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고 사랑한다

제자리로 돌아가기

by 능쌤

신경초종 수술한 지 한 달하고 8일이 지났다.

왜 가끔 그런 날이 있지 않은가. 갖고 싶었던 것을 가질 수 있을 것만 같은 용기가 나는 날.

우연히 카카오톡 선물하기에 들어갔다가 선물백화점이란 카테고리가 있다는 것을 처음 발견하였다. 백화점이란 말만 붙어도 왠지 근사하고 멋진 물건들이 잔뜩 있을 것만 같은 예감에 기대하는 마음으로 들어갔다. 아니나 다를까 진짜 백화점처럼 층별로 분류가 되어있고 바로 눈앞에 보이는 1층부터 유명한 뷰티 브랜드들이 가득 있었다. 그래도 역시 백화점은 명품이 아니겠는가. 2층 명품 패션을 자연스럽게 누르니 실제 백화점처럼 모든 브랜드가 있지는 않지만 눈앞에 티파니, 불가리 등 명품 브랜드의 액세서리가 나타났다. 그중 불가리 목걸이에 세이브더칠드런 네크리스라는 제목이 붙어있었다.

순간 마음에 소유욕이 넘쳐흐르며 내 기준에 딱 맞는 액세서리가 나타났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결혼 후 예물 외에는 스스로 사 본 적도 없는 목걸이가 갑자기 멋져 보이며 구입하면 어려운 어린이들에게 기부까지 한다니 얼마나 멋진 소비인지 스스로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가방이었다면 이겨내기 어려울 수도 있었겠지만 목걸이여서인지 다행히 잘 이겨내고 카카오쇼핑 화면을 닫을 수 있었다. 사실 정말 기부를 하고 싶었다면 불가리 목걸이 값으로 어마어마하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 구매 욕구를 좋은 일로 잘 포장하여 스스로를 잘도 속이려 한 것이다.

구매 직전에 잘 이겨냄에 감사하고(휴.. 나에겐 정말 비싼 목걸이였다.), 이렇게 물욕이 생긴 것은 통증을 잊어버린 순간들이 있었기 때문이기에 그것만으로도 더욱 감사하기로 했다.


이용대 코오롱등산학교 명예교장은 등산의 완성은 정상을 정복하는 것이 아닌 지형, 날씨, 바람 등 무수한 불확실성을 극복하고 무사히 출발 지점으로 되돌아오는 것이라고 했다. 삶의 완성도 성공과 성취에 있는 것이 아닌 시작한 곳으로 잘 되돌아가는 것이라 생각된다. 내 삶의 완성을 위해 나는 되돌아갈 준비를 잘하고 있을까? 열심히 살았음에도 무언가 이룬 것도 없는 것 같아 허무하다 느낄 때도 있다. 과연 인생에 정상에 오른 적이 있기나 한 것일까?

하지만 아프고 보니 정점은 내가 보기에 최선을 다한 그 순간이면 되었다. 남들의 평가는 아무 의미 없고 부질없는 껍데기였다. 그런데 아프기 전까지 평생 남들에게 멋져 보이기 위해, 스스로에게도 뿌듯하기 위해 꾸미고 치장하며 좋은 직업과 명예를 추구하며 살아왔다. 아프고 나서라도 깨닫게 됨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오로지 감사만 하며 내가 시작된 곳으로 돌아갈 수 있길.


같은 고통의 상황을 아들이 지나가고 있는 중이다. 공부를 잘해 왔기에 남들에게 계속 잘하고 있다는 인정을 누리고 싶은 마음이 큰 것 같다. 고등학교에 오니 공부의 양도 많고 수행 평가와 각종 활동 등 경쟁과 평가가 끝이 없이 진행된다.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하고 만족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잘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커서 힘들어한다. 아무리 존재 자체가 귀하다고, 충분히 잘하고 있으니 걱정 말라고, 네 모습 자체로 사랑한다고 이야기해도 경쟁에 눌려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더 아프지 않고 스스로를 사랑하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사랑하고 사랑한다. 받은 사랑을 흘려보내고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는 마음이 건강한 아이로 자라길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