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퇴사 일지 4편
원래하고 싶던 것들과는 다시 요원해진 느낌이고, 배우고자 목표했던 당초의 욕심 대비해서는 많이 이룬 것 같지 않았습니다. 너무 짧은 기간이었고, 그 짧은 기간 동안에 무언가를 배우고, 시도하고, 노력하고, 처절하게 앞으로 나아가지는 못했던 것이 못내 아쉬웠습니다.
그 공허함이 크게 밀려왔지만, 다행히 아직 졸업 전이라 졸업 논문이라는 핑계로 다른 곳에 에너지를 조금이나마 쏟으며 스스로를 위안할 수 있었습니다.
기회를 찾아보고자 매일 매일 VPN을 써가며 중국에서는 접근이 금지된 구글링을 해보고, 중국 검색 엔진 바이두(Baidu), 쏘고우(Sogou) 등 다양한 툴로 이것저것 찾아보고 있었습니다.
중국은 1년에 1~2회, 5년에 1번 정치적으로 큰 행사가 열립니다. 인민대표대회(人民代表大会), 그리고 중국 전국대표대회(全国代表大会)라고 칭하는 행사로, 통상 주요 정치 및 행정 요직의 임명을 목적으로 열립니다. 동시에 중국 정부 및 각 지방 정부가 어떤 전략적인 목표를 가지고 어떤 산업을 키우고, 어디에 돈을 쏟고, 투자를 할 것인지 큰 방향성을 정하기도 합니다.
마침 그 때 하이난(海南) 지역 및 칭다오(青岛)를 비롯한 연안 지역을 핵심 무역 지구로 키우겠다며, 훗날 심천(深圳)이나 홍콩 등이 수행하고 있던 기능의 일부를 분담할 수 있도록 투자하겠다고 했습니다. 외국인 자본 유치에 대해서도 공격적이고, 중국에서 가장 어렵고 귀찮은 비자 발급 또한 해당 지역에 사업자 등록을 희망하는 외국인에 한 하여 비자 발급도 1주일 내 가능하겠다는 등 다소 파격적인 공약들이 난무하고 있었습니다.
졸업 뒤, 아직 한국으로 돌아가긴 이르다며, 중국에 머무르며 기회를 찾고자 했던 저는 비자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현지 조사를 해봐야겠다며 이곳 저곳을 떠돌며 '유학생 기자'를 자칭 마구잡이로 행사마다 찾아가 행사 주최측과 인터뷰를 해보거나 행사 참여자 중 발표자 아무 사람을 잡아서 인터뷰 15분만 달라며, 목적 없는 기회를 발굴하기 위한 발버둥을 연잇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큰 VC가 찾아오는 행사가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고, 하이난 섬에서 제가 묵고있던 숙소에서 반대방향에서 행사가 열린다는 소식에 참여 여부를 마지막까지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전화가 울렸습니다. 당일 이곳 저곳을 들쑤시며 인터뷰 한번만 해달라 부탁했던 것이 효과가 있었는지, 당시 하이난성의 과학기술청 (국내로 칭하면, 과기부의 지역 총괄)청장과 면담을 할 수 있는데 차량 이동간 30분 정도만 할애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이게 어떤 기회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놓치면 후회할 것 같다 싶어, 저도 그 행사 참여를 위한 티켓을 신청하고, 택시 인터뷰가 나쁘게 흘러가도 행사라도 구경하고오자 하는 마음에 동석하게 됩니다. 인터뷰는 생각보다 순탄하게 흘렀고, 한국인 유학생이 중국에서 하필 하이난까지와서 관련 내용을 홍보해주겠다는 마음씨가 기꺼웠는지, 인터뷰간 질문에 흔쾌히 응해주신데다가, 개인적으로도 관심을 많이 가져주시고, 떠나기 마지막 날에는 식사를 베풀기도 해주셨습니다.
사실 결과만 말씀드리면, 하이난에서 겪었던 좌충우돌 인터뷰들은 크게 효과는 없었습니다. 어떤 기회로도 이어지지 못했구요. 좋은 인연을 만났고, 이어졌다는 것이 전부일듯 합니다. 그 밖에는 중국내 관영 매체 그리고 한국 내 중국 관련 블로그에 한번 언급된 정도 였습니다. (ㅎㅎ 아직도 검색하면 중국 매체에 제 이름이 뜨는게 참 신기합니다.) 근데 그곳에서 새로운 기회에 닿았습니다.
제게는 너무도 생소한 영역이었습니다. 사업이나, 스타트업은 관련 매체나 콘텐츠가 마구 쏟아지고 있던 시점이기도 하여서, 관련 정보를 접하고 이해하기가 쉬운 환경이었지만. 그들을 투자한다는 VC에 대한 내용은 접하기가 매우 어려웠습니다. 어떤 과정으로, 어떤 것을 살펴보며, 어떻게 투자 결정을 하는지, 투자를 하고 난 뒤에는 어떤 일이 생기는지 알 수 없는 것 투성이었습니다.
그날 하이난의 VC 컨퍼런스에 방문해 처음으로 그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발표하는 내용들은 VC가 투자한 스타트업들의 피칭 기회, 하이난 정부와의 협력으로 어떤 것을 할 것이다 라는 계획 외에는 별게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 날의 만남이 훗날 이 컨퍼런스를 주최한 그 VC에 합류하게 되는 초석이 되었습니다.
- 다음 편에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