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중동, 고요함 가운데 움직인다.
아파야 깨달을 수 있는 것
신경초종 수술한 지 한 달 하고 6일이 지났다.
손 저림이 이제까지의 상태에 비해 30퍼센트 정도 줄은 느낌이고 컨디션도 수술 이후의 날들 중 최상의 상태이다. 정말 기쁘고 감사해 가만히 있어도 웃음이 난다. 어쩌면 센 진통제가 효과를 나타내기 시작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얼마나 감사하고 다행인가. 오랜만에 아들 시험공부를 돕기 위해 함께 카페에서 글을 쓸 수 있어 감사하다. 주변에 가족들, 연인과 함께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이 행복해 보이고, 카페 옆에 있는 가게의 보라색 바지와 반달 모양 가방이 눈에 들어온다. 시원한 바람과 맑은 하늘의 날씨도 행복한 마음에 한 몫하는 중이다.
이럴 때일수록 너무 흥분하지 말고 마음을 겸손히 지켜야 한다, 통증은 꾸준하지 않고 오르락내리락하기 때문에 내일 조금 더 아프면 실망으로 마음이 투두둑 무너지기 때문이다.
무언가 나아지거나 성공의 중간쯤 온 것 같은 생각이 들 때 너무 흥분해 이미 나은 것 같은, 일이 성공을 완료한 것 같은 마음을 가져버리면,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의 실망과 좌절이 두배가 되곤 했다.
정중동 (고요함 가운데 움직임이 있다.)을 삶에서 이루고 싶은 갈망이 있다. 진격의 외향형으로써 시작하면 이미 성공한 것처럼 소문을 내고 다니고, 모든 정보를 아낌없이 나누어 줘야 해서 일의 진행이 용두사미가 되거나 나에게 손해가 되는 일들이 많았다. 진정 조용히 잠잠히 정중동의 삶을 살고 싶은데 타고난 성향을 바꾸기는 어렵다. 그래도 아픈 이후로 연락도 거의 못해 모임이나 만남의 횟수가 급격히 줄었다. 좋아하는 운전도 팔 하나로 하려니 꼭 필요한 곳에만 가게 된다. 나의 의지는 아니었지만 고요히 살 수 있는 조건이 갖춰진 셈이다.
두 달만에 설거지를 하고 조용히 앉아 TV를 보면 빨래를 개는 행복을 누리고 있다. 설거지를 하며 기쁠 줄 몰랐다. 설거지를 할 수 있는 손이 되어감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아프기 전까지 몰랐다. 건강할 때 많이 누리고 더 많이 감사해야 되는데 항상 아파야 깨닫는 사람은 정말 어리석고 연약한 존재이다.(나만 그런가?) 고요히 집안일을 누리고 얼른 가서 반달 모양 가방과 보라색 바지를 사 오기로 마음먹었다. 호호호 못 말린다 못 말려. 바지가 작아 구매에 실패할까 살짝 염려가 되긴 하지만... 그럼 아쉽지만 할 수 없지 뭐. 손이 나으면 살도 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