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을 깎을 수 없어 네일숍에 갔다.

신경초종 덕분에 새롭게 경험하는 일 1

by 능쌤

수술한 지 3주 하고도 3일이 지났다. 아직 왼손은 뜨겁고 아프다.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주먹을 꼭 쥐기도 어렵고, 특히 엄지와 검지를 동그랗게 모으는 것이 가장 힘들다.

그래서 수술 후 현재 가장 힘든 작업이 손톱 깎는 일이다.


인생에서 단 한 번도 손톱을 길러본 적이 없고, 집에서 매니큐어만 발라도 손 전체가 답답해 며칠을 못 버텼었기에 네일숍은 내 삶 영역 밖의 공간이었다.

수술 일주일 후 왼손으로 오른 손톱을 깎아보려 했지만 도저히 손톱깎이를 꼭 쥘 수 없었다. 남편에게 부탁했더니 호기롭게 도전하셨으나 우리가 나이를 잊고 노안의 부작용을 간과하였다. 너무 깊이 깎게 될 뻔한(피를 볼 뻔한) 불상사가 일어나기 전에(정말 다행이었다) 둘 다 놀라 네일숍에 부탁하는 것으로 극적으로 합의하였다.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으니 어떤 기준으로 결정해야 할지 막막했다. 집 앞에는 상가마다 네일숍이 화려하기 자리 잡고 있었고 화려한 손톱 사진들이 나를 유혹하고 있었다.

이럴 때는 가장 쉬운 방법이 맘카페에 물어보는 것이다. 그래서 네일숍을 검색어에 넣어보니 많은 곳이 젤 네일을 하지 않으면 싫어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매니큐어도 답답한 내가 젤 네일은 너무 난니도 높은 도전이었다. 은근히 싫은 소리 못하는 성격인지라 그런 곳에 가면 아무 말도 못 하고 손톱에 보석까지 붙이고 울상을 하고 돌아올 확률이 높았다.

다행히 젤 네일 안 해도 친절한 작은 샵이 바로 집 앞에 있다는 글과 댓글을 보고 야호를 외치며 네이버 예약으로 신청을 하였다.


예약 시간이 되어 떨리는 마음으로 들어가 신경초종으로 수술하고 통증에 시달리다 손톱을 깎을 수 없어 오게 된 사연을 먼저 이야기하였다. 참 없어 보인다 생각되었지만 내가 원하는 것을 정확히 얻기 위해, 또 동정표로 인해 더 친절하게 대해주시길 기대하기에 자꾸 여기저기 갈 때마다 이야기하게 된다.

먼저 손톱을 깎고, 갈고, 손을 스크럽해서 불리고, 마사지하고, 액체를 바른 후 까슬까슬한 부분을 정리하고, 영양제를 바르고, 말리고, 보습을 듬뿍 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손이 이렇게 호강하니 마음이 부자가 된 것만 같았다. 매주 디자인을 바꾸는 멋쟁이들이 보면 웃음이 나올 손톱이지만, 영양제만으로도 반짝반짝 빛나는 손톱이 신기해서 자꾸 웃음이 난다. 아직 아파서 한숨이 나오지만 덕분에 하게 된 새로운 경험에 기분도 새로워져 감사하다. 반짝반짝 예쁜 손톱이 오래가면 나의 기분도 오래도록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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