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책감 느끼지 않아도 돼요

통증과 죄책감

by 능쌤

신경초종 수술한 지 한 달 하고 18일이 지났다.

벌써 이틀째 하루에 한 번씩 약을 먹고 있다. 약을 먹으면 조금 더 나아지긴 하지만 저림이 아예 없어지는 것은 아니어서 조금의 저림은 이겨내 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약을 먹고 조금 덜 저린 것이 나을지 매일 고민하지만 어차피 있는 통증이라면 약을 덜 먹는 것을 선택하기로 했다.


수술 전 교보문고에 책을 사러 갔다가 시간이 많이 남아 여러 코너를 돌며 그동안 읽고 싶던 책을 읽었다. 교보문고에 가면 가끔 나를 부르는 책이 있다. 전혀 관심 없던 분야이거나 출간된지도 몰랐었는데 지나가다 눈에 띄어 읽게 되는 책. 그날 나를 부른 책은 '선생님 이제 그만 저 좀 포기해주세요'였다.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책이 나를 불러 세웠다. 이 책은 한의사가 호스피스 병원에서 암 환자들을 돌보며 겪은 일들을 담은 책이었다. 죽음을 바라보며 느끼는 고민과 깨달음을 읽으며 많은 부분에 공감하고, 아픔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백혈병을 겪는 아내에게 마약성 진통제를 투여하면 항암 치료와 골수이식을 할 수 없고, 투여하지 않으면 팔다리를 잘라달라고 호소할 정도로 통증에 시달리는 상황 속에서 선택해야 하는 남편은 얼마나 마음이 고통스러웠을까? 결국 머리를 떠는 아내를 위해 고용량의 마약성 진통제 투여를 남편은 선택하였고, 아내는 얼마 뒤 세상을 떠났다. 자신이 와이프를 죽인 것인지 가슴 아프게 묻는 남편의 모습이 애처롭게 떠올랐다.


죄책감으로 힘들어하는 남편에게 결코 잘못된 선택이 아니었다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신경초종 검사 후 처음 느꼈던 고통이 너무 컸다. 처음으로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받기 전 며칠 동안 팔이 끊어지는 것 같은 통증을 쉬지 않고 느끼면서 죽음으로 향하는 고통이 이런 것이구나 하고 무서웠다. 이 통증으로 죽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것이 더 무서웠다. 죽지 않는 병으로 평생 이렇게 아프다면 살아갈 수 있을까? 내가 정말 좋아했던, 특히 남편이 더 좋아했던 개그우먼 고 박지선씨가 생각나고 얼마나 아프고 고통스러웠으면... 하고 눈물이 계속 났었다. 그 후 약을 먹으며 통증도 아주 조금씩 나아지고 생활도 가능해져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아지고 있다.


대부분의 환자는 고통 속에서 오래 사는 것보다 아픔을 줄이는 선택을 원한다고 생각한다. 겪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마음이다. 그 환자의 남편이 마음의 죄책감을 벗어나 환자를 위한 선택이었다고 믿었으면 좋겠다. 내가 모두 덜 아프고 더 건강했으면 좋겠다. 나도 손마사지기나 한번 더 하고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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