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의 계단을 오르고 있다.

내 맘대로 결정하지 않기

by 능쌤

신경초종 수술한 지 한 달 하고 26일이 지났다.

처방받은 마약성 진통제와 신경통약이 떨어져 다시 병원에 갔다.

오전에는 아이 등교시키고 출근하느라 바빠 여러 날 약을 먹지 못하고 넘어갔는데 통증이 20시간 정도는 견딜만하여 한동안 하루에 한 번만 먹고 있었다. 마약성 진통제가 뭐 좋을까 싶어 스스로 투약 횟수를 줄였던 거였다.

의사 선생님은 통증이 줄고 있어 다행이라 하시며 약의 용량을 줄여서 처방해 주신다고 하였다. 신경통약은 횟수를 줄이면 먹자마자와 다시 먹기 직전의 호르몬 상태 차이가 많이 나 밸런스에 문제가 있으니 적은 용량을 두 번씩 먹는 것이 낫다고 하셨다.(호르몬이 아니고 다른 상태였을지 시간이 지나니 가물가물하지만 밸런스에 좋지 않다는 것은 사실로 기억한다.)

스스로의 몸을 챙긴답시고 통증을 참으며 줄인 약이 사실 더 좋지 않은 결과를 불러왔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아찔했다. 얼른 약국에 가서 처방받은 약을 사서 처방대로 말 잘 듣는 양처럼 다시 먹기 시작하였다.


아이들을 가르치며 이런 실수를 한 적이 많지 않았는지 돌아보게 된다. 가르침의 경험이 쌓일수록 다른 이들의 말을 잘 안 듣게 된다.

내 경험을 정답으로 믿고 일반화해서 적용하며 아이들을 판단하지는 않았는지.. 그래서 오히려 역효과를 만드는 결정은 한 적이 없었는지..


청소년기부터 되고 싶은 꿈 중에 하나가 그릇이 커서 다른 이들을 잘 품어주는 지혜로운 할머니였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 어르신들과 접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나이가 들면 들수록 고집과 아집이 강해져 다른 이들의 의견을 수용하기 어려워지는 분들의 모습을 많이 보게 되었다. 듣는 귀를 열면 더 많은 사람들과 행복한 노년을 즐기실 수 있을 텐데 하고 생각이 들 때마다 안타깝다. 이제는 조금 지혜가 부족해도, 그릇이 크진 못하더라도 경청하는 귀를 가진 할머니가 되면 좋겠다고 바라본다.


통증을 이겨내는 과정이 공부를 하는 과정과 비슷하다고 느낄 때가 많다.

공부를 하는데도 성적이 바로바로 오르지 않아 불안해하는 아이들이나 부모님과 상담할 때 많이 하는 설명이 계단 이론이다. 성적은 시간 대비 정비례 그래프를 그리며 성장하지 않는다. 공부량이 꽤 쌓였음에도 성장하는 것 같지 않아 지칠 때쯤 갑자기 계단이 한 칸 오른 것 같은 깨달음과 자신감을 느끼게 된다. 그 계단의 맛을 본 친구들이 다시 공부할 힘을 얻어 다음 계단까지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영어공부를 하며 계단의 과정으로 성장하여 성공한 케이스를 많이 보았다.

신경초종 수술 후 신경통이 낫는 과정도 계단의 과정을 거치는 것 같다.

처음 수술 후 팔 안쪽 부분의 감각이 전혀 없고 손바닥과 손가락의 저림이 극심하여 약을 먹기 시작했을 때는 매일 개미 한 마리 정도만큼 나아지는 것 같아 무서웠었는데 한 달 정도 지나서 보니 나도 모르게 팔의 감각이 돌아와 있었다. 그 사실을 깨달은 후 며칠을 감사하고 기뻐하며 지냈지만 손바닥 저림과 손가락 힘이 빨리 돌아오지 않아 아플 때마다 또 걱정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한 달하고 20일쯤 지나니 혼자 손톱을 깎을 수 있을 만큼 힘이 회복되어있다.

아직 완벽히 내 손 같진 않고 저릿저릿 하지만 생각해보니 벌써 두 계단을 올라와있음을 깨닫는다. 왠지 세 번째 계단을 올라서면 내 손같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고, 다섯 번째 계단에서는 다시 악기 연주도 가능하지 않을까 기대가 된다.

감사하고 감사하고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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