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스테이츠 PMB 7기] PMF 사례분석
오늘의 과제는 PMF(Product Market Fit)를 찾는 기업에 대한 사례입니다. 이미 PMF를 찾았다고 보여지는 성공사례를 분석할까 했지만, 저는 창업 초기부터 열혈고객으로서 기업의 지난한 피보팅과 변화과정을 애정어린 시선으로 지켜본 퍼블리(PUBLY)의 사례를 가지고 이야기하려 합니다.
"예술은 예술가가 사회를 바라보는 개인적인 의사표명으로 발생의 근원이 매우 사적인데 있다. 따라서 예술가 자신만이 그 근원을 파악할 수 있다. 디자인은 그 동기의 발단이 사회 쪽에 있다. 사회의 많은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는 문제를 발견하고 그것을 해석해 나가는 과정에 디자인의 본질이 있다." 퍼블리의 프로덕트 디자이너는 그 이름대로 예술가가 아니라 디자이너가 되어야 합니다." (PUBLY 디자이너 채용 공고)
"프로젝트 매니저의 목표는 '그냥 좋은 글'이 아니며, 고객의 문제를 고민하고 이를 해결해줄 수 있는 솔루션으로서의 콘텐츠를 저자, 에디터와 함께 만들어 갑니다. 그렇기 때문에 퍼블리는 감수성이 풍부하고 문장을 유려하게 쓸 줄 아는 분보다, 고객의 니즈를 끊임 없이 생각하고 시장을 분석하여 프로젝트를 그 방향으로 이끄는 일을 하고 싶은 분들을 찾고 있습니다."(PUBLY 프로덕트 매니저 채용 공고)
퍼블리의 채용공고들을 살펴보면 공통적으로 '고객'과 '문제해결'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의도적으로 '개인의 성향'보다 '고객과 데이터'를 강조하면서 어느 직무에 관계없이 문제해결에 초점을 맞추는 방식을 지향합니다.
"퍼블리는 직장인의 고민을 한 번에 해결하도록 돕는 서비스를 만들려고 해요. 퍼블리 멤버십 같은 텍스트 형태로 풀 수도 있고 어떤 경우엔 영상으로 해결할 수도, 또 소셜네트워크로 연결해 누군가에게서 지식을 받을 수도 있죠. 원스톱으로 해결해주는 것, 그게 큰 그림이에요.
(박소령 대표)
퍼블리는 '콘텐츠를 통해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기업'이 되고자 합니다. 처음에는 텍스트 콘텐츠에서 이제는 오디오와 영상, 뉴스에 이르기까지 말이죠.
"저희가 주력하는 페인(pain) 포인트는 이런 거예요. 내가 딱 회사 입사를 했어, 그러면 1~3년차 직장인들 사이엔 공통으로 똑같이 겪는 어려움이 있어요. 회의를 어떻게 준비하고, 시간 관리는 또 어떻고, 리포트를 썼는데 어떻게 해야 사수한테 한 번에 통과하지라는 식이죠. 아주 기본기잖아요. 어떤 인더스트리에서 어떤 직무를 하든, 필요한 기본기 세트가 있는데 저희는 이게 큰 시장이라고 생각해요. 저희가 가장 어필을 많이 하고 마케팅 메시지로 밀고, 그것에 반응하는 분들이 유료 결제를 해주고 있어요."
(박소령 대표)
퍼블리가 초점을 맞추고 있는 고객은 '사회에 막 진입한 사회초년생 직장인'입니다. 속칭 '사회생활'로 불리는 일련의 업무와 활동에 대한 노하우는 산업환경의 변화에 따라 급변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업무를 배우는 방식은 '사수에게 도제식으로 배우는 방법'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죠. 그렇다보니 자신이 어떤 회사에 소속되어서 어떤 사수를 만나냐에 따라 그 노하우의 정도와 깊이, 속도가 각기 제각각입니다.
퍼블리는 이러한 부분을 '콘텐츠'라는 방식으로 풀어내고자 합니다. 그 자리가 직장인들이 가지는 가장 큰 '페인 포인트'라고 보고 이를 풀어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는 셈이죠.
"저희의 기본적인 미션은 어떻게 하면 정보와 지식의 격차를 줄이고, 사회의 평균값을 올릴 수 있느냐는 것이에요. (...) 어떤 사람은 정치로 풀고 누군가는 커머스로 풀 수 있지만 저는 그걸 콘텐츠로 풀고 싶은 사람인 거죠."
퍼블리 또한 사업 초창기에 비해 비교적 급격하게 피봇(Pivot)을 진행한 케이스에 속합니다. 초창기에 크라우드펀딩 형태로 진행되었던 텍스트 콘텐츠들의 경우에는 적지만 기존의 기사나 단행본 등에서 접할 수 없는 트렌디한 종류의 롱폼 콘텐츠들이 주를 이루었어요. 그렇다보니 얼리어답터 중심으로 기존의 단행본에서 갈증을 해결하지 못하던 사람들이 '보다 빠르고 적절한 주제를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는 콘텐츠 플랫폼'이라는 방식으로 포지셔닝에 성공했죠.
