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업무 일지: 는 폭파

끝은 또 하나의 시작이랬더랬지

안녕하세요, 다들 만수무강, 무병장수, 수복강녕하고 계시기를 바랍니다.


오늘은 일종의 생존 소식 및 약간의 업데이트를 드리고자 왔습니다.


지난 2~3년이 너무 고되었습니다. 지금도 현재 진행 중 입니다. 마지막 회사라 생각하고 어떻게든 버티고, 배우고, 뭔가 새로운 것을 해내고 박수칠 때 떠나겠다고 큰 포부를 안고 입사했거늘...


저는 정말 다양한 산업의 많은 스타트업에서 소속되어 경력을 쌓아왔습니다. 때로는 제가 자진해서 주말을 반납하고 대표님들을 도우러 다니기도 했고, 초기 스타트업의 그 분위기와 템포가 너무 좋아서, 언젠가 제 창업을 꼭 하고 싶어서, 남들 더 좋은 소위 빅테크 기업 등으로 이직할 때 제 심리적 마지노선을 시리즈 B로 선 긋고 그 주위를 맴돌았습니다. (*그렇다고 빅테크갈 깜냥은 되었느냐 묻는다면... 아닙니다..헤헤)


이렇게 오래 다니다 보면, 어떤 제 6의 감각과 같은 촉 비슷한 것이 생깁니다. 한 때 잠깐 VC에서 머물렀던 짬바일까요, 아니면 스타트업과 대표님들을 여럿 경험하고 함께 일하고 봤던 것에서 비롯된 일종의 직관력일까요.


저는... 회사가 망하기 직전에 귀신 같이 알아챕니다!


사업이 부도나 폐업까지 다이렉트로 꽂는 경우는 사실 애초에 큰 시그널이 눈에 띄게 있지 않고서야 쉽지 않습니다. 저 같은 팀원 나부랭이가 깨닫기도 전에 CFO건 FP&A건 뭔가 재무나 거래 흐름에 가까운 사람들이 보통 먼저 알아채고 내부적으로 쉬쉬하거나, 불을 끄고 체력을 늘리기 위한 다른 조치를 하기 마련이죠.


근데 전 뭐랄까..


항상 입사하면 팀원과 같은 팀이 아닌 다른 동료분들께 커피챗을 요청합니다. 가끔 1:1 점심 식사를 요청하기도 하구요, 겉으론 사교성이 넘쳐보이는 신규 입사자 정도로 생각하실 수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구요, 호기심에서 비롯된 것 입니다.


그렇게 많은 커피챗과 식사를 하다보면 은연중에 혹은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얻는 언어적/비언어적인 신호들을 하나 하나씩 쌓아가게 됩니다. 각 팀원들간의 관계, 팀 내부의 어떤 걱정이나 우려거리, 경영진에 대한 평가, 최근 의사결정의 과정 및 결정 사안, 회의 절차, 팀원들의 회사에 대한 평가, 그들의 소통 방식, 협업 및 업무 진행 방식, 각종 업무의 타임라인 등..


이런 저런 정보들을 수집하다 보면, MBTI N에게만 발동되는 촉에 의거한 상상의 나래들이 펼쳐집니다.


보통 제가 이 촉을 느끼면 길면 1년, 짧으면 3개월 내에 회사에는 경영, 재무, 운영 측면에 큰 리스크가 한번 옵니다. 사실 저 스스로의 촉인데도 항상 믿지 못하고 속으로 하는 우스갯소리 마냥 넘기곤 했습니다. 망할 회사면 결국 망했을거고, 될 회사면 결국 잘 될거니까, 제 촉이 뭐라고..근데 이게 5번이나 반복되니 이쯤되면 좀 믿어도 될만한가 싶습니다.


결국 5번째 촉을 무시했던 것이, 화근이 되었거든요.

