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이의 위대한 스피치
*내가 좋아하는 영어 스피치, 인터뷰, 노래 등에 대해서 제대로 된 번역본을 구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부족하게나마 직접 번역해서 올리기로 했다. 직역이 아닌 번역을 추구하기에 딱딱한 직독직해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움과 운율을 최대한 살리려고 노력했다. 물론 원문의 뉘앙스와 의미를 그대로 살려서.
이 인터뷰는 워낙 좋아해서 오래전에 번역해둔 것이다.
무하마드 알리(1942~2016), 복싱 역사상 최고의 선수, 세상을 뒤흔든 사람(The Man who shook the world),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쏘는 사람, 링 위에서뿐만 아니라 링 밖에서도 세상에 맞서 싸우던 사람.
알리의 위대함에 대해서 설명하자면 끝이 없을 것 같다. 확실한 건 그가 펀치만큼이나 빠르고 현란한 말솜씨를 가지고 있었다는 거다. 그는 오만해 보일 정도로 자신감 넘쳤으나 본인의 말을 늘 증명했기에 오만한 사람도, 허풍쟁이도 아니었다. 알리의 인터뷰나 스피치를 볼 때면 현란한 말솜씨, 시적인 표현력에 넋을 놓게 된다.
그중에서도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바로 아래 영상의 스피치, 1974년 알리가 조지 포먼과의 경기를 앞두고 한 기자회견이다. 'The Rumble in the Jungle'로 불리며 복싱 역사상 가장 최고의 경기로 평가받는 이 시합은 링 위의 경기뿐 아니라 전후의 이야기, 인터뷰까지 다 봐야 진정으로 완성된다.
1964년 22살의 캐시우스 클레이(알리의 개명 전 이름)는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당시 절대 강자인 소니 리스턴(Sonny Liston)을 KO 시키고 복싱 헤비급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이후 무패행진을 달리던 그는 미국 사회에서 만연하던 인종차별에 저항하였고 무슬림교로 개종, 이름을 무하마드 알리로 바꾼다. 그리고 1967년 자신을 흑인이라고 차별하지 않는 베트남 사람들과 싸울 이유가 없다며 베트남전 징병을 거부한다. 이 선택으로 그는 타이틀을 뺏기는 것은 물론, 선수 자격정지와 5년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3년간 그는 링 위가 아닌 법정에서, 길거리에서 사회에 맞섰고 1970년 10월, 3년 7개월 만에 다시 링에 오를 수 있었다. 그러나 만 25~28세의 신체적 최전성기를 링 위가 아닌 법정 공방으로 보낸 뒤였다(당시 28세, 282일). 1971년 다시 한번 헤비급 챔피언에 도전하지만 15라운드의 혈투 끝에 조 프레이저에게 판정패한다. 알리 프로 복싱 커리어 첫 패였다. 또 1973년에는 턱이 골절되며 켄 노턴에게 판정패하게 돼 사람들은 무하마드 알리가 더 이상 최고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조지 포먼과 맞붙기 전 알리는 자신에게 패배를 안긴 2명을 상대로 리매치를 가져 모두 승리를 따내며 설욕했다).
1974년 33살을 얼마 앞둔(32세, 286일) 알리는 또 한번 챔피언 자리에 도전하게 됐다. 상대는 자신보다 무려 7살 어린 25살(293일)의 조지 포먼이었다. 당시 40승 중 37승을 KO로 따낸 무패의 핵주먹인 조지 포먼은 직전 경기들에서 알리에게 패배를 안긴 조 프레이저와 켄 노턴을 상대로 모두 2라운드 만에 KO승을 거뒀다. 특히 조 프레이저를 상대로는 2라운드 만에 6번을 다운시키며 큰 충격을 선사했다. 대중들은 물론 대부분의 전문가들도 당연히 조지 포먼의 승리를 점쳤다. 마치 1964년 소니 리스턴과의 경기 전처럼.
그리고 알리의 위대한 쇼가 시작됐다.