하지만 이러한 포지셔닝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떤 콘텐츠가 트렌디한 콘텐츠라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은 기준을 가지고 콘텐츠가 기획되어야 했고, 이에 맞는 주제와 주제에 맞는 저자를 선별해서 콘텐츠 작업을 해나가기까지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된다는 단점이 존재했죠.
반면 2021년 현재의 경우, 2017년 동월에 5개의 콘텐츠가 발간되었던 것에 비교해서 25개의 콘텐츠가 발행되는 등 5배에 가까운 양의 콘텐츠가 증가하였고, 동시에 텍스트 콘텐츠외에도 커리어리, 커리어리 스킬업(구 퍼블리 온에어) 등의 다양한 콘텐츠를 발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피봇의 결정요인에 대해 2019년 발간된 <스타트업, 고객의 관점에서 브랜딩하다 : 스타일쉐어, 퍼블리>에서는 '얼리어답터'에서 '얼리 매저리티' 고객으로의 포커싱이 바뀌면서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2017년 말부터 2018년 초까지 퍼블리도 이와 관련해 강렬한 문제의식을 느꼈습니다. 얼리어답터 소비자를 대상으로 도달할 수 있는 가장 마지막까지 왔다고 생각했어요. 크라우드 펀딩 콘텐츠로 리스크테이킹(risk taking)하는 얼리어답터는 대부분 퍼블리를 구독했습니다. 어떻게 메인스트림 마켓으로 넘어가야 할지 고민이 많았어요.
얼리매저리티 고객에 대한 고민을 계속하다 보니, 이들의 니즈가 얼리어답터 고객층과 전혀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콘텐츠 사용 패턴과 결제 동기도 전혀 달랐습니다.
얼리어답터 고객은 보통 콘텐츠 애호가입니다. 퍼블리에서 나오는 콘텐츠를 전부 읽고, 퍼블리 같은 서비스가 세상에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응원과 격려를 보내줘요. 반대로 얼리매저리티 고객에게 콘텐츠는 상품입니다. 돈을 낸 상품으로서의 가치가 없으면 굉장히 빠르게 실망하고 이탈합니다.
텍스트 콘텐츠 시장의 숙성에 따라 기존의 얼리어답터를 초점으로 맞추던 비즈니스 방식에서 얼리매저리티를 초점으로 맞추는 비즈니스로의 피봇을 선언한 셈이죠. 여기서부터 그들이 다루는 '콘텐츠'의 정의가 기존의 '지적 자본'에서 '문제해결수단'으로 바뀌기 시작합니다.
기존의 '정보 혹은 지식 전달'의 방식에서 '문제해결수단'의 과제를 수행하고자 퍼블리는 과감한 도전들을 감행합니다. 2019년 4월, 2017년부터 테스트해오던 서브스크립션 모델을 과감하게 주요 모델로 채택하고 기존의 크라우드펀딩 방식을 완전히 셧다운시키죠. 이는 앞서 언급한 '정보 혹은 지식전달'에서 '문제해결수단'으로 콘텐츠의 정의를 바꾸는 것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인데요. 필요한 정보만을 선별해서 서점을 둘러보듯이 구매하는 방식을 떠나서, 이제는 자신이 가진 다양한 문제들을 '퍼블리라는 서비스'에서 얼마나 많이 만족스럽게 해결하느냐가 주요한 기준이 되는 것이지요. 이 측면은 '고객과 제품의 정의'와 '수익모델'을 align 시켰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렇기 때문에 '텍스트 콘텐츠'라는 기존의 자원 자체에 있어서도 큰 물음표가 뜨게 되는 상황인 것은 명백한 듯 합니다. 정보 및 지식 전달이라는 측면에 있어서 텍스트 콘텐츠는 가장 딱딱하지만 동시에 가장 '빠르게 정보전달이 가능한 수단'입니다. 생각 자체를 문자로 빠르게 표현할 수 있고, 그것을 전달받는 사람은 단시간에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영상이나 경험전달 등 다른 요소들에서 콘텐츠를 생산하는 데에 드는 시간과 비용 측면에서도 마찬가지이죠.
하지만 텍스트 콘텐츠가 '정보전달'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로 그것이 문제를 '해결'하느냐는 결국 이를 소비하는 소비자에게 콘텐츠가 얼마나 '잘 전달되고' 또 동시에 '잘 적용되느냐'까지도 포괄하는 부분입니다. 이 측면에서 텍스트 콘텐츠는 빠르게 정보를 전달하지만, 문해력(Literacy)에 대한 측면이나 이해의 방식 등에 있어서 소비자가 이를 완전히 습득해서 적용하기에는 다소 딱딱한 측면이 존재합니다. 이러한 부분에서는 실제 이러한 지식을 가진 이들이 케이스별로 설명해주는 '사수형 방식'이나 아니면 시각화된 자료를 곁들이는 '영상형 콘텐츠' 등이 보다 유리할 수 있죠.
