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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백수 Jan 13. 2016

출판기념회

강 민 구


 

잘 나가긴 지랄 전기세도 못 냈다

전기세를 못 내도 양주는 먹어야지

출판된 모든 책이 읽히는 건 아니다

신간 코너를 지나 인기 도서 매대에 오른다면 

약간의 생명 연장이 이루어질 수 있겠으나

저 뒤 편 서가 한 구석에 꽂히게 되는 날부터

모든 이들의 기억으로부터 이별하게 되는 것

오냐 잘 나간다 그래서 양주를 먹는다

전기세는 못내더라도 양주는 먹어야지

나는 십중팔구 곧바로 서가에 꽂힐 인간

신간 코너에 있을 때 후배들 목구멍에 그래도

독주 한 잔씩 부어 줘야지

양주는 영광

훗날 오늘의 양주를 내 청춘의 가장 빛나는 날로 추억하게 되는

가엾은 사태가 벌어질 것이다

저 뒤 편 서가 한 구석에 꽂히게 되는 날부터

거기서 만날 우리들은 내가 씨발 이천 십 사년도엔 말야

하며 영광! 양주의 영광!을 부르짖을테지

영광영광 할렐루야다 이 새끼들아 

사 줄 때 먹어라 누가 우릴 읽겠냐



학산문학

2015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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