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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다른모험 Feb 26. 2023

보드게임이 가진 서로를 연결하는 힘, 라이트앤게임즈

<또다른 인터뷰> 충청권편

아직까지도 게임이라고 하면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이러한 인식은 과거 노동과 학습만을 중시하던 사회 속에서 생겨난 것이라고 하는데요.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게임은 우리에게 의외로 많은 것을 가르쳐줍니다. 협동심, 전략적 사고, 인내심과 끈기 그 외에도 더 많은 것들을 말입니다. 물론 게임이 어떤 방식으로 활용 되느냐에 따라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은 달라지겠지만요. 오늘의 인터뷰이는 게임이 가지는 순기능을 누구보다 잘 활용하고 있는 분인 것 같습니다. 보드게임으로 하여금 전세계인이 연결되고, 개인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말하는 라이트앤게임즈의 최규식 공동 대표님을 만나 보았습니다.




안녕하세요! 기업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라이트앤게임즈 공동 대표 최규식입니다. 라이트앤게임즈는 독창성 있는 게임을 기획/개발하고 전 세계의 알려지지 않는 재미있는 게임을 퍼블리싱하는 보드게임 스튜디오입니다. 게이머들이 게임을 즐겁게 플레이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우리의 보람이고, 사람들의 인생, 경험, 지식이 게임으로 하여금 변화하는 것에 가치를 둡니다.

인터뷰 중 촬영한 사진


라이트앤게임즈 설립 계기가 궁금해요!

 

설립 이전부터 일본에서 들여온 ‘블랙라이트 잉크’의 활용 방안을 모색하고 있었어요. 이는 평상 시에는 흔적이 보이지 않다가 어두운 곳에서 블랙라이트를 비추면 형광색 형태가 나타나는 잉크인데요. 처음에는 이 기술로 굿즈 사업을 해보려고 했는데, 제품을 제작해 판매를 하기에는 단가가 다소 높아지는 거예요. 그래서 다른 방안을 생각하다 잉크를 보드게임에 적용해보게 되었어요. 게임을 하다 어떤 장치를 이용하면 플레이 현장이 어두워지고 블랙라이트 잉크만 보이게 되는 방식으로요. 이와 같은 방식으로 개발을 해오던 중 조금 더 본격적으로 게임을 발전시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 마침 충남콘텐츠코리아랩의 지원 사업을 발견해 참여하게 되면서 사업체를 설립했어요. 이후 지원 사업에 참여하면서 게임 개발을 지속했고, 그렇게 탄생한 결과물이 <다이멘탈>이라는 보드게임이었어요.

라이트앤게임즈 로고


대표님께서 게임 분야 활동을 시작하신 계기는 무엇인가요?

 

어렸을 때부터 게임을 좋아했어요. 게임 개발자가 되는 게 꿈이었거든요. 독학으로 프로그래밍을 배워서 게임을 만들기도 하고, 엔씨소프트와 넷마블에서 근무하기도 했어요. 엄밀히 따지면 게임 분야에서 일하기 시작한 건 이 때부터가 아닐까 싶네요. (웃음) 이 외에도 참 다양한 일들을 했는데 본격적으로 게임을 만들게 된 데에는 블랙 라이트 잉크가 가장 큰 계기였던 것 같아요. 독특한 기술을 들여온 만큼 이걸 잘 활용하고 싶었고, 그러면서 보드게임 개발을 시작하게 된 거거든요. 


 

활동 지역은 어디인지, 그곳이 기반이 된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해요.


어느 한 곳에서만 활동하지는 않지만 시작점은 대전이라고 할 수 있어요. 사실 라이트앤게임즈 설립 이전에 대전에서 보드게임 카페를 운영했거든요. 당시 본업으로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보드게임을 너무 좋아한 나머지 회사 세미나실을 보드게임 카페로 만들어버렸어요. 그렇게 컨설팅 회사와 카페를 동시에 운영하다 게임 개발에 도전하면서 라이트앤게임즈가 설립된 거예요. 이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대전과 충청권이 기반이 되었는데요. 이제 대전은 물론 전국 곳곳과 해외를 무대로 사업을 펼쳐가고 있어요.

 

 

지금까지 수행해오신 주요 활동과 그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라이트앤게임즈는 해외 게임의 라이센스를 취득해 퍼블리싱하는 것이 주 업무인데요. 설립 이후 6개의 게임을 퍼블리싱 했고, 그 중 가장 규모가 컸던 것이 <킹덤 러쉬: 시간의 균열>라는 게임이에요. 본판과 확장판 3개, 기타 액세서리까지 포함해 퍼블리싱 했고요. 반응이 좋아서 1월 중에 앵콜 펀딩도 진행할 예정이에요. 또, 글로벌 시장에서 굉장히 유명하고 재미있다고 소문난 <언페어>라는 보드게임이 있는데, 얼마 전 퍼블리싱을 위한 펀딩을 마쳤어요. 현재 생산 중에 있고 3월쯤 국내 배송이 시작될 것 같아요. 그리고 현재 게임 개발도 진행 중이에요. 개발 중인 게임의 이름은 <핀앤비틀즈>인데요. 딱정벌레류에 관한 보드게임으로, 현재 시제품 제작을 완료한 뒤 고도화 작업 중에 있어요. 