아이러니하게도 퍼블리는 얼리매저리티 고객을 타겟팅하는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중심 축이었던 '텍스트 콘텐츠'에 대해서도 고민을 지속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 것입니다.
"2020년 들어서 ‘이건 큰 시장인 것 같다’라고 생각한 게 처음 말한 1~3년 차의 직장인이에요. 그들의 페인 포인트는 엄청 크고, 저희가 이분들이 더 일을 잘할 수 있게, 말하자면, 덜 고통받게, 어떻게 하면 야근을 덜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죠."
퍼블리는 처음 텍스트 콘텐츠를 중심으로 사업을 진행하다가 '일하는 직장인'이라는 고객에 포커싱해서 이에 맞는 콘텐츠 플랫폼으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2020년 이후 시장의 크기와 성장가능성을 파악한 후 해당 고객들의 문제를 어떻게 '콘텐츠'를 통해서 풀어낼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어서 사업을 진행시키고 있다. 최근에 리뉴얼하여 초점을 맞추는 '커리어리 스킬업'이 영상교육콘텐츠 등이고 이를 보강하기 위해 영상제작PD와 영상기획PD까지 채용하고 있는 것을 보면 퍼블리는 확실하게 '고객'에 초점을 두고 사업을 확장해나가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퍼블리 창업(15.4.15)
서브스크립션 모델로 전환(19.04)
구독자 1천명 조사(19.09)
유료고객 7천여명 (20.07)
퍼블리 온에어 시작(20.09.23.)
유료고객 1만명(20.12.1.)
유료고객 1만5천명(21.1.8.) : 38일 소요
유료고객 2만명(21.02.19.) : 42일 소요
유료고객 2만 5천명 (21.04.29) : 69일 소요
퍼블리는 2021년에 들어선 직후 2020년 12월 1만명이던 고객이 한달간격으로 5천명씩 증가하면서 4월 29일 기준 2만 5천명까지 확장하는 등 지난 5년여동안 1만명 안쪽으로 머물렀던 고객군을 순식간에 확장하고 있습니다.
그 그림의 형태는 분명하게 J-Curve의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이것이 PMF를 찾았냐고 하기에는 아직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것이 보입니다. 도리어 2020년 12월 이후로 제대로 된 '피봇팅'에 성공해서 새로운 큰 시장에 진입한 것으로 보는 것이 더 적절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지난 4개월간의 폭발적인 성장이기 때문에 이 성장세가 얼마나 지속될지,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이 타겟하기 시작한 시장의 크기 대비 점유율 증가 속도가 얼마나 되는지를 알아보는 것이 중요할 듯 합니다. 영상교육콘텐츠 등으로 확장이 진행되었다는 것은 이미 강호로 자리잡고 있는 Class101이나 탈잉 등과 맞붙어야 한다라는 의미이기도 할테니깐요. 절대적인 숫자의 증가는 확실히 '큰 시장'으로 퍼블리가 진입했다고 볼 수 있지만, 그것이 PMF라 할 수 있는가는 보다 지켜봐야 할 듯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퍼블리가 초창기에 발간했던 여러 콘텐츠에 전율하고, 무엇보다 '적절하게 아젠다 세팅을 하면서도 수익모델을 가져갈 수 있는 콘텐츠 플랫폼이 가능하구나'라는 확신을 심어줬던 것에 열광하면서 지금까지 퍼블리 구독자로 활동해오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2019년 말 퍼블리 취직을 시도하면서 리서치하게 된 퍼블리의 피봇팅 움직임과 이후의 '일하는 사람들의 콘텐츠 플랫폼'이라는 피봇팅 결과물은 얼리어답터 축에 속하는 구독자로서는 많이 아쉬운 부분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선배창업기업으로서 퍼블리가 밟고 있는 행보는 끝까지 자신들의 자원과 강점, 그리고 그에 align되는 고객군과 수익모델, 전략 등에 피봇을 거듭하면서 자기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에서 경이감을 느끼게 됩니다. 결국 필요한 시장을 찾고 필요한 시장에서 '콘텐츠'라는 수단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고 비즈니스를 만들어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가장 전형적인 '스타트업 스피릿'을 갖춘 기업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다만 텍스트 콘텐츠 진영이나 저널리즘 진영 등에 소속되어 있는 분들이 가지는 고민이라 할 수 있는 '유료 텍스트 콘텐츠 시장'에 대한 고민은 또 다른 이들의 숙제로 넘어가게 되겠지요. 물론 지금 가지고 있는 든든한 퍼블리 멤버십 서비스에서 또 다른 돌파구를 통해 텍스트 콘텐츠 시장에 혁신을 보여주길 기대하기도 합니다.
시작부터 지금까지 여러모로 신기하면서도 경이롭고 대단한 기업임은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부디 다음 아티클에서 'PMF를 발견하고 시장을 혁신한 기업'으로 퍼블리를 소개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