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일을 하는데에 적당한 때란 없다" - Mark Twain
이전 편들을 살펴보시면서 그리고 이전에 제가 본 계정을 운영하면서 작성했던 글들을 보시면 어렴풋이 제가 어떤 일을 해왔었는지 유추하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블록체인, 암호화폐, 코인, 웹3라는 키워드로 수식되던 소위 웹3 혹은 블록체인 산업에서 종사했습니다.
2016년 한 선배의 권유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라는 코인의 백서를 읽었고, 기술적인 영역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이, 제가 당시 전공으로 공부하던 정치, 철학, 거버넌스, 경제, 행정과 매우 유관했습니다. 저는 실제로 현대의 대부분 정치 체제와 거버넌스 시스템에 대한 피로와 염증을 느끼고 있던 터라, 최신 기술과 개념의 형태로 해결할 수 없을지를 적잖이 고민하고 있었던 시점이었습니다.
그 때, 블록체인이 제공하는 조건부 익명성, 자율성, 탈중앙화, 비가역성, 무신뢰성과 같은 성질은 과거 플라토가 이야기한 철인왕이 개인이 아닌 한 시스템으로도 구현될 수 있겠구나의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다음 세대를 뒤바꿀 거대한 흐름에 뛰어들 때가 운좋게 살며 쥐어지는 때가 온다면, 이 때가 그 때라 생각하며 블록체인 백서를 닥치는대로 읽고 모르는 부분은 소수의 선배 전문가들이 해체해주신 블로그 글을 읽으며 배움을 보충하고, 관련 컨퍼런스를 닥치는대로 참가해 이것저것 물어보던 것이 이렇게 기회가 닿아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사건의 전개와 내막을 이해하려면 제가 어떤 산업에서 어떤 지식을 갖고 있었는지 배경을 설명드릴 필요가 있었습니다. 블록체인은 "투명성"이라는 특징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아마 다른 분들은 은행 거래를 하시면 입/출금, 결제 내역이 토스와 같은 앱이나 은행 전산망에 기록됩니다.
이 기록된 내용은 은행에서도 소수의 접근 권한을 지닌 일부만이 조건부로 열람이 가능합니다. 개인 정보 보호로 인해 기록의 당사자인 본인을 제외하고선 거의 못본다고 보아도 무방합니다.
근데 블록체인은 그렇지 않습니다. 블록체인의 익명성은 이게 "김아무개"라는 사람임을 증명해주거나 그것을 유추할 정보를 주지 않는 한편, 투명성은 입/출금 내역부터 결제 및 온갖 금융 활동 거래내역이 "모두가 볼 수 있게" 까있습니다.
자 이제 저 커뮤니티의 한 멤버가 던진 의문 "투자 자금 출처가 이상한데요?"로 돌아가보겠습니다. 저희는 투자를 받을 때, 당연히 ICO라는 나중에 우리 회사의 주식에 준하는 코인(우리회사 코인)을 줄테니, 지금은 현금에 준하는 코인(이더리움, 비트코인 등)을 받는 투자 모금 행위를 했습니다. 물론 모두 합법적으로 진행했죠.
그럼 투자 자금 출처를 왈가왈부할게 무엇이 있느냐? 할 수 있습니다.
당시 ICO는 새로운 대체 투자 자금 모집 방안으로서 활발히 활용되고 있었고, 현재도 웹3에서는 가장 대표적인 자금 모집 행위 입니다. 다만 계속 불거지는 문제이자, 불공정성으로 대두되고 있는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소위 ICO 풀 방이라는 곳 입니다. (*사실 정확한 명칭이 기억이 안나서 기억나는대로 작성했습니다)
ICO는 성공 확률이 사실 그리 높지 않습니다, 10개 투자하면 2개 될까 말까 정도.. 다만 성공적인 투자를 통해 훗날 그 코인이 어떤 거래소에 상장을 하면 손쉽게 5배~10배는 회수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도 합니다. 역대 ICO ROI를 계산한 곳을 찾아보면 최대 수혜를 봤던 코인은 수백/수천배에 달합니다. 100만원 넣어서 수십 수백억 자산가가 되었다는 말이 허황이 아닌 경우가 여기서 자주 발생합니다. 아마 주변에 코인으로 부자됐다는 사람들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2017~2021년 사이에 부자된 사람들 대부분이 이런 ICO나 초기 투자에 성공한 사람들 입니다. (*지금은 잘 모르겠습니다, 어렴풋이 들리는 정도만 알구요)
이런 성공 스토리에 끌려 많은 투자자들이 들어왔으나, 기술적으로도 난해하고, 일반 사용자가 관련 정보를 해석하고 찾아내기란 쉽지 않습니다. 특히 중산층 투자자가 주로 많던 5060세대의 투자자분들에게는 특히나 낯선 환경이었습니다. 이런 분들을 대상으로 본인 돈은 아주 적게 넣고, 나머지 투자자들을 모집해서 소위 Pooling을 하는 팀 혹은 개인들이 많았습니다. ~~Partner, ~~Ventures, ~~Capital이라며 마치 금융 기관인 척 하는 곳들이지만 실제로는 그냥 개인이거나 2~3명으로 구성된 팀들입니다.
이들은, 우선 적게는 10억에서 많게는 100억까지 모집을 도와주겠다며 블록체인 기업들에 접근하고 대신에 ICO 대비 10~30% 저렴하게 심할 때는 50% 이상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합니다.
그럼 일부 프로젝트는 그를 승낙하고 이 돈을 받습니다. 어쨌든 빨리 모집을 종료하는게 가장 큰 목표이니까요. 문제는 Pooling방이 안전하게 운용되고 있느냐 입니다. 거의 그렇진 않았습니다. 모집된 금액을 본인 소유의 다른 블록체인 상의 계좌로 옮기고 잠적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투자까진 진행하되, 본인이 먼저 받은 코인을 전부 팔고 잠적하거나, 사기나 기망 행위가 난무하고 있었고.
