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팩트풀니스> 서평
지금 당장 길거리에서 한국의 전망에 대해 묻거나, 현재 한국사회가 더 나아지고 있냐고 물으면 긍정적인 대답을 하는 사람은 얼마 없을 것이다. 빈익빈 부익부는 더 심해져 개천에서 용 나는 것이 불가능한 시대고, 노인과 청년, 여성과 남성 등 각종 갈등과 혐오는 날이 갈수록 더해진다. 헬조선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적어도 뉴스에선 그런 얘기들뿐이다. 하지만 정말 세상이 갈수록 나빠지고, 말세에 가까워지는 걸까?
한국뿐만 아니라 나아가 세계·세상에 대한 전망 또한 마찬가지다. 폭력·전쟁·테러의 위협, 자연재해와 인재, 혐오와 갈등 등 세계는 점점 증오와 문제로 가득 차고 상황은 점점 더 심각하게만 보인다. 저자는 이것을 ‘과도하게 극적인 세계관’이라고 말한다. 이 책 <팩트풀니스>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잘못된 통념과 고정관념을 부수기 위해 나왔다. 저자는 우리가 지금까지 세상에 대해 얼마나 오해하고 있었고, 얼마나 무지했는지 하나씩 꼬집어가며 일깨워준다.
저자는 책을 시작하며 간단한 테스트를 한다. ‘오늘날 세계 모든 저소득 국가에서 초등학교를 나온 여성은 얼마나 될까?’에서 ‘세계 기후 전문가들은 앞으로 100년 동안의 평균기온 변화를 어떻게 예상할까?’ 까지 총 13문항의 삼지선다이다. 저자는 전 세계 다양한 집단, 심지어 엘리트들에게까지 이 문제를 냈지만 놀랍게도 정답률이 침팬지보다, 그러니까 아무 생각 없이 임의로 찍는 33.3%보다 못하다고 말했다. 부끄럽지만 글을 쓰고 있는 본인도 침팬지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이 책은 우리가 세상에 대해 얼마나 오해하고 있었는지에 대해서 이 13개의 문항들을 바탕으로 내용을 펼쳐간다.
책은 총 11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세상을 가난한 나라와 부유한 나라의 두 분류로 나누는 것이 왜 현대에는 유효하지 않은지부터 시작해서 급작스럽고, 부정적이고, 크고, 공포스러운 소식에 더 주목하는 사람의 심리와 그렇게 접한 단편적인 정보들로 일반화하고 매도하는 것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그런 것에서 벗어나 어떻게 제대로 된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는지에 대해 말해준다.
사람들이 세상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으로만 보는 것은 앞서 언급한 ‘과도하게 극적인 세계관’ 때문이다. 사람들은 극적인 것에 더 주목하고 열광하는 성향을 가졌고 그것은 우리 뇌의 작동 방식에서 나오는 일종의 착시이기에 바꾸기가 매우 힘들다. 그래서 이 책이 가르쳐주는 것은 극적인 것을 차단하거나 하는 방법이 아니라 극적인 것을 흡수하는 걸 조절하는 법이다.
사람들이 이분법으로 세상을 재단하는 경향은 그리 낯선 것이 아니다. ‘기냐 아니냐’의 이지선다는 늘상 존재해왔고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찬성인가 반대인가, 진보인가 보수인가, 금수저인가 흙수저인가 등 사람들은 어느 한쪽을 선택할 것을 요구받고 자신 또한 두 카테고리 안에 사람들을 집어넣으려고 한다. 어느 한쪽이 아닌 중간이나 어정쩡한 이들에겐 ‘회색분자’, ‘박쥐’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하면서. 20년 전만 해도 인류의 29%가 극빈층이었지만, 이제는 그 비율이 9%로 크게 줄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우울하고 TV, 스마트폰 등으로 여전히 극빈층을 보고 있다.
누구에게든 자신이 사는 세상이 제일 힘든 세상이다. 소위 말하는 ‘꼰대’들이 “나 때는~”으로 시작하는 힘들었던 옛 시절은 옛 시절일 뿐 지금 시대는 다르다고 말하기도 한다. 포항 지진으로 수능이 일주일 연기됐을 당시, 신종플루와 메르스, 세월호 참사로 수학여행도 못가보고 지진으로 수능이 일주일 미뤄진 자신들이 최악의 세대라고 쓴 댓글을 보고 실소가 나왔던 것이 생각난다. 아 물론 90년대에 태어난 나에게 당연히 90년대 생은 최악의 세대가 맞다. 당연하고 말고.
헬조선이라 하지만 실제 우리의 생활수준은 과거와 비교가 되지 않게 나아졌다. 단순히 취업이 쉽다는 이유만으로 IMF 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오랜 군사독재가 끝나고 제대로 된 문민정부가 처음 들어섰고 국민소득 1만 달러의 시대가 왔다며 환호하던 그 시절 말이다. 첫사랑이 미화되는 것처럼 기억은 대상을 미화하기 마련이다. 옛 시절은 분명 현대보다 못했지만 기억 속에서 미화돼 좋게만 보인다. ‘응답하라’ 시리즈의 대성공이 그것을 증명한다.
하지만 저자의 의도는 세계에 대한 선진국들(대개 서양)의 편견과 오만함을 깨기 위함이며 그렇기 때문에 절대적인 요소와 도표들을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그 절대적 비교와 별개로, 한 국가 내에서는 상대적 비교가 가장 크게 작용한다.. ‘나만 힘든 건 아니지만 네가 더 힘든 걸 안다고 내가 안 힘든 것도 아니다’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니까. 다만 명심할 것, 세계는 ‘분명히’ 점점 나아지고, 발전하고 있다. 모든 ‘최악의 세대’들은 이 사실을 생각하며 힘을 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