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 베이비, 태동

이것은 교감인가 공격인가

by 하나둘셋


임신 초기에 산모들이 아기가 잘 있는지 어떤 상태로 있는지 불안감을 갖게 되는 이유는 아기가 워낙 작은 시기이기도 하고, 그 존재감은 좀처럼 잘 느낄 수 없기에 그렇다. 그리하여 가정용 심음측정기를 구입하여 태아의 심박수를 들어야만 안심이 된다는 엄마들도 있다.


그러다 임신 중기가 되면 조금 상황이 달라지는 이유는 이제 안정기가 되며, 본격적인 아가의 움직임인 '태동'이 느껴지는 시기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보통 18주에서 20주에서 첫 태동을 느낀다고 한다. 경산모나 빠른 경우는 16주부터 태동을 느끼기도 한다고 한다. 나도 이때쯤 첫 태동을 느꼈다. 그런데 아직 태동을 잘 느껴본 적이 없었기에 '이것이 과연 태동인가? 그냥 내 배의 움직임인가?' 하며 긴가민가 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때부터 활발하다고 하는 엄마들이 있는 반면, 내 뱃속 친구는 잠잠한 편이었다. 그리하여 남편에게 우리 아가는 아마도 우리의 성향을 닮아 굉장히 차분한 성향인 것 같다며 이야기를 주고받기도 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발차기 힘이 부족했던 건지, 아직 본격 움직이지 않았던 것인지. 25주가 넘어선 지금은 우르르 쾅쾅! 엄마의 뱃가죽을 들었다 놨다 하는 폭풍 발차기를 시전 한다.


요즘의 재미있는 상황은 바로 '움직임 주고받기'를 할 때다. 아기는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은 잠들어 있기에 시도 때도 없이 움직이진 않지만, 우리 아기의 경우 아침 7-8시 혹은 이제 자려고 눕는 밤 11시 ~ 새벽 1시 사이에 무척 활발하게 움직이는 타임이 있다. 이때 움직임이 느껴질 때 나도 '교감'을 시도한다. 아기의 움직임이 있던 자리에 배를 콕콕 눌러보거나 배를 흔들어 움직임을 보내본다. 그러면 몇 초 후 또 똑같은 그 자리에 아기의 움직임이 돌아온다. 처음엔 너무 신기하고 재미있기도 하여서 계속했더니 거의 10번 가까이 서로 움직임을 주고받았던 적도 있다. 이때 아기와 함께하는 충만한 행복감을 느꼈다. 신비로운 아기와의 교감이라 생각하여 남편에게 신나서 이야기했더니 남편은 아이가 성격이 있다고 이야기했다. 교감이 아닌 반격의 가능성도 있는 것이었다.


그래도 이 재미있는 놀이를 포기할 수는 없었다. 이 신호가 오는 타이밍에 남편도 함께 있으면 남편에게도 기회를 주었다. 남편도 몇 번의 교감 혹은 반격 시도(?)를 해보고선 놀란 리액션을 연신하며 신기하다며 재미있어했다. 그래서 교감을 하지 못한 날엔 아가랑 놀고 싶다며 오늘은 신호가 아직 안 오는지 종종 묻기도 한다.


이것을 아가도 공격이 아닌 교감으로 받아들여주길 바랄 뿐이다.


이제 만 4살 정도가 되는 이제 어느 정도 소통이 되는 조카를 키우고 있는 친오빠에게 물어보았다. 조카가 뱃속에 있던 상황을 기억하는지 물어보았냐고 말이다. 오빠 말은 조카가 기억한다고는 하는데, 과연 믿을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였다. 이제 출산이 한 달 반밖에 남지 않은 이 시점에서 아기가 뱃속에서의 마지막 시간을 잘 보내다 순조롭고 건강하게 나와주길 바랄 뿐이다. 이제 만날 시간이 정말 얼마 안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