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는 내가 알아서 챙겨야겠다.
신경초종 수술을 한 지 3주와 6일이 지났다. 아들이 학교에서 점심시간에 계단에서 넘어졌다고 전화가 왔다. 보건실 선생님께서 걱정을 많이 하시며 조퇴를 해야 할 만큼 타박상과 찰과상이 있다고 하셨다. 아들은 많이 아프지만 수업을 빠지면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아 부담이 크기 때문에 참고 수업에 임하겠다고 했다. 정말 k-고등은 계단에서 굴러도 참고 수업을 들어야 하는 극한 직업이다. 마음이 짠 하면서도 기특하고 자랑스럽기까지 했다.
혼자 하교하기 어려울 것 같아 학교 지하주차장에 운전해 가니 친구들이 아들을 휠체어에 태워 밀고 왔다. 아들 주변에 착한 친구들이 많아 감사했다. 이렇게 씩씩하고 멋진 아들이 집에 오자마자 다른 집 아들로 변신하더니 계속 아프다며 아가가 되어 부탁하기 시작하였다. 사실 부려먹기 시작한 것이 더 적합한 표현이다.
착한 엄마인 척 살고 있는 나는 열심히 위로하며 이것저것 가져다주고 얼음찜질도 해주고 병원에 가서도 계속 보조해 주었다. 하지만 골절이 없이 타박상이라는 사실을 병원에서 확인하자 내가 더 아프면 아팠지, 진통제를 먹긴 하지만 어찌 타박상이 더 아프랴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였다. 아들이 집에 돌아와서도 계속 아프다 하며 부탁을 하니 나도 아프다는 것을 강조하게 되었다. 그 말을 듣고 서러웠는지 본인은 오늘 넘어졌으므로 더 아프단다. 내 말이 먹히지 않아 엄마는 아직 마약성 진통제를 매일 먹어야 살아갈 수 있다고, 작은 진통제 반 알 먹는 아들을 약으로 이겨버렸다. 이긴 게 좋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물론 아들이 아픈 것보다 내가 아픈 게 백번 천 번 낫다.
평상시 사랑 많은 아들에게 아무리 사랑하는 엄마라도 본인이 아프면 다 소용없다. 오죽하면 남의 염병이 제 고뿔만 못하다는 속담이 다 있을까? 내 노후는 미리미리 알아서 알뜰히 챙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