저는 4번째까지는 다음 회사에서의 이직 권유가 때마침 왔었습니다. 그래서 순조롭게 이직할 수 있었습니다.그런데 4번째 이후가 되니, 커리어 걱정도 되고, 사실 이제는 정말 죽이되든 밥이되든 한번 끝장을 어떻게든 보고야 말겠노라 다짐하고, 임금이 밀려도 버티고자 했습니다. 결국 저는 5번째의 촉이 왔었고, 당장 회사를 나가거나, 아니면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 중 한명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결과는 3개월의 임금이 밀려 생활이 어려워지는 순간이 왔고 (비상금을 야금야금..), 여자친구에겐 불안을 가족을 책임지기도 어려운 순간까지 도달해서야 권고사직과 함께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나의 업무 일지는 원래 제가 새 마음 새 뜻으로 하나씩 배워가는 마음을 하나씩 녹여보려 했던 것인데. 이렇게 폭파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나의 업무 일지는 마무리하고, 나의 퇴사 일지를 보충해서 작성해보려 합니다.


지나가듯 한번씩 훑어주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사실 뭔가 토해내고 싶었습니다. 저의 생각과 쌓아놓은 기억과 감정들을 잘 정리해서 토해내보고 싶었습니다. 저 혼자만의 공간에 묵혀두는 것이 아닌, 공개된 곳에 약간의 익명성을 빌려서요. 주저리 주저리 우선 제가 폭파하는 이유는 설명하고 넘어가야 할 것 같아 글이 늘어졌습니다만..(용서해주세요..)


우선 새로운(?) 시리즈는 제 비공식 경력의 첫 이직 이야기부터 시작해보려 합니다. 어느 누군가는 제 이야기를 보고, 누군지 유추하실까 겁도 납니다. 근데 그냥 흘러가는대로 냅두어 보려구요. 근데 갑자기 왜 찾아와서 이런 두서 없이 난잡한 글을 싸지르냐구요?


저는 항상 스타트업과 창업자 그리고 팀원분들에게 어떤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이기를 바랬어요. 제가 할 사업도 그런류의 사업이기를 바랬습니다. 제 경험들이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전 여전히 스타트업이 가슴이 뛰고 꿈이 살아 숨쉬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스타트업의 90%는 1년내 폐업하거나 죽음의 계곡에 들어간다고 해요. 저는 90%를 겪었고, 늪에서 탈출하지는 못했어요. 창업자 보다는 얕은 경험이겠으나, 사고난 차량의 핸들을 쥐고 있는 사람은 볼 수 없는.. 동승자만이 볼 수 있는 것들도 있지 않겠어요?(아마도..)


해외에는 이런 실패사례만 모아 놓은 뉴스레터도 있대요. Failory라고, Story랑 Fail이랑 합쳤나봐요 헤헤.

그래서 시작합니다. 근데 왜 갑자기 지금? 뜬금 벌써 1.5년이 지난 지금? 그게요.. 저 항상 주저하고 미루고 나태한 습관 투성이거든요. 딱 한 가지 해야할 것만 집중하는 편이고, 그 밖에 다른 것들을 잘 못해요. 그래서 아 이것도 그냥 포기해야지 싶던 순간..


우연히 Just Do It 패러디 영상을 봤어요. 평소라면 그냥 "아, 오, 나이키." 하고 말았을텐데, 오늘은 Just Do It ("그냥 해") 라는 말이 새롭게 들렸어요. 그냥 피상적으로 이해하는 "그냥 해"가 아니라,


"어려울거야, 힘들거야, 귀찮고, 미루고 싶고, 좀 더 생각하고 공부하고 정리하면.. 준비가 되면 해야지 라는 생각도 들거야. 근데 그거 전부 핑계야. '그냥 해'라는 말은, 머리로 생각하지말고 몸부터 움직이라는 뜻이야, 어렵고 모르겠지. 근데 일단 행동하면, 그 다음 행동을 뭘 해야 할지 알게 될거야, 모르면 그 때 생각해"


라는 뜻으로 다가왔어요.


그래서 일단 브런치를 켰습니다. 저는 언젠가 글로'도' 성공하고 싶거든요 헤헤..


이 글 보신분들, 잘 부탁드립니다. 사랑합니다. 행복하세요. 느닷없는 복이 마구 쏟아지는 매일 보내시기를

간절히 기도할게요.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