<킹덤러쉬: 시간의 균열>

 

딱정벌레류에 관한 게임이라니 아이디어가 남다르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게임을 개발하실 때 주로 어디서 영감을 받으시는 편인가요?

 

모든 것에서 영감을 받아요. 본업인 컨설팅을 하다가도 영감을 받고, TV 보면서도 받고,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다가도 받아요. 모든 것으로부터 보드게임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해서 더욱 그런 것 같아요. 하지만 영감을 많이 받는다고 해서 게임이 그만큼 많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에요. 하나의 게임을 개발하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리거든요.



한 게임을 개발할 때 보통 얼마 정도의 기간이 소요되나요?


한 게임에 대략 3년 정도 걸리는 것 같아요. <핀앤비틀즈>도 제작 시작한지 약 2년 정도 되었는데, 아직 조금 더 연구가 필요하거든요. 닌텐도의 미야모토 시게루 대표이사가 과거에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발매가 연기된 게임은 결국 좋아지지만, 무리하게 발매한 게임은 영원히 나쁜 상태로 남는다.’ 이 말에 매우 동의해요. 오래 고민하면 할 수록 작은 디테일도 신경 쓸 수 있게 되고 그 결과 더 좋은 게임이 나올 테니까요. 그래서 저희도 시간이 더 좋은 게임을 만들기 위해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연구와 검수를 거듭하는 것 같아요.



사업체를 운영하시며 겪었던 일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라이트앤게임즈 설립 이후 처음 제작했던 <다이멘탈>로 독일 보드게임 전시회에 참여했던 때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당시 참여했던 충남콘텐츠코리아랩의 지원 사업에서 좋은 결과를 얻은 덕분에 세계 최대 보드게임 전시회인 ‘SPIEL’에도 참여할 수 있었는데요. ‘SPIEL’의 규모가 상상 이상으로 크다 보니 전시회 현장 자체가 매우 신선한 충격이었어요. 그 넓은 공간이 보드게임으로 가득 차있는 걸 보면서 세상에 정말 많은 보드게임이 있구나 싶었죠. 전시회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는데, <다이멘탈>에 대한 플레이어들의 반응까지도 좋아서 뿌듯했던 기억이 있어요.


또, 전시회에는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관람객으로 와요. 다양한 인종, 연령대, 국적의 사람들이 전시회를 즐기는 모습을 보았는데, 그 순간 보드게임이야말로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게임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가 보드게임을 좋아하는 이유는 게임을 플레이함으로써 사람들이 서로 가까워질 수 있기 때문인데요. 처음 보는 사람들끼리도 체험 테이블에 앉아 게임을 플레이하고 있는 모습을 봤을 때, ‘내가 이래서 보드게임을 좋아했지.’라는 게 새삼 느껴지더라고요. 그와 동시에 더 좋은 게임을 만들어야겠다는 동기부여를 받기도 했고요.

세계 최대 보드게임 전시회인 ‘SPIEL’ 참여 사진

 

초기에는 게임 개발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퍼블리싱을 주 사업으로 하시는 건가요?


독일 보드게임 전시회에 참여한 뒤 <다이멘탈>로 미국 크라우드 펀딩을 오픈했어요. 그런데 결과가 그리 좋지 않았어요. 블랙라이트를 우리나라에서 활용하기엔 아직 기술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많았던 터라 제작에 어려움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펀딩을 취소하고 플랜 B였던 퍼블리싱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조그마한 게임이라도 라이센스를 얻어 한국에서 퍼블리싱 해보면서 우선 사업체만의 브랜드를 명확히 구축하기로 한 거죠. 


그 때 처음으로 퍼블리싱 한 게임이 <이상한 연금술>이라는 보드게임이에요. 독일 전시회에 참여했을 때, 저희 부스 옆에 영국계 회사의 부스가 있었는데, 서로 가져온 게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친해졌어요. 그러던 중 저희가 먼저 너희 게임을 한국에서 퍼블리싱 해도 되냐고 물어봤어요. 라이트앤게임즈 설립 이전부터 퍼블리싱을 염두에 두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 분들이 흔쾌히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그렇게 <이상한 연금술>을 한국에 들여오게 되었어요. 퍼블리싱 과정에서 한국 문화에 맞게 게임 룰을 수정하고, 한국 관련 콘텐츠도 추가했는데요. 그 결과, 작은 게임 규모에 비해 반응이 좋았어요. 그 때 퍼블리싱에 재미를 느꼈고, 이걸 계속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라이트앤게임즈의 첫번째 퍼블리싱 게임 <이상한 연금술>


매력적이고 흥미로운 게임을 제작하기 위한 라이트앤게임즈만의 노하우가 있나요?

