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공간 이음 대표 김효성 님과의 인터뷰, 나의 이음 이용기
관악구는 1인 가구 비율이 서울에서 가장 높은 지역이다. 서울시의 평균 세대당 인구는 2.27명인데 관악구는 1.89명으로 서울에서 유일하게 평균 세대당 인구가 1명대인 구다. 그곳에 위치한 청년공간 이음은 말 그대로 청년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고 청년들을 서로 이어주는 곳이다. 이음은 1인 가구 청년들이 와서 카페처럼 커피를 마시고, 공부를 할수도 있고, 공유 부엌이 있어 직접 밥을 해먹을 수도 있다. 냉장고에 반찬통이 담겨 있고, 누구나 필요할 때 꺼내먹을 수 있다. 그리고 무려 무료다. 밥도, 커피도, 공간도.
2016년 4월에 개관한 청년공간 이음은 백석대학교회 성도들과 백석예술대학교 교수들이 후원하는 비영리단체다. 백석예술대학교는 방배역 부근에 있다. 그렇다면 왜 이음은 백석예술대학교가 있는 서초구가 아닌 관악구에 만들어졌을까? 대표인 김효성 씨는 그 질문에 답하기에 앞서 이음의 취지에 대해서 설명했다.
“청년과 관련된 여러 문제들은 이미 꽤 오래됐어요. 그중에서 또 하나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건 1인 가구 청년의 수가 늘어나는 거죠. 이런 청년들의 문제는 현재 중요한 사회문제이기 때문에 이를 도와줄 방안을 생각하게 됐어요. 다양한 청년 중 이음이 특별히 관심을 가지고 있는 대상은 1인 가구 청년들, 지방에서 대학진학으로 서울로 올라온 1인 가구 청년·그 중에서 졸업 후에도 서울에 계속 살고 있는 청년들·지방대를 졸업하고 취직을 위해 올라온 청년들이에요. 그런 청년들이 관악구에 많이 살고 있거든요. 방배역 주위는 번화가고 생활수준이 높잖아요. 관악구는 1인 가구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이라 공간을 만들 때 이런 요소들을 다 고려했죠
1인 가구 청년들 중에는 카페에서 커피 사먹는 비용도 부담인 경우가 많잖아요. 청년들을 위한 공간이 필요한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조사를 하다가 카페 겸 공간을 만들고 커피값과 밥값을 아끼게 해주겠다는 취지로 시작을 했죠. 주방과 커피머신도 두고. 이음은 밥도 무료, 커피도 무료, 공간도 무료에요.
이음에서 가장 관심을 가지는 것은 사람간의 관계에요. 와서 밥도 먹고 하려면 편해야 하니까요. 타지에서 온 청년들에게 집과 같이 편안한 곳이 있었으면 했어요. 이런 공간이 지역마다 하나씩만 있으면 청년들에게 정말 많은 도움이 되겠다 생각이 들더라고요.“
Q. 이음을 찾는 청년들의 주 연령대는 어떻게 되나요?
일단 먼저 ‘청년’의 기준의 대해서는 사람들이 물어보면 ‘서울시가 정한 기준으로는 만 19세에서 만 39세까지다’라고 대답은 하는데 나이의 제한 같은 건 딱히 없어요. 서울시에 청년관련 사업 지원을 하려면 서울시의 청년 기준에 맞아야 하니까 그렇게 말해주는 거죠.
이음을 찾는 청년들은 주로 세 가지 부류에요.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 취업준비생, 자격증 준비생들인데 그러다보니 주로 20대 중후반에서 30대 초반이 많이 오죠. 직장인들도 가끔 와요. 주로 원데이 클래스 같은 프로그램을 할 때 퇴근하고 오죠. 그래서 직장인들도 들을만한 프로그램은 저녁시간으로 잡죠.
여기 오는 청년 중에 관악구에서 오는 사람들은 50%도 안 될 거에요. 다른 곳에서도 많이 와요. 처음에는 관악구에서는 10% 정도만 오고 나머지는 다 타 지역구에서 온 사람이었어요.
Q. 그럼 관악구에 사는 청년들에게 홍보를 할 때 어떤 방식으로 했나요?
시작할 때, 홈페이지·인스타그램·페이스북·블로그를 다 동시에 시작했죠. 청년들은 정보같은 걸 찾을 때 대부분 검색을 많이 하잖아요? 일단 시작해놓고 사업들은 쌓아가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면 청년들이 이것을 찾아보고 올 거라고요. 지금의 홈페이지와 SNS 등에 쌓인 여러 결과물들은 그 생각 덕분이죠.
