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뻐지고 싶었다.
5월, 신경초종을 갖고 있었지만 그 사실을 꿈에도 모르던 그때, 얼굴 왼쪽 눈 아래에 작은 뾰루지가 났다. 눈을 아래로 뜨면 살짝 보이는 자리에 있고 손을 얼굴에 대면 만져져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피부과에 가면 계속 많은 돈을 쓰게 된다는 이야기를 들어왔기에 뾰루지만 제거하기로 굳게 마음을 먹고 난생처음 피부과에 갔다. 피부과에서 확인하니 이 뾰루지의 정체는 편평사마귀였다. 얼굴에 사마귀라니. 깜짝 놀랐지만 원래 일반적으로 많이 생기는 것이란다. 분명 시작은 제거였으나 피부과에 가니 나도 깨끗한 피부를 갖고 싶다는 욕심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피부과 시술은 이름도 어려운 종류가 정말 많았다. 지금은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레이저를 이용해 점과 기미를 제거하고, 얼굴색을 밝게 해주는 토닝과 또 다른 레이저를 매주 한 번씩 피부과에서 시술받았다. 레이저를 시술받을 때는 뜨겁고 아팠고, 시술 후 얼굴에 다양한 반창고를 붙이고는 보기에 웃긴다고 생각했다. 가족들에게는 몇 주 뒤 깨끗해져 백설공주 같은 얼굴을 갖게 될 거니 조금만 기다리라고 큰소리를 쳤다.
석 달 동안 시술을 받으니 기미도 옅어지고 얼굴색도 많이 밝아져 마음에 들었다. 피부과 선생님은 조금 더 받으면 완전히 뽀얘진다고 하셨지만 이미 예상에 없던 많은 지출을 하였기에 속으로 멈춰야 한다고 되뇐 후 내년에 다시 오겠다고 인사드리고 용기 있게 나왔다.
시술 후에는 힘들게 밝게 만든 얼굴이 망가질세라 모자도 쓰고 양산도 쓰고 선크림도 자주 바르며 화장도 잘 못하는 나로서는 열심히 관리하였다. 그리고 한 달 후 신경초종 진단을 받았다.
신경초종 검사로 시작된 통증으로 약을 먹으며 나의 관심은 오직 통증이 없는 상태뿐이었다. 어떻게 하면 통증 없이 평안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약을 먹고 수술을 하고 다시 약을 먹고 있다.
온통 아픔에만 관심이 쏠려있다 보니 나의 외모 따위는 이미 관심 순위에서 한참 뒤로 밀린 지 오래다. 남이 어떻게 보든 말든 눈에 보이는 옷을 입고 출근을 하고 (마스크 덕분이기도 하지만) 립스틱도 바르지 않고 민낯으로 나갔다. 어느 날 세수를 하다 문득 거울을 보고 깜짝 놀랐다. 거울에 비친 얼굴이 원래 관리하기 전의 얼굴이 아닌가. 어쩌면 혈색은 더 없어졌을지도 모르겠다. 달라진 점은 편평 사마귀가 없다는 것 하나였다. 피식 웃음이 났다. 도대체 나는 지난봄 동안 무엇을 위해 피부과에 돈과 시간을 썼는가.
인간은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고 현재 가진 것에 감사하기보다 못 가진 것이 아쉬워 바라보는 존재였다. 나도 별 수 없이 욕망에 휘둘리고 넘어져 버렸다. 그때 알았더라면 통증은 어쩔 수 없더라도 피부과에서 제자리로 돌아올 얼굴에 시간과 돈을 쓰진 않았을 거다. 편평사마귀가 있는 얼굴이라도 아프지 않고 넘치는 체력이 있음에 감사했을 거다. 혹시 미리 알았더라면 신경초종을 검사도 안 하고 수술도 안 하고 혹을 데리고 살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의사 선생님께서 얘기해주신 대로 두어 달 후 통증이 사라지면 그래도 수술한 것이 잘한 것이라고 이야기하겠지. 꼭 그렇게 되리라 믿으며 오늘도 이겨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