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nother branding Dec 28. 2020

디자인 모르는 사람도 이것만 알면 디자인할 수 있다.

디자인을 이루는 세 가지 요소 바로 알기


디자인을 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들은 아마 주위에 많을 것이다. 가장 가까이에는 인터넷이 있고, 또 전문적이고 다양한 도서들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얻고 싶은 정보를 빠르게 얻을 수가 있다. 디자인과 관련된 도서를 구매해보면 알겠지만 대부분 개념적이거나 기술적인 내용의 도서가 많다. 디자인이나 타이포그래피 역사와 같이 전공과 관련된 이론 지식을 다루기도 하고, 어떠한 효과를 구현하기 위해 어떤 툴과, 폰트, 색을 다뤄야 할지 등의 다양한 스킬을 다루기도 한다. 디자인을 할 때에는 이러한 개념적이거나 기술적인 부분도 매우 중요하지만 포토샵을 켜기 전 가장 먼저 이해해야 할 요소들이 있다. 아마 이 요소들은 그 어떤 화려한 기술보다 더 중요할 거라 생각된다.


만약 비 전공자로서 이제 막 디자인을 시작하는 단계라면, 혹은 갑작스러운 상황에서 갑자기 나 혼자 디자인을 해야 한다면 누군가 알려주기 전에는 디자인에 대해 모를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마케팅 팀에 근무하고 있는데 아직 디자이너가 채용되지 않아서 팀 내에서 디자인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디자인을 해야 할지 막막할 것이고 이 상황에서 타이포그래피의 역사부터 공부하기에는 시간적으로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 자신이 만약 바로 실무에 투입되어 일을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 빠르게 디자인을 해야 하는데 어떤 것에 중점을 잡을지 모를 때에는 수많은 이론서를 찾아보기 전에 <디자인의 세 가지 요소>만 기억하면 된다. 필자 또한 디자인을 하면서 스스로 디자인 방법론을 정의해보기도 하고, PM역할로서 디자이너들이 조금 더 쉽고 간단하게 소통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고민해보았다. 그리고 그 방법을 통해 나온 것이 바로 아래의 세 가지 요소이다.





디자인을 하기 전 반드시 알아야 할 세 가지 요소

<디자인적 기획>을 설계하기 위한 조건

디자인 표현 스킬을 향상하는 일은 어려운 일이고, 스킬의 미세한 한 끗 차이에서 디자인의 완성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이는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화려한 표현력보다 더 중요한 건 목적성에 맞는 디자인을 하는 것이다. 만약 광고주가 무작정 “화려하고 심플한 느낌으로 잘해주세요”라고 의뢰를 한다면 디자이너로서 회의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은 수많은 실무 디자이너들이 겪는 문제이다. 무작정 멋진 디자인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목적과 방향에 맞지 않아 다시 처음부터 디자인을 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결론적으로 디자이너는 화려한 스킬을 표현하는 능력보다 <어떤 디자인을 할 것인지>에 대한 지표를 세우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것은 달리 표현하면 <디자인적 기획>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디자인은 글로 정리하는 단계 없이 프로그램을 사용해 바로 아트웍 작업에 들어간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동안의 경험을 빗대어 강조하고 싶은 건 디자인적 기획이 뒷받침되어야 완벽한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가 있다는 것이다. 브레인스토밍 단계를 통해 디자인을 어떻게 구현할지 머릿속에 완벽하게 그려낸다면 시각적으로 디자인을 구현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는 결코 천재적인 디자이 너라서가 아니다. 디자인을 접해보지 않은 사람일지라도 이 세 가지 요소를 천천히 단계적으로 연습한다면 충분히 목적에 맞는 좋은 디자인을 할 수 있다. 가장 먼저 자기가 하려고자 하는 디자인을 머릿속에 그려내고  그 디자인에 대해서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게 디자인을 하기 전, 디자인에 대해 기획을 짜는 것이 <디자인적 기획>이다.


다음 세 가지 개념만 익히면 디자인적 기획은 쉽게 풀어낼 수 있다.

1. 목적과 기능

2. 디자인 콘셉트

3. 디자인 키워드



1) 목적/기능:  “잘 된 디자인은 모두를 충족시키는 디자인이 아닌, 특정 누군가를 충족시키는 디자인이다”라는 말이 있다. 이렇듯 디자인의 목적성에 대한 이해는 반드시 필요하다. 모든 디자인은 이 디자인이 누구를 위한 디자인인지, 어떤 목적의 디자인인지, 이 디자인을 통해 궁극적으로 어떤 결과를 얻고 싶은지 등의 최종 목적이 있다.  포스터 디자인을 예시로 들어보면, 이 포스터는 어떤 종류의 포스터인지, 이 포스터가 어느 곳에 배포되는지, 이 포스터를 보고 찾아올 관객이나 소비자는 누구인지, 소비자가 이 포스터를 보고 어떤 느낌을 받을지, 더 나아가서 포스터를 주최하는 행사는 어떤 종류의 행사인지와 같은 ‘목적’이 정해져야 디자인의 전체 방향성을 끌고 나갈 수가 있다.

아이들을 위한 직업체험 박람회에 들어갈 행사 디자인을 한다고 가정해보자, 아이들의 시선에 맞춰 귀엽고 컬러풀한 느낌으로 행사 VI(visual identity)를 제작하고 포스터와 굿즈 상품도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제품으로 만들어 판매하였다. 맨 처음 목표로 삼은 타겟층(아이들)은 높은 만족도를 보냈고 일반적인 소비자들(길에서 포스터를 마주친)은 디자인을 보고 ‘유치하다’는 반응을 보냈다면 그 디자인은 목적과 기능을 아주 잘 달성한 굿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얼핏 보면 누군가는 마음에 들지 않았으니 이 디자인은 잘못되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디자인도 일종의 도구이자 수단으로써 바라보고 이 결과물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먼저 생각해야 디자인을 제대로 진행할 수가 있다.

tip. 디자인하기 전에 목적 파악하기, 그리고 질문에 대한 대답은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한다.
- 이 디자인이 어떤 역할, 기능을 하는가?
- 이 디자인은 누가(타겟층) 보는 디자인인가?
- 이 디자인이 어느 장소에서 사용되는가?