처음에 팸플릿 같은 걸 만들어서 주변에 배포기도 했죠. 그런데 아시다시피 여기 근방은 샤로수길이라 주로 유동인구가 많아요. 그래서 그런 것의 효과는 잘 모르겠어요. 여기 오는 청년들은 대개 SNS나 친구소개를 통해 와요. 그리고 방문을 하지는 않지만 이음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있어요. 이번 달 집밥데이에는 20명 정도가 왔는데 그 중 80%는 처음 오는 청년들이었어요. 실제로 오지는 않았지만 계소 관심을 가지고 홈페이지나 SNS를 보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거죠.
Q. 프로그램 얘기가 나와서 그런데 이음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나 강연·강좌가 정말 다양하더라고요.
지금 진행하는 것들만 해도 토요 브런치나 커피클래스, 한 달에 한 번 집밥데이, 운동 프로그램, 직업탐색특강 같은 단기 혹은 장기 강연·강좌 같은 것도 있고요. 청년 아티스트들을 불러서 음악 공연 같은 걸 하기도 해요.
Q. 집밥데이는 한 달에 한 번 주변에 어머님들이 오셔서 공유주방에서 요리를 해가지고 청년들을 먹이는 프로그램이잖아요. 한 달에 한 번 오시는 그 어머님들과는 어떻게 연결을 하셨나요?
오시는 분들은 대부분 제가 개인적으로 아는 분들이고요. 교회에서도 오세요. 취지를 잘 설명해 드리면 돼요. 집밥데이에 오시는 어머님들은 자녀들이 20대나 30대 초반인 경우가 많죠. 이것도 일종의 재능기부죠. 이렇게 직접 밥을 만들어서 주고 하는 게. 청년들은 지금도 힘든데 잔소리 같은 건 원하지 않아요. 힘듦을 안아주고 위로해주는 게 더 필요하죠. 어머님들도 기쁨이 있으니까 참여하는 거고요.
Q. 이음에 오는 청년들이 모여서 만든 모임 같은 건 있나요?
지금은 없어요. 하지만 이제 만들어가는 것이 목표죠. 집밥데이 말고도 여기서 개인적으로 밥을 해먹는 경우도 많은데 제가 또 직접 요리를 해서 청년들을 먹일 때도 있어요. 그럴 때 청년들한테 말을 많이 시키죠. 서로가 얘기할 수 있도록 중간다리가 되고 싶어요. ‘이음’이란 이름처럼 청년들을 이어주는 거죠. 그러면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는 모이게 되겠죠. 그렇게 자체적인 그룹 형성을 만들어 나가고 싶어요.
그런 그룹과 네트워크를 어떻게 형성시켜 줄 건지 생각해보면, 청년들을 모을 수 있는 건 아무래도 같이 밥 먹는 거죠. 여기 매일 와서 서로 등만 보고 가면 삭막하잖아요. 우리가 이 공간을 만든 목적은 그런 게 아닌데.
중요한 건 꾸준히 하는 거죠. 사람들의 모임을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 이유도 이거에요. 일단 시작을 하고, 사람들이 모이게 되면 꾸준히 가게 되더라고요. 이음에서 하는 프로그램들도 대부분 1년 이상은 가요.
8월에는 청년 운영위원회를 만들려고 해요. 지금은 제가 혼자 운영을 담당하는데 모든 일을 제가 다 할 수는 없잖아요? 지금 바라는 건 공간운영을 제가 하기보다 청년들이 직접 만들어가는 공간의 개념이 됐으면 좋겠어요. 청년들이 자신이 필요한 걸 더 아니까요. 청년들이 하고 싶은 걸 하게 해주고, 내가 뒷받침이 됐으면 좋겠어요. 이런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시행하고 하는 걸요. 외부에서 연계해보자는 연락도 많이 받죠. 사회적 기업 같은 데부터 시작해서 다양해요. 이음에서 봉사에 관심 있는 청년들도 있어서 봉사단을 조직해 주기적으로 봉사를 갈 수 있는 모임을 만들어볼까 생각하고 있기도 해요.