 

개발할 때나 퍼블리싱 할 때나 늘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려고 해요. 보드게임은 여럿이 함께할 때 비로소 그것의 참된 재미를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다 보니 보다 많은 사람들이 쉽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자 하죠. 게임이 너무 추상적이거나, 플레이를 위해 알아야 하는 요소들이 어렵고 복잡하면 게임에 대한 진입 장벽이 높아질 수 있잖아요. 그래서 특정 그룹만 즐길 수 있는 게임보다 누구나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 제작을 추구하는 것 같아요.


또, 노하우는 아니지만 라이트앤게임즈가 게임을 만들 때 추구하는 가치가 세가지 있어요. 첫번째는 행복한 추억이에요. 인간이 사람과의 관계에서 행복함을 느끼는 존재인 만큼 가족과 친구는 물론 모르는 사람과도 함께 즐기며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자 해요. 두번째는 지구를 위한 게임 제작인데요. 라이트앤게임즈는 단순히 게임을 즐기는 것을 넘어서 환경과 자연을 보호할 방법을 학습하고, 나아가 지구를 지키는 법을 배울 수 있는 게임을 만들어요. 마지막은 글로벌 보드게임 기업으로 나아가는 것이에요. 저희는 보다 많은 이들이 게임으로 하여금 서로 연결되길 바라요. 그렇기 때문에 더욱, 전세계인에게 사랑받는 게임을 만드는 회사가 되고 싶어요.

<언페어>


앞으로의 기업 운영 계획은 어떻게 되시는지 궁금해요.

 

우선 퍼블리싱을 꾸준히 할 예정이에요. 너무 매니악한 게임보다는 입문자는 물론, 보다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게임들로 1년에 1~2개씩은 꼭 퍼블리싱 할 계획이고요. 라이트앤게임즈 자체 개발 게임도 잘 작업해서 해외에 우선 출시해볼 생각이에요. 국내에서 어느 정도 인기를 끌기 위해서는 해외에서 먼저 인정을 받아야 하는 분위기라 이렇게 계획하고 있어요.

 

 

보드게임 제작자, 게임 제작 기업 설립을 꿈꾸는 이들에게 한 마디!

 

이 일을 하는 것을 즐기셨으면 좋겠어요.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일인지 고민해보시고 게임을 만드는 것이 정말 재미있다면 포기하지 말고 계속하세요. 이건 어떤 일을 하던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자신이 재미있지 않으면 일을 오래 할 수 없어요. 스트레스 받기 시작하는 순간 잘 되던 것도 안 되잖아요. 이 일이 정말 즐거워서 하는 일이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콘텐츠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나의 콘텐츠가 인정받을 때까지 꾸준히 연구하고 발전시키는 게 참 중요한 것 같아요. 사실 돈 버는 것은 나중 일이죠. 물론 수익 창출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최우선으로 두는 순간 사업이 산으로 가는 것 같아요. 그러니 수익 창출에 목메지 마시고 즐기면서 하시길 바라요. 



독자들에게 보드게임의 매력을 전해본다면?

 

보드게임을 할 때는 우리가 누구인지는 상관이 없어요. 보드게임 속에서는 인종이, 나이가, 성별이 어떠하든 서로 연결될 수 있죠.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 어느 누구와 관계를 맺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다는 말이 있잖아요. 그래서 인간이 사회적 동물로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우리 서로를 연결해주는 수단이 중요한데 보드게임이 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봐요. 즉, 사람을 연결할 수 있는 매개체라는 게 보드게임의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아요. 또, 교육의 기능을 가진다는 점도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보드게임은 지식 습득은 물론, 커뮤니케이션 스킬과 사회성도 기를 수 있게 해주는 것 같아요. 플레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교육이 진행되는 거죠. 직접 해보면서 느낄 수 있는 매력도 있으니 독자 분들도 즐겨 보셨으면 좋겠네요.

 

 

나에게 게임이란 [          ] 이다.

나에게 게임이란 [ 유산 ] 이다.

저에게 게임은 죽을 때 남길 유산이에요. (웃음) 살면서 뭐 하나쯤은 남기고 세상을 뜨고 싶다는 생각을 늘 했는데, 그게 보드게임인 것 같아요. 제가 이 세상에 없어도 제가 만든 보드게임은 여전히 남아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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