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시현실> 가을호
호호호
강민구
이백일호 남편은 못하는 게 없어
가정적이고 돈 잘 벌고 매일 아침 고추가 서는 사십대라니
몇 달 전 반상회때는 이백일호가 친정에 가서 그 양반이 대신 나왔는데
아니 글쎄 얼굴까지 잘 생겼더라니까
그런 사람은 사회적으로도 존경받아 마땅해
놀이터 바닥에 떨어진 사탕에 들러붙은 개미처럼
온갖 난다 긴다 하는 사람들이 그의 곁에 붙어있었다지
어느 날 한 개미가 말했어
선생같이 훌륭하신 분이 뭐하러 남 밑에서 일을 하십니까
아니 그럼 어떡합니까 제게는 처자식이 있는걸요
허허 돈도 깨나 버신 분이 굴릴 줄을 모르시고
당신에게만 특별히 알려주는 정보는 언제나 향기롭고 위태롭지
어려서부터 체육시간 달리기건 산수경시대회건 거칠 것이 없던 그가
처음으로 어떤 일에 소질이 없다는 걸 발견했을 때
그는 이미 여의도와 마포를 잇는 다리를 걷고 있었어
직진을 하면 마포 후진을 하면 여의도
앞만 보고 달려나가면 아무 일도 없었을 인생아
어째서 오른쪽을 바라봤을까
이번 반상회에도 여전히 생글생글 웃으며 이백일호는 말하더라고
죽었으면 떠올라야죠 저희 남편이 얼마나 수영을 잘 하는데요
하기야 그렇게 못 하는 게 없는 양반이 딱 한 번 미끄러졌다고
그렇게 단번에 무너질 수야 없지요
맞아요 어디서 잘 지내고 계시다가 다음달쯤엔 돌아오시지 않을까요
그럼 다음 반상회는 이백일호에서 하기로 해요
어머 그럴까요 저희 남편 음식솜씨가 또 얼마나 기가 막힌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