Q. 지금은 백석대학교회 성도들과 백석예술대학교 교수들이 후원을 받고 계신데 다른 후원처도 있나요?
개인 후원금이 있긴 해요. 올해 저희가 법인을 만들었어요. 그래서 올해 안에 후원계좌도 만들고 홍보를 해서 개인 후원자 모집을 할 예정이에요.
Q. 서울에 이런 공간이 없어서 더 생겨났으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9월에 법인을 내고 후원을 받으면 나중에 더 확장해나갈 의향도 있으신 가요?
그건 아무래도 큰 계획이죠. 만약에 더 확장해 나간다고 해도, 여기랑 똑같은 컨셉은 아닐 거에요. 여기는 1인 가구가 많은 특성에 많게 공간을 만들었는데 다른 지역에서는 다른 형식일 수도 있죠. 물론 이음의 핵심가치는 유지해야죠.
지금도 다른 단체 같은 데서 문의가 들어와요. 어떻게 이런 공간을 만들었는지 들어온다. 이런 공간을 어떻게 만들었냐. 그럴 경우 자료와 소스 같은 걸 다 무료로 주죠.
이음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도 혼자서는 절대 불가능했죠. 다 뒤에서 도와주는 분들 덕분이죠. 프로그램 같은 거를 제가 어떻게 혼자 다 해요. 도움을 받고 같이 가는 거죠. 관심분야는 다를 수 있지만 ‘청년’이라는 포커스는 통하기 때문에 가치를 공유하는 것이 중요한 거죠. 가치가 공유되니까 도와주는 거기도 하고. 일부러 도와달라고 강요하진 않아요. 강요해서 되는 건 아니니까요. 자발적인 게 중요하죠.
저희가 할 일은 정부에서 손을 못 대는 부분에 다가가는 거죠. 지자체에서 제공하거나 위탁받아서 하는 공간들이 있지만 아무래도 한계가 있어요. 하지만 우리는 민간에서 운영하는 거라 그 점에서 자유롭죠. 이제 여기를 시작으로 해서 이음도 못 오는 청년들, 일하느라, 아르바이트하느라 바빠서 올 수 없는 청년들 같이 이음에 올 만한 상황도 마땅치 않은 청년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어요. 더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더 내려가는 거죠. 더 소외 계층으로. 이렇게 이음을 시작으로 해서 기반이 잡히면 이음도 이용 못할 정도의 사각지대 청년들에게 더 나아가려고 하고 있어요.
어떤 일을 논의하면서 괜찮겠다 싶어서 이걸 하겠다 했으면 바로 가는 거죠. 그렇게 해서 일이 되는 것이지 다 만들어 놓고 할 수는 없잖아요. 이음은 소극적일 때도 있지만 대부분 굉장히 공격적이에요. 축구로 비유하면 공을 차놓고 뛰어가는 경우가 많죠. 지금 당장 뭐가 없으니까. 뭔가를 하겠다 싶은데 지금 당장 아무것도 안정해져 있다 하면 일단 공을 차놓고 어디로 뛰어갈지 생각하는 거죠. 계획적으로 다 준비해서 할 때도 있지만 이렇게 일단 시작해놓고 만들어가는 것이 더 많아요.
청년공간 이음은 관악구의 사회복지관에서 실습하던 중에 알게된 곳으로 정말 순수한 궁금증으로 인터뷰를 요청했고, 흔쾌히 응해주셨다.
생각해보니 공부하러 카페에 갈 여유도 없이 산 지도 꽤 오래 됐다. 저녁에 퇴근한 후, 사회복지관 실습생이 아닌 지방에서 올라온 1인가구 청년으로 이 공간을 다시 찾았다. 알고보니 대표님도 부산에서 서울로 상경하신 분이었다. 대표님과 공간 식물 인테리어를 담당해주시는 분께서 마침 오늘 장을 봤다며 저녁을 해주셨다. 서울에 온 이후, 처음 만난 이에게 이런 대가없는 친절을 받아본 건 처음이다.
실습기간 중 정말 자주 오게 될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퇴근하면 계속 들러서 문서작업을 하거나 공부를 하고 있다. 저녁마다 찾다보니 이음에서 저녁을 해먹는 청년들도 많이 보고, 이음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이나 모임도 여럿 보게 됐다. 늦게라도 이런 공간이 있는 걸 알게되어 다행이다. 이후로도 계속 오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