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이혼율의 상관관계에 대한 예상
*어제도 글을 못 올렸다. 솔직히 두 키워드 가지고 간단한 글을 하루에 하나씩 쓰고자 시작한 챌린지인데 하다 보니 욕심이 나고 쓸 것도 많아져서 매일매일 하나씩 쓰는 게 갈수록 고되 진다.
이제 조금 안심해도 될까 했는데 시국 따위 무시한 채 클럽에서 놀던 정신 나간 인간들 때문에 코로나19 확진자가 갑자기 다시 늘고 있다. 그래서 이 얘기를 꺼내도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바로 코로나19와 이혼의 상관성에 대해서다. 개인적으로는 코로나19 사태가 다 끝나면 전 세계적으로 그 전후의 이혼율을 비교해서 자료를 공개해줬으면 좋겠다. 지금 당장은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적을 수 있다. 법원가기도 더 힘들어지기도 했고, 자식이 있으면 개원‧개교가 다 미뤄져서 일단 아이부터 챙겨야 하니까.
코로나19가 이혼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 생각하는 이유는 이번 사태로 인한 재택근무 전환, 인원 감축, 구직난 등으로 인해서 평소에 밖에 있어야 하는 부부가 집에서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명절 이혼'과 비슷하기도 하다. 마침 내가 인턴 시절 우리나라의 '명절 이혼'과 해외 사례에 대해 쓴 기사가 있어 그 내용을 활용했다.
부부 사이에서 명절은 그동안 쌓여왔던 불화와 갈등이 폭발하는 기폭제가 되기도 한다. 연휴 동안 쌓아온 갈등이 폭발해 명절이 끝나고 '명절 이혼'을 신청하는 부부가 많다. 실제로 명절 직후엔 이혼 신청이 증가한다. 통계청이 지난해 발표한 '최근 5년간 이혼 통계'에 따르면 설 직후인 2~3월과 추석 직후인 10~11월의 이혼 건수가 직전 달보다 평균 11.5%나 많았다. 단 한 번의 예외도 없이 명절 직후엔 협의이혼 신청이 늘어났다.
그런데 '명절 이혼' 같은 현상은 우리나라나 동양권 문화에서만 발생하는 게 아니다.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다 비슷한 법, 서양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다.
영국에선 변호사들 사이에서 매년 1월 첫 번째 월요일을 '이혼의 날'(Divorce day)로 부르기도 한다. 서양권의 경우 크리스마스를 전후로 해서 이듬해 초까지 기나긴 '성탄절 휴가'가 주어지는데 긴 휴가가 끝나고 일상으로 복귀하는 1월의 첫 월요일에 이혼 신청이 급증한다는 것. 이 기간엔 이혼 관련 전화상담이나 인터넷 검색량 또한 급증한다.
이유 또한 비슷하다. 어떤 이유로든 이미 긴장돼 있던 부부관계가 긴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마침내 깨지게 되는 것으로 평소에 쌓여왔던 갈등이 연휴 동안 폭발하는 것이 이유다.
또한 대다수의 부부가 연휴가 끝날 때까지 이혼을 미루는 이유는 자신뿐만 아니라 자식들과 일가친척 혹은 곧 남이 될 배우자의 연휴를 망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미국은 휴가철이 끝난 직후인 3월과 8월 이혼소송이 급증했다. 한 연구에서는 2001년부터 2015년까지 워싱턴주의 이혼율은 3월에 3월에 가장 높았고 8월이 두 번째였다. 3월은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이어지는 추수감사절, 크리스마스, 새해, 밸런타인데이 등의 휴가 시즌이 끝난 직후고 8월 또한 독립기념일과 아이들의 여름방학 등 여름휴가가 몰려있는 7월 직후다.
연구진들은 휴가 시즌 직후 이혼율이 급증하는 이유에 대해 긴 휴가 기간 동안 가족 방문 등의 명절 관습이 스트레스와 불화를 유발하는 것과 휴가 전에 관계를 회복하려는 기대가 깨지는 것 등을 들었다. 긴장돼 있던 부부관계가 긴 휴가 동안 깨져버리는 것과 이혼을 휴가 이후로 미루는 이유 등 어느 나라나 그 사유는 비슷하다.
자, 그럼 다시 코로나19로 돌아와서, 앞의 사례들을 보면 휴일 동안 부부가 함께 있는 시간이 늘어나 평소에 쌓였던 갈등이 폭발하는 게 이혼율 증가의 주 이유다. 여기에 집안간의 문제도 겹쳐지고. 그렇다면 코로나19 또한 이혼율 증가에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아니, 영향력이 더 클 수도 있다. 같이 있는 시간이 느는데 거기에 외출도 잘 못하니까. 차라리 여행도 가고 마음껏 돌아다닐 수 있는 긴 명절이 낫다. 직장에 계속 출근한다 해도 퇴근 후에는 무조건 집이다. 집에 있어도 휴일처럼 놀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재택근무로 인해 집에서도 일을 해야 하는데 집에서 일을 하면 밥도 집에서 챙겨 먹어야 하니 이 또한 문제다.
여기서 자녀가 있는 집이라면 문제가 더더욱 커진다. 평소라면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에 있어야 할 애들이 집에만 있는다. 그럼 당연히 애도 챙겨야 되는데 그러면 갈등 요소도 더 커지기 마련이다. 누군 재택근무해서 애들 다 챙겨야 하고 누군 출근을 하고... 코로나19로 영세상인은 집안 경제도 힘들어지는데. 이렇게 없던 갈등도 만들어질 판에 기존에 있던 문제들도 겹쳐지면 결국 파국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어찌 보면 거의 저주에 가까운 말들만 내뱉고 이혼 문제를 단순히 호기심적인 측면으로 접근한 것 같기도 하다. 다만 실제 벌어질 가능성이 매우 큰 일인데 딱히 누가 얘기를 하지 않으니 내가 해야겠다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