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태아도 단 맛을 좋아한다니
17주 초음파를 볼 때의 일이다. 의사 선생님이 내게 물었다. 혹시 단 거 좋아하느냐고 말이다. 나는 수줍게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돌아온 말은 충격이었다. 아기가 배가 좀 나와있다는 것이다.
8주 초음파 진료부터 뱃속 아기의 크기는 평균치보다 5일, 일주일 정도씩 컸다. 두 자리 주수가 되면서부터 많게는 평균보다 이주치씩 앞서기도 했다. 아기 크기에 대해서는 대체로 작은 것보다는 큰 것이 좀 더 마음 편하다는 산모들이 많다. 그 이유인 즉슨 작으면 혹여나 못 자라고 있는 것은 아닌 지 걱정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우리 부부도 24주에 이미 26주 크기로 자라고 있는 아들의 발육에 놀라긴 했지만, 그래도 잘 자라고 있네라고 안심할 수 있었다.
그러나 평균치보다 배가 나와있다는 것은 좀 다른 문제였다. 바로 태아의 프로그래밍때문이었다. 우리는 보통 체질이라고 이야기하곤 한다. 더 익숙한 표현으로는 살찌는 체질. 살 안찌는 체질이다. 즉 뱃속에서부터 배가 나와있다면, 우리 태아는 살 찌는 체질. 비만에 쉽게 노출되는 사람으로 태어날 수가 있는 것이었다. 조금 과한 걱정일 수 있으나 평생의 건강을 좌지우지할 수 있기에 염려가 되었다.
그리하여 그 말은 들은 17주부터는 좀 더 관리에 들어갔다. 일단 단 성분이 있는 간식의 양을 많이 줄이려고 노력했다. 단 것을 안 좋아하는 분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현대인들은 어떤가. 사르르 녹는 케이크부터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두바이쫀득쿠키(일명 두쫀쿠)와 같은 달달구리들, 시럽이 듬뿍씩 들어가는 카페 음료들까지. 어찌 이런 것들은 외면하고 살리오. 항상 과당의 유혹과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그런데 이렇게 유혹에 약한 건 태아도 마찬가지였다. 쓴 맛, 신 맛, 짠 맛 등 어떤 맛보다도 태아는 '단 맛'을 좋아한다고 한다. 그 이유인즉슨 설명하지 않아도 다들 짐작할 것이다. 어른들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태아는 엄마가 단 것을 섭취하면 '단 맛'을 다른 맛보다 훨씬 많이 흡수한다고 한다. 즉 엄마가 단 것을 많이 먹을수록 태아도 섭취하는 양이 많아져, 4kg 넘는 거대아가 될 확률이 높아져 난산의 위험도가 증가한다.
이런 사실을 인지한 뒤로는 '먹는 것'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임신 초기 주변 분들의 조언을 들을 때의 일이다. 이미 임신과 출산을 경험한 분들의 덕담 중에는 무조건 많이 챙겨먹어야 한다. 토하고도 먹어야한다며 조언해주는 분도 있었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조금 정정이 필요했다. 임산부는 많이 먹기보다는 '어떻게' 먹는가가 무엇보다 중요한 사람들이었다. 예를 들자면 단순 과당이 들어간 젤리, 사탕같은 것보다는 식이섬유 혹은 영양분이 들어간 통곡물, 견과류, 두유 등을 섭취해야 하는 것이다.
나는 논술 강사라는 직업 특성상 저녁 9시 즈음 업무를 마쳤다. 그리하여 집에오면 10시이기에 이때 출출함을 느낄 때가 많았다. 10시에 과자 및 쿠키 같은 간식을 먹고 새벽으로 넘어가는 시간 잠드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이제 좋아하던 젤리, 쿠키 등의 섭취를 오히려 줄이니 남편은 임신 전보다도 안 먹는다며 놀라워했다.
특히 임산부의 특권은 남편에게 갑자기 무엇이 먹고싶다며 요청하는 것 아니겠는가! 임신임을 자각하고 5주차에 처음 남편과 함께 산부인과를 찾았을 때 힘들지 않냐는 물음에 아직은 괜찮다 답하니 접수해주시는 분들은 경험 낭낭한 찰진 현실 조언을 내게 던지곤 했다. 지금이 제일 잘해줄 때니까 힘든 척도 하면서 남편에게 많이 요청하라고 말이다. 또 주변 산모들도 보면 새벽에 남편에게 이것이 먹고싶다며 갑작스런 부탁을 하게된다며 웃으며 이야기 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의사로부터 탄수화물을 줄여야한다는 단 거 주의보를 듣기도 했고, 점점 배가 불러오며 소화도 점차 안된다. 새벽에 무언가를 먹는 일은 일시적으로 욕구를 해소할 순 있어도 결국 나 스스로를 힘들게 하는 결과를 불러온다. 먹고 바로 누워있으면 역류성 식도염이 되고, 배가 더부룩하여 잠도 안오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나는 남편에게 여태까지 '이 거 먹고싶다!'며 요청한 적이 크게 없다.
굳이 따지면 임신 기간이 끝나기 전에 성심당을 한 번 가자 이야기 한 정도이다. 시켜먹고 싶은 과일도 셀프로 시킨다. 임신 관련 지식을 찾아보다보면, '임신'이라는 기간을 토대로 오히려 건강해지는 산모들이 있다고 하던데,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임신을 기점으로 오히려 건강 관리에 신경을 쓰게 되었다.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다. 임신을 하면 음주와 같은 술 섭취는 아예 멈추게 되기 때문이다.
가끔 5시간 정도 연강을 하고 퇴근하는 날이면, 종종 폭주하고 싶어 힘들긴 하다. 그럴 때면 단 것을 아예 안 먹을 순 없다. 그나마 건강한 것, 덜 단것으로 달래주며 임신 중기를 지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