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고 있는 강건한 관계란 어떤 것일까?
결혼 소식이 자주 들려오는 요즘입니다. 새로운 만남에 대한 소식도, 이별에 대한 소식도 함께 들려오는 것 같습니다. 근래 연애, 결혼 등 두 전혀 다른 사람이 맺은 진한 관계에 대해 고민을 해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정기적으로 만나는 가까운 지인들이 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엔가 결혼을 고민하는 것, 결혼을 준비하는 것, 결혼을 한다는 것, 그리고 그 이후의 삶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는 빈도가 잦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연인이 있던 지인, 특히 관계의 기간이 길어질수록 주제에 대한 이야기가 점점 더 잦아졌습니다. 잘 알지도, 크게 고민하지도 않았던 주제라 생소하지만 흥미롭게 듣곤 했죠.
'현실적', '이성적'이라는 수식어가 어느새인가 자주 붙더니, 이야기는 금세 고민 상담으로 변모했습니다. 으레 그렇듯, 많은 마주하고 싶지 않은 고민과, 충돌, 갈등 등이 이야기 곳곳에 녹아 있었습니다. 새롭고 흥미롭던 이야기는 금세 듣기 버겁고, 불편한 어조로 뒤섞여 이내 지인들과의 만남을 꺼릴 정도가 되었지요.
그것도 어느새 몇 년이 지나, 이제 저도 제가 용기를 내어 만나는 한 사람이 생겼습니다. 적어도 그 사람이 하고 싶은 것이 있을 때, 하지 않는 경우는 있더라도, 못 해주는 경우는 없도록 하자는 욕심이 생기게끔 되었습니다. 힘들 때 도와주고, 지켜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욕심을 갖게끔 했습니다.
그다음은, 그 사람도 제게 기댈 곳을 줬으면 했고, 그 사람도 내 마음과 같았음 하는 욕심이 들었으며, 앞으로 이 사람과의 삶을 살아갈 때의 모습은 어떨지 이따금 상상하기도 해 봅니다. 어느새 아름답고 보기 좋은 것들로 장식된 한 폭의 그림 바깥은, 여러 물감들과 도구들로 어질러져 있습니다, 그야말로 난장판입니다. 언제 어떻게 정리할 수 있을까 고민이 됩니다. 걱정이 많아집니다.
그렇게, 오랜만에 지인들을 만났습니다. 껄끄럽던 이야기에 귀를 쫑긋 세우게 됩니다. 마치 제 일인 양, 유심히 듣고 고민해 보게 됩니다. "나는 어떨까, 우리는 어떨까, 어떤 방법이 가장 옳았을까, 최선이었을까, 최선이 있기나 했을까?". 한 명은 위기인 것 같습니다. 서로를 진심으로 좋아하고, 사랑하고 이해하는 듯 하지만, 현실이라는 벽 앞에 서로가 그 벽을 바라보는 방식이 다름을, 그리고 그 간극이 좁혀지기가 매우 힘듦을 직시하고 있나 봅니다.
한 명은 문제를 돌파해보고 있는 듯합니다. 위기가 찾아오고, 산재한 문제들에 갈등의 골이 깊어진 때도 있었지만, 조금씩 양보하며 단단히 조여매 풀기 어려워 보이는 것들을 조금씩 풀어가는 것 같습니다.
생각했습니다, 위기가 왔을 때, 문제가 생겼을 때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아니 그 이전에 이 위기는 왜 온 것일까? 위기가 있건 없건, 그것을 함께 잘 풀어갈 관계란 어떤 것일까?
혼자였을 땐, 혼자 고민하고 답을 찾아내려 하던 것을, 혹은 그 찾은 답이 스스로 옳다며 단정하던 때를 떠올리며, 함께란 아마 그런 것은 아닐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아직 이르지만, 제가 아끼는 그 사람에게 어렵게 참 어려운 이야기를 꺼내보았습니다.
2시간이 넘게 산책하며, 어떤 정답을 찾지는 못 했습니다. 뭐가 옳은지도 모르겠고, 현실이란 벽은 어쩌면 가장 현실적이고 그릇된 무기로 부술 수 있는 것 아닌가 합니다 (네 많고 많은 돈을 말합니다). 다만, 힌트는 얻었습니다. 질문을 고민하고 해결하는 주체가 더 이상 '나'가 아니게 되었습니다.
문제가 생겼을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와 같이 생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느새, 문제에 대한 생각을 할 때, 우리는 더 이상 '나', '내'라는 단어를 쓰기보다, '우리'는 이란 단어를 자주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위기는 계속 올 것이고, 위기인 이상 우리가 어떤 상황에 놓여있건, 참 풀기 어렵고 고통스러울 것 같다고 공감했습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그 어떤 상황이 놓이건 함께 혹은 우리라는 것을 뚜렷이, 하지만 조용히 인식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서로가 바라보는 방향이 참 다릅니다. 너무도 다른 것들이 많아, 갈등도 많고, 피곤하기까지 합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고, 왜 이래야만 할까 싶습니다.
그러나 그런 것들이, 어렵지 않은, 그런 피곤한 일들을 함께 할 것이고, 해야 하고, 이 사람과는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 때. 그런 강인한 신뢰가 쌓이고 부서지고 다시 쌓이는, 그런 회복탄력성을 지닌 때.
아마 그때야말로, 바래 마지않던 강건한 관계의 완성을 볼 때가 아닐까 싶습니다.
정답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있다고 할지라도, 그건 끝에서야 볼 수 있을 것 같고, 그때마저도 못 볼 것이 아닐 것 같기도 합니다. 삶과 그것을 이루고 있는 제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것들을 위해, 제 고민의 흔적과 그것을 해결해 보는 시도들을 계속해서 남겨보고 싶습니다.
설령 오늘의 이야기가, 훗날에 제가 코웃음이나 치는 것들 이래도, 남김으로써 쌓아지는 것들이 있다고 생각하니깐요.
만남과 헤어짐이 참 많은 계절인 것 같습니다. 모쪼록 아프지 말고, 다들 건강하게 맛있는 것 먹으며 따듯한 겨울을 났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