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백수 Nov 04. 2016

담백한 나날들

2016 <시현실> 가을호

담백한 나날들


강민구


식어가는 커피잔을 보며 나는 덕구의 뒷다리 맛을 떠올렸다

오리고기인줄 알고 먹었던 고기가 사실은 덕구였다는 것을 알고

바들바들 흐느끼는 내게 엄마는 말했지 

덕구도 형아가 튼튼해지는 게 좋을거야

어차피 나는 다리 두쪽밖에 안먹었는데 그럴거면 차라리

다리만 두쪽 잘라먹고 살려 놓으면 안되는 거였나 싶기도 했고

무엇보다 적당히 기름진 덕구고기가 너무 맛있어서

한입만 더 먹겠다고 했던 것이 너무 미안해서 밥그릇을 집어던졌다가

나는 발가벗겨져 집 밖으로 쫓겨나고 말았지


처음이라 그래 오빠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 질거야 얼마든지 더 좋은 사람 만날거야

뻔해도 너무 뻔한 클리셰, 말인지 똥인지 루이비똥백을 들고 너는 나가고

잠시 앉았던 나는 영수증을 들고 계산대로 간다 방금 나가신 여자분이 계산하셨어요


오랜만에 만난 선배 형은 개 다릿살을 질겅질겅 씹으며 

임마 그러면서 어른 되는 거야 라는 자동 채팅 어플 같은 되도 안한 말을 위로랍시고

그래 덕구도 없고 너도 없는 세월이 흐르는 동안 나는

개고기를 먹고 튼튼한 어른이 되어 더 좋은 사람을 만날거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