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의 딸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약에 대한 거부감이 없었다. 가족에게 줄 수 없는 약을 다른 사람들에게 팔 수 없다는 직업 정신이 투철했던 엄마는 아픈 곳에 맞게 약을 바로 조제해 주셨다. 의약분업이 대학시절에 시작되었으니 청소년기까지는 약사의 자유 조제와 판매가 가능하였다. 종종 약국에서 엄마를 도와드렸던 나는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나에게 잘 듣는 약 정도는 파악할 능력을 갖게 되었다.
신경초종을 진단받으며 약국에서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일반 진통제로는 가라앉지 않는 통증이 시작돼 당황스러웠다. 신경초종 1차 검사한 유외과에서 처방받은 일반 약보다 조금 센 마약성 진통제를 먹으며 통증이 조금씩 가라앉았다. 그 덕분에 일상생활에 문제가 없게 되어 통증이 없는 삶이 얼마나 감사한지 알게 되었다.
수술 후부터 수술부위를 소독하고 14일 후 실밥을 제거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집 앞 재활의학과에 다녔다. 수술 후 다시 시작된 손바닥과 손가락 그리고 팔 안쪽 부위의 심하게 저린 통증에 대해 말씀드리고 약을 처방받아 먹었는데, 진통 효과가 별로 나타나지 않아 용량을 조금씩 올리다 보니 주변에 있는 약국에는 처방전에 있는 그렇게 센 약이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 따로 도매상에 주무하고 기다려야 했는데, 그건 자주 처방되는 약이 아니라는 의미였다. 약사 선생님께 더 이상은 약의 용량을 올리지 않을 거라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을 전하니, 이것보다 더 센 약은 마약 밖에 없을 거라고 웃으며 말씀하셨다. 내 신세가 어쩌다 이리되었는지 어처구니가 없어 나도 웃음이 났다. 그래도 주치의 선생님께서 신경초종 수술 후 지속되는 통증이 일반적이라고 말씀하셨으니 다시 희망을 갖고 기다려보련다. 아자! 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