


당부는 적어도 두 번, 세 번까지도 하신다

또 한 번만 말씀하시면 다행이다. 그런데 본인이 생각할 때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에 대해서는 누차 전화를 걸어오신다. 최근엔 이사 직후 새 집에서 손 봐야 할 부분들이 보였다. 그러면 이 부분들에 대해 1차는 "꼭 해라", 2차는 "했니?", 3차 "해야 한다"하면서 계속 전화를 해오시는 편이다. 짧게는 몇 분 사이에 계속, 어쩔 땐 하루 걸러 다음 날도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신다. 오죽하면 계속 걸려오는 전화에 아직 하지 않았는데 했다고 거짓말을 하기도 했다.


그래도 이런 시어머니의 태도를 최대한 좋게 생각하려고 했다. 그 이유인즉슨 나에게 잘해주려고 하시는 것이 눈에 보였기 때문이다. 매번 시댁에 방문할 때마다 가져가서 먹으라며 음식들을 바리바리 싸주신다. 특히 떡을 좋아한다고 했다가 매번 떡을 챙겨주시는 바람에 지금 냉동고엔 얼려있는 떡이 한 무더기다. 또 함께 식사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남편이 식당을 고민할 때면 이왕이면 좋은 곳에 가자고 이야기를 해주신다. 나에게 좋은 것을 해주시려는 것이 느껴진다. 또 최근엔 4월 출산을 앞둔 나의 산후조리 비용을 모두 부담해 주시기로 했고, 기저귀 가방도 사주시고 가셨다. 그러다 보니 최대한 나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라고 생각해보려고 했다.


시시콜콜한 전화까지 걸기 시작하셨다

그런데 점차 이런 당부의 말씀 외에도 "오늘 저녁 메뉴는 뭐니~? 오늘은 맛있는 거 했니~?" 하면서 시시콜콜한 전화까지 걸기 시작하셨다. 남편에게 이런 고민을 이야기하니 그냥 있는 그대로 말씀드리면 되는 것 아니냐고 했다. 그런데 나에겐 이 질문이 결코 쉽지 않다. 그 이유인즉슨 나는 국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남편과 시댁은 반드시 국이 있어야 식사를 하는 타입이다. 따라서 나는 신혼부터 밥상을 차릴 때 '국'을 끓여야 하는 미션까지 소화해내야 했다. 더군다나 시어머니는 나와의 식사에서 당최 국을 안 먹는 나의 모습을 보며 "아이고 우리 아들 국도 못 얻어먹겠네"하면서 이야기하셨다. 남편에게는 별 것 아닌 상황이었을지 모르지만, 나에겐 굉장히 불편한 이야기였다. 그리하여 어머니의 저녁 전화는 나에겐 마치 숙제 검사처럼 느껴졌다.


전화가 안 오는 날도 있지만, 올해 1월 육아휴직 이후 적어도 전화가 걸려오는 날이 2~3일에 한 번씩은 되는 듯하다. 질문도 다양하시다. "뭘 하고 있니"부터 시작해서, "남편이 지금 왜 연락이 안 되는지", 이사 때 보고 가신 상황에 대해서 그 점은 해결되었는지 등을 질문하신다.


최근엔 육아 용품에 대한 관심도 커지셨다

뭘 하고 있냐는 질문에 나는 출산 용품 준비를 하고 있다고 답변드렸다. 그리하였더니 출산 용품에 대한 질문이 또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되기 시작한 것이다. 내가 출산 용품 리스트가 제법 많아한 80가지 된다고 말씀드렸더니, 왜 80개나 되는지 뭐가 그렇게 많은 지 질문하셨다. 또 카시트를 사야 한다고 하자, 카시트를 뭘로 살 건지, 언제 살 건지 물어보신다. 이제 찾아보기 시작하여서 남편이랑도 상의를 해야 하는데, 나에겐 결재를 올려야 하는 상사 한 분 더 계신 기분이 든다. 아직 안 정했다 말씀드리면, "한 번 보고 사지 말고, 두 번 세 번 보고 사라며" 또 다른 당부의 전화가 오신다. 호기심에 대한 질문 전화, 걱정과 당부에 대한 전화까지 모두 받고 있으려니 어제만 해도 5통의 전화를 받았다.


이제 점차 진동만 울려도 스트레스가 쌓이기 시작했다. 시어머니 음성이 귓가에 맴돌 정도이다.


내가 시시콜콜한 대화를 좋아하는 타입이라면 그나마 나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나는 전화 통화하는 것 자체를 크게 좋아하지 않는다. 부모님이랑도 용건이 없다면 한 두 달에 한 번 통화를 할까 말까이다. 친구랑도 전화로 연락을 자주 하지 않는다. 내향인으로서 사람 만나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 아니고, 누가 나에게 간섭하는 것도 싫어하는 성격이다. 그렇다 보니 이런 어머님의 관심이 더 큰 스트레스로 느껴지는 것이다.


남편은 부모님인데 전화받아 드리면 안 되냐고 이야기하고 있다. 지금은 괜찮을 수 있다. 그런데 곧 나에겐 위기가 온다. 4월 출산 이후 몸 상태가 어떻게 회복될지, 육아는 얼마나 힘들지 모른다. 나에게 산후우울이 올 지도 모른다. 아플 때 누가 자꾸 귀찮게 하면 그게 얼마나 힘들던가. 그런데 이제 아기가 뭘 먹는지, 아기에게 뭘 시키고 있는지 이런 육아에 대한 것까지 하나하나 질문하시면서 전화가 올까 봐 나는 심히 두렵다.


30분 정도 핸드폰을 안 봤을 뿐인데, 부재중 전화가 3통 와있던 그 순간이 무서웠다. 앞으로 내가 이 난관을 잘 헤쳐나갈 수 있을까. 더 이상 관심과 애정이 아닌 감시와 간섭으로 느껴지는 시어머니의 연락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