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정말 쓰고 싶었다.
자신의 고민이나 업무에 대한 글을 (내가 보기에는) 쉽게 술술 써서 책을 쓰는 사람들이 정말 부럽고 궁금했다. 마음만 너무 앞서다 보니 주제와 방향에 대해 고민만 하다 수년이 지났다.
일상의 다양한 경험과 업무들을 방향성 없이 쓰면 브런치 작가를 신청해도 탈락된다는 소문을 듣고 나니 더욱 고민이 깊어져 시간만 계속 보내며 글쓰기 책만 수십 권 읽었다. 모든 책에서 우선 써야 한다고 뭐라도 쓰라고 강력히 이야기했지만, 이왕 시작하는 거 잘하고 싶은 마음에 자판만 만지작거렸다.
그렇게 긴 고민 끝에 시작하게 된 첫 글이 신경초종에 대한 글이라니...
두 달 전만 해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주제가 내 삶의 멱살을 잡고 끌고 가고 있다.
통증과 사투를 벌이는 나에게 주제에 대한 고민은 사치이다. 지금 내가 하고 싶은 그 일을 조금이라도 덜 아플 때 즐기기로 했다. 이제는 주제 고민하는 대신 어떤 글이라도 쓸 수 있음에 대한 감사를 누리고 싶고, 통증의 고통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혼자가 아님을 알려주고 싶어 글을 시작하게 되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생소한 신경초종의 통증의 시간을 통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과정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어 언젠가는 지나가는 고통임을 나누고 싶다.
2018년 왼쪽 겨드랑이 부근에서 작은 혹이 만져졌다.
급히 빠른 검사가 가능한 병원을 알아보고 동네 영상의학과에서 검사를 했다.
선생님은 초음파 후 모양이 좋지 않다고 바로 총검술을 권했고, 총검술 검사의 충격은 대단했다.
거의 일주일간 팔이 저려 들기 어려웠다.
조직 검사의 결과는 다행히 그냥 물혹이었다.
혹시 불안하면 3차 병원에 가서 검사해도 되지만,
크기가 갑자기 커지거나 모양이 바뀌지 않으면 그냥 데리고 살아도 된다고 하셨다.
문제는 검사하기 전까지 혹은 만져지기만 할 뿐 아무 느낌이 없었는데,
검사 이후로 좀 세게 혹을 건드리면 전기가 오는 듯한 찌릿함이 생겼다.
그리고 특별한 변화 없이 혹을 데리고 산지 4년이 흘렀다.
가슴에 아주 작은 혹이 건강검진 중 발견되어 자세한 검사를 하기 위해 멀지 않은 유외과에 예약하고 그동안의 초음파 사진과 조직 검사 결과를 모았다. 처음 만난 유외과 선생님은 시크하지만 전문가 다운 포스를 뿜으며 설명 후 검사를 시작했다. 새로 발견된 작은 혹은 쓱 보더니 관심조차 두지 않고, 겨드랑이 근처의 큰 혹의 위치가 의심스럽다 했다. 모양이 나쁘지는 않았지만, 4년 동안 혹은 4cm로 자라 있었다. 초음파 검사 후, 주사로 혹의 내용물을 주사로 뽑아냈는데, 문제는 여기서 시작되었다.
겨드랑이 근처의 혹의 내용물을 검사하는데 손이 저절로 뒤틀리는 아픔을 느꼈다. 너무 아파 선생님께 아파서 더 이상 못하겠다고 다급히 외쳤다. 선생님은 검사를 멈추고 이 물혹은 신경초종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이 위치는 겨드랑이가 아닌 팔의 시작 부분이므로 3차 병원 정형외과에 예약을 하고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다. 우선 급히 가장 가까운 삼성서울병원 정형외과에 신경초종으로 의뢰를 하고 심란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아직 검사만 한 상황이었는데도 혹 부분의 신경을 건드렸는지 팔이 끊어질 듯 아프기 시작했다. 가만히 있어도 눈물이 났고, 알 수 없는 고통이 언제 끝날지 무서워 울컥 눈물이 쏟아졌다. 가족들은 검사를 잘못한 것 같다고 걱정을 했지만, 나는 4년 전 총검술을 할 때부터 살짝 느끼고 있었다. 이 혹은 건드릴수록 점점 무서운 일이 생길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을.
주사로 혹의 내용물을 빼는 검사를 괜히 했다는 후회와, 그래도 혹의 진짜 상태를 알게 되어 다행이라는 안도의 감정이 함께 올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