경기 전 기자회견에서 알리는 특유의 입담을 쏟아내며 조지 포먼을 쉽게 이길 수 있다고 호언장담한다. 겨우 1분 20초 남짓한 시간 동안에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언어, 자신감과 허언증(?) 사이에서 곡예를 타는 내용, 그 안에 담겨있는 기승전결 서사구조와 시적인 아름다움까지 느낄 수 있는 스피치다.
https://youtu.be/OqcQL_vNo7g (~ 1분 20초까지)
It is befitting that I leave the game just like I came in, beating a big bad monster who knocks out everybody and no one can whup him. That's when little Cassius Clay from Louisville, Kentucky, came up to stop Sonny Liston. The man who annihilated Floyd Patterson twice. HE WAS GONNA KILL ME! But he hit harder than George. His reach is longer than George's. He's a better boxer than George. And I'm better now than I was when you saw that 22-years old undeveloped kid running from Sonny Liston. I'm experienced now, professional. Jaws been broke, been knocked down a couple of times.
내가 이 판(권투계)에 들어왔을 때처럼 떠나는 게 나 같은 사람한테 어울리지. 모두를 때려눕힌 아무도 이길 수 없다고 하는 덩치 큰 괴물을 이기면서 말야. 그래, 켄터키주 루이스빌에서 온 캐시우스 클레이(알리의 개명 전 이름)라는 애송이가 소니 리스턴을 막으려 나타난 그때(1964년) 얘기야. 플로이드 패터슨을 두 번이나 박살 낸 그 소니 리스턴. 그는 아주 나를 죽여버릴 기세였다고! 근데 리스턴의 펀치가 조지(조지 포먼)보다 더 셌어. 리치도 조지보다 더 길었고. 리스턴이 조지보다 더 나은 선수였지. 그리고 지금 난 더 이상 소니 리스턴한테서 도망 다니던 22살짜리 풋내기가 아니야. 이제 난 산전수전 다 겪어본 프로야. 턱도 으스러져 봤고, 녹다운도 몇 번 당했어.
I'm bad!
Been chopping trees. I done something new for this fight. I done wrestled with an alligator. That's right. I have wrestled with an alligator. I done tussled with a whale. I done handcuffed lightning, thrown thunder in jail.
나무도 베고(실제로 알리는 나무 베기를 훈련의 방법으로 쓴 적이 있다) 이 시합을 위해 새로운 훈련을 했다고. 악어랑도 한 판 붙었어. (좌중 웃음) 그래, 악어랑 한 판 붙고, 고래랑도 한바탕 했지(wrestled과 tussled로 운율을 맞춤). 번개를 구속시키고는 감옥엔 천둥을 꽂았어.
That's bad!
Only last week I murdered a rock, injured a stone, hospitalised a brick!
불과 지난주에 난 바위를 죽여버렸고, 돌덩이를 부상 입혔고, 벽돌을 입원시켰어.
I'm so mean I make medicine sick!
난 약도 병들게 하는 정도라고.
Bad, fast! Fast! Fast!
Last night I cut the light off in my bedroom, hit the switch and was in the bed before the room was dark.
간밤엔 잠들기 전에 내 방 전등을 끄는데 스위치를 내리고 방이 어둑해지기도 전에 침대에 누웠어.
And you George Foreman, all you chumps are going to bow when I whup him. All of ya. I know you've got him. I know you've got him picked. But the man's in trouble. I'm going to show you how great I am.
그리고 너, 조지 포먼! 당신네 멍청이들은 전부 내가 쟤를 쳐부술 때 절을 할 거야. (프로모터인 돈 킹에게)네가 쟤 편인 거 다 알아. 네가 고른 놈인 거 안다고. 근데 이젠 위기의 남자야. 내가 얼마나 위대한지 보여줄 거니까!
이처럼 알리는 인터뷰에서 계속 본인의 속도를 강조하며 사람들의 시선을 돌렸다. 실제 경기에서도 알리는 1라운드에서 전성기를 방불케 하는 민첩성을 뽐내며 조지 포먼에게 맞불을 놨다. 그리고 이어지는 2라운드, 여기서 알리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전략을 펼친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