이 행위가 반복되고 활개를 칠 수록 해당 프로젝트에 대한 브랜드 평판과 신뢰는 말할 수 없이 바닥을 찧습니다. 프로젝트를 믿고 신뢰하고 투자한 일반 ICO 투자자들은 이런 상황을 적절히 관리하지 않는 프로젝트 투자 및 운영 팀을 힐난하며 기존 투자자를 비롯한 신규 투자자의 이탈은 이어지던 것이 당시 상황이었습니다.
저를 비롯한 저희 팀은 이런 상황을 너무 잘 알고 있었고, 이미 ICO 물량의 수배에 달하는 물량을 비공개 기관 투자자 모집을 통해 종료해서 상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동시에 최대한 깔끔하고 깨끗한 이미지와 신뢰도 형성을 위해서 특히나 조심해야 할 것들에 대해서는 신경써야 한다고 생각했었죠.
당시엔 순진하게 그정도로 선을 넘는 일은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어쩌면 제가 당시에는 일반적인 관례에 불과한데 과장 해석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만), 일부 적잖은 물량이 ICO 당시보다 조금 빠르게 저희 블록체인 상의 모집 계좌에 입금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것을 확인한 한 전문가 분께서 커뮤니티에서 당시 운영진이던 저에게 전달한 것이었구요.
이미 수년 전에 지난 일이고, 자세한 내막을 설명드리기엔 입장산 난이한 것이 있어 여기서 공유키 어렵지만. 결론만 말씀드리면, Pooling 방으로 부터 모집을 한게 맞다고 했습니다. 다만 이게 법적인 테두리 내에서 문제가 되지 않을 뿐더러, 쉬이 발견되는 일이라, 당시에 경영진은 크게 괘념치 않았던 것 같습니다.
당시 경영진과 별도로 움직이던 전략과 투자를 전담하던 컨설턴트가 한 명 있었는데 그가 주도했던 일이었고, 이게 문제가 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저는 사실 그 이야기를 듣고서 커뮤니티에 한창 쟁론이 오갈 때 사측을 대변하는 입장으로서 계속 방어하긴 했으나, 막상 실제로 믿고 있던 형 같은 창업자의 입으로 이야기를 들으니, 조금 충격이었습니다.
같이 실재하는, 실제의 멋진 사업을 만들자고 했던 것으로 이해했는데, 사실 그 과정은 생각보다 깨끗치 못한 길이었던 것 같습니다. 어쩌면 제가 너무 순진한 것일수도, 순진했던 것일 수도 있습니다. 어떤 길이든 매우 엄격한 도덕/도의적 가치 잣대를 들이밀면 문제가 아닌 것들이 없을 것이다 라는 조언도 들었습니다. 위법 행위만 아니면 괜찮지 않느냐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근데 제 아집은 아닌 것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뿌리 깊었습니다. 지금도 그 때의 제 결정이 맞는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근데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제가 느낀 배신감만큼이나 누군가의 배신감에 저 또한 한 술 얹었다는 것이 너무 창피하고 괴로웠습니다. 지금도 부끄럽습니다.
마크 트웨인을 잘 모르지만, 어디선가 전해들은 이 격언 하나만큼은 오래간 기억에 남습니다. 저라고 한치 부끄럼 없이 살지 않았습니다. 많은 결함과 실수로 쌓아올린 역사가 있어 여전히 문뜩 떠오를 때면 이불을 걷어차며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그 따위로 살지 않겠다며 소리를 빽지르고 싶은 것이 많습니다.
위선자가 뭔지, 위선이 뭔지 여전히 이해가 안됩니다. 저는 적어도 제 인지와 지각이 닿는 범위내에서 잘못됬다고 판단한 일은 하지 않고, 옳다고 여기는 행위를 계속해서 쌓아올리고, 만약 범위 바깥의 실수와 오류가 있다면 모두가 그렇듯 용서를 구하고 다시는 그러지 말아야지를 반복하는 그냥 평범한 사람이고 싶습니다.
입사 후 약속됐던 토큰(코인) 보상을 모두 포기하고 저는 이탈을 결심했습니다. 열심히 설득했습니다, 받은 것은 돌려주고, 공지를 다시 하는게 좋을 것 같다. 이런 식의 방안은 좋지 않은 것 같다. 속이는 행위 말고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다른 기회를 찾아보자고 설득했지만. 사실 마땅한 더 좋은 해결책이 없는, 실속 없는 위선자의 속삭임에 불과했었나 봅니다.
이를 알지 못했던 것도, 알고서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못했던 저에게 너무 실망스럽지만, 더 이상 이 팀에 있는 것이, 이 회사의 사업을 함께 하는 것이 자랑스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당시 제가 생각할 수 있던 가장 올바른 행위는 회사를 떠나는 것이었습니다.
아 참 까먹을 뻔 했네요. 부끄러운 내부 사정과 개인적인 이슈로 저는 결국 이탈했습니다. 그리고 중국에서의 경력이라 그런지, 국내에서 인정이 잘 안되더라구요. 이직 증명서 등 각종 증명서를 제출했지만, 사실상 없는 경력으로 치부되어서.. 제 어떤 이력서에도 언급되지 않은 이력 입니다. 물론 어딘가에는 기록되어 있지만, 그래서 사실 공식적으로는 찾아보기 어려운 이력이라, '비공식'이라고 붙였습니다, 헤헤 별거 없죠?
여튼 전 이렇게 이별을 고했고, 나름 고난이 가득한 필사의 발버둥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근데 정말 우연히.. 제 롤모델에 가까운 조직과 동료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