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응원만 더 있으면 되는 거였다.

짧은 귀 토끼

by 능쌤

신경초종 수술한 지 한 달 하고 9일이 지났다.

학교에서 짧은 귀 토끼라는 책으로 1학년 독서 수업을 진행하였다. 토끼 동동이는 귀가 짧지만 다른 친구들보다 빨리 달릴 수 있었다. 동동이는 원래 자신의 모습에 만족하였으나 친구들의 놀림이 계속되자 긴 귀를 갖기 위해 노력하다 토끼 귀 모양의 빵을 만들어 붙였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 독수리에게 동동이가 낚아 채였으나 빵으로 만들어진 귀만 떨어졌고, 엄마 독수리는 아기 독수리에게 귀 모양 빵만 가져다주었다. 그런데 토끼 귀 빵의 맛이 정말 일품이라고 소문이 나서 동동이는 빵집을 열게 되었고 토끼 귀 모양 빵은 마을에서 인기를 얻게 되었다는 귀여운 이야기이다.

동동이의 귀는 분명 일반적인 토끼 귀는 아니었지만 귀엽고 통통한 모양이어서 스스로 만족하고 있었다. 하지만 세상은 남들과 다른 모습을 가치 있게 여겨주지 않는다. 분명 다른 것이 틀린 것이 아닌데 틀린 것처럼 손가락질해 다른 모습으로 살기 어렵게 만든다. 동동이가 귀를 늘리기 위해 빨래 줄에 걸려 있는 모습의 그림을 보고 1학년 친구들은 재미있다고 깔깔 웃었다. 나는 그의 노력에 눈물이 났다. 결국 동동이는 모습을 바꾸기 위해 노력했던 결과 얻게 된 제빵실력으로 마을에서 빵집을 열고 토끼 귀 빵을 판매하며 인기를 얻게 되는 해피엔딩으로 이야기가 끝난다.

어떤 면에서든 상처를 이겨내기 위해 노력하면 결국 나도 모르는 사이에 실력이 늘게 되어 새로운 길을 개척하게 된다는 깨달음을 주는 책이지만, 그 사이에 남게 되는 상처는 너무 아프다. 물론 성장하는 길에 상처는 어쩌면 필요한 자양분이기도 하고, 상처 없이 성장하는 것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겠지만... 그래도 아프다.


아들이 점심시간에 전화를 하였다. 학교 시험이나 수행 등의 활동을 하다 실수할 까 걱정이 되어 스스로 부족한 존재처럼 느낀다며 힘들어했다. 아들은 너무 소중한 존재이고, 이 세상에 태어난 목적이 있다고 이미 정말 잘하고 있다고 으쌰 으쌰 응원해 주었지만 매일 하는 엄마의 응원이 전화로는 깊게 와닿지 않는 것 같았다. 엄마 아빠는 지금 아들이 받는 등수를 받아 본 적도 없었기에(물론 라떼는 한 반에 60명 정도씩 있어서 더 힘들었었지만, 이 등수는 부럽다.) 아들의 걱정이 어이가 없을 때도 있지만, 원래 1등이 가장 불안하고 고독한 법이라고 했다.

진격의 E성향의 엄마는 바로 선생님께 상담 부탁드릴 테니 걱정 말라고 큰소리치고 전화를 끊었다. 바로 불쌍한 고양이 모드로 전환하여 선생님께 아이가 무척 불안해하니 응원의 상담 부탁드린다고, 정말 죄송하고 감사하다고 문자를 보냈다. 사실 정말 좋은 담임선생님을 만났기에(아무리 진격의 E성향이라도) 상담 부탁 문자를 보낼 용기를 낼 수 있었다.

아이는 집에 싱글벙글 웃는 얼굴로 돌아왔다. 선생님께서 세상에 실수 없는 사람은 없다며, 모든 교수나 박사도 실수를 하니 실수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이미 정말 잘하고 있으니 용기를 내라고 응원해주셨다며 아이가 힘을 얻어서 왔다. 엄마는 매일 응원하니 새로운 확신이 필요했던 것 같다.

세상에 다시 나아갈 용기를 얻는 데는 단 한 사람의 응원만 더 있으면 되는 거였다. 그렇게 아이는 한 걸음 성장하였고 힘을 내었다.


나의 손을 괴롭히는 저림과 통증은 30퍼센트 정도 좋아진 후 멈춰서 있는 것 같다. 그래도 글을 계속 쓸 수 있고 아이들을 가르치며 가족을 사랑할 수 있는 힘이 매일 새롭게 생기는 것에 감사한다. 나는 응원의 한마디 대신 아들과 가르치는 아이들의 성장의 모습, 용기 내는 모습으로 힘을 얻는 것 같다. 이 시간을 통해 나에게 짧은 귀 토끼 같은 제빵 능력은 없어도 위로와 응원의 능력이 두배, 세배 늘고 있으리라 믿고 다시 힘을 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