잽 vs 어퍼컷

by 능쌤

신경초종 수술한 지 드디어 두 달이 지났다. 두 달이 되면 뿅 하고 엄청 많이, 적어도 3분의 2 정도는 나아져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처음 발행한 브런치 북 에필로그에 남긴 것처럼 그저 두 번째 계단을 뚜벅뚜벅 걸으며 회복의 세 번째 계단을 만나길 기다리는 중이다.

하루에 두 번씩 적은 용량의 약을 먹으니 많이 저려서 타이핑을 양손으로 하면 느낌이 멍 할 때가 있지만, 그래도 아프다는 느낌은 확실히 줄어든 것 같다. 이 정도도 얼마나 감사한지...

그런데 글은 이렇게 씩씩하게 쓰지만, 오늘 남편에게 들은 정보로는 손 컨디션이 좋은 낮까지는 잘 웃고 농담도 하며 지내지만, 저려서 손 컨디션이 떨어지는 밤에는 짜증도 내고(내가? 정말?) 농담을 잘 안 받아준다고 한다. 역시 사람은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본모습을 숨길 수 없다. 손들고 반성하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그동안의 글을 브런치 북으로 한 번 발행해보고 나니 무언가 한 단계 성장한 느낌이 들고, 스스로가 자랑스러워졌다. 그와 동시에 다시 글을 매일 조금씩 쓰려니 자전거 페달을 처음 구를 때처럼 박차고 나갈 힘이 필요했다.

아이가 공부를 하는 과정도 글을 쓰는 과정과 비슷하다고 생각이 든다. 공부를 시작하면 문제집도 몇 시간 풀고 암기 과목도 빠른 속도로 외운다. 하지만 시작하기까지 음악도 한 곡 듣고, 물도 마시고, 화장실도 다녀오고, 2분만 더 쉬는 시간을 갖는 등 많은 마음의 준비의 과정을 필요로 한다. 엄마가 보기에는 시간을 낭비하는 것만 같았는데, 내가 글을 쓰거나 업무에 들어가는 과정도 돌이켜보니 별반 다르지 않아 부끄러웠다.

요즘 아들은 1년 동안 참여하고 있는 영재원 수업이 마무리되어가는 과정에 있다 보니 작성해야 하는 보고서와 실험 계획서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다. 새로운 도전은 시작하기 전까지 설레고 신이 나는데, 하는 과정은 오류와 수정의 연속이어서 좌절의 시간이 계속되곤 한다.


아들에게 지금 복싱으로 이야기하자면 잽을 맞고 있는 중이라고 이야기했다.

인생을 살다 보면 훅과 어퍼컷이 날아들 때가 많다. 지금 네가 맞고 있는 것이 어퍼컷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도와주고 막아주는 엄마, 아빠와 선생님들이 계시기에 사실 아직은 잽을 맞고 있는 거란다. 잽을 자꾸 맞고 경험해 봐야 주변에 도와줄 사람이 없어 그대로 당할 수밖에 없는 어퍼컷이 들어와도 많이 맞아 보았으니 이것도 '별거 아니구나, 지나가겠구나.' 하고 충격을 이겨낼 수 있는 거다. 라고...

아이는 이야기를 들으며 한 걸음 더 성장하고 있다. 아직은 라떼를 부르짖는 어른들이 보기엔 별거 아닌 고민으로 잽을 맞을 때마다 이게 잽이 맞는지 물어보고 정신없어 하지만 점점 맷집이 생기고 의연히 버틸힘이 생기리라 믿는다. 나도 통증의 잽을 맞으며 다른 사람들의 통증에 더 공감하고 위로할 수 있었다. 제발 훅과 어퍼컷에도 의연히 버티는 맷집도 생기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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