디자인이 어떤 목적을 가졌는지 질문해본 뒤,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정리했다면 전체적인 디자인 방향성은 이미 나왔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다음 중요한 것은 바로 디자인을 한 단어로 표현할 수 있는 콘셉트(형용사적인 단어)와 그 콘셉트를 구성할 디자인 키워드(의미 요소)이다. 사실 이 두 가지는 무엇이 우선순위라고 할 수 없다. 디자인의 목적을 찾는 단계에서 전체적인 방향성을 생각하다가 자연스럽게 키워드가 도출될 수도 있고, 반대로 어떤 키워드를 담아낼지 고민하다가 전체를 이끌고 갈 방향성이 나올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세 가지 요소>을 기억할 때에는 순서보다는 명확하고 분명하게 내용을 정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만약 콘셉트와 키워드가 모호하고 불분명하다면 디자인의 전체 방향성이 틀어질 수 있다.


2) 콘셉트: 콘셉트의 사전적인 의미는 [1. 개념, 관념 2. 의미 개념 3. (상품의) 콘셉트] 말 그대로 개념이다. 즉 디자인을 할 때에도 개념을 잡아야 한다는 뜻이다. ㅡ 이 세상의 모든 사물과 사람들에 각자의 특징이 있듯이 디자인에서도 시각적 개념을 잡고 시작해야 한다. 시각디자인에서는 심플한, 화려한, 역동적인, 미니멀한, 부드러운, 어두운, 젊고 트렌디한, 정열적이고 강한 등의 콘셉트가 있다. 형용사적인 단어이자 디자인의 전체 분위기를 이끌어나가는 중요한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좀 더 쉽게 설명하자면 평소에는 보이쉬한 스타일로 옷을 입다가 갑자기 오늘만큼은 우아하고 싶어서 단정하고 고급스러운 옷을 입었다면 그날의 스타일 콘셉트는 ‘우아한 콘셉트’이 될 수 있다.

누군가 어떤 디자인을 보고 콘셉트에 대해 물었을 때 “심플하면서 미니멀한 콘셉트입니다”라고 얘기한다면 그 디자인은 일관된 콘셉트를 유지하는 좋은 디자인일 수 있지만 “부드럽지만 날카롭고 강한 느낌의 콘셉트입니다”라고 얘기한다면 듣는 이는 두 가지의 콘셉트 사이에서 혼돈을 느낄 것이다. 디자이너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화려하지만 심플하게 느낌 있게 디자인해주세요”를 들어보았을 것이다. 물론 어떠한 두 개 이상의 콘셉트가 접목되어서 멋진 결과물로 완성될 수도 있겠지만, 물과 기름처럼 혹은 따듯한 아이스 아메리카노처럼 도저히 엮이려야 엮일 수 없는 콘셉트는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디자인의 분위기를 이끌어갈 콘셉트는 보다 명확하게 하나의 형용사적 단어로 정리할 수 있어야 하고 모호해서는 안된다. 물론 콘셉트 자체가 <모호함, 어지러움, 혼란>이라면 모든 콘셉트가 섞인 것이 그 자체의 콘셉트가 될 수 있다.

위에서 들었던 예시를 이어서 얘기해보면, 아이들을 위한 행사 디자인을 목적으로 하여 ‘희망차고 밝은’ 콘셉트를 도출했다면 어울린다는 느낌을 받았겠지만 ‘고급스럽고 우아한’ 콘셉트를 도출했다면 조금 매치가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3) 키워드: 앞서 얘기하였지만 콘셉트와 키워드는 중요 순서가 정해져 있지 않다. 목적과 기능을 찾는 단계에서 키워드가 도출될지, 혹은 키워드가 이미 정해진 상태에서 디자인의 콘셉트를 도출할지는 실무에서 매번 변경될 수 있기 때문에 순서보다 글로서 정리할 수 있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ㅡ 콘셉트가 형용사적 단어를 의미한다면 키워드는 사랑, 희망, 믿음, 신뢰, 감사, 성장, 기쁨, 행복 등과 같은 명사적 단어라고 생각하면 쉽다. 또한 디자인 키워드는 하나의 디자인에 세네 가지 이상 여러 개가 들어갈 수 있겠지만 그와 달리 콘셉트는 디자인을 이끌고 갈 하나의 분위기를 뜻하기 때문에 최대한 한 가지로 정리하는 것이 가장 좋다.

예를 들어 젊은 부부의 행복한 육아를 위한 캠페인 디자인을 위해 [사랑+희망+신뢰]라는 키워드를 담아 [부드럽고 감성적인 콘셉트]을 도출할 수도 있고, 1인 가구의 홈 트레이닝 제품을 위해 [열정+미니멀]이라는 키워드를 담아 [스포티한 콘셉트]를 도출할 수 있다. 여기서 공통점은 디자인에 들어가는 명사적 키워드는 여러 가지이지만 콘셉트는 한 가지라는 것이다. 꼭 이 법칙을 지켜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숙련된 디자이너가 아니라면 대게 여러 개의 콘셉트를 접목시키면서 모호하고 불분명한 콘셉트로 도출할 수도 있기 때문에 최대한 한 두 가지로 정리하는 것을 추천한다.

또한 디자인의 방향성과 어울리는 키워드들을 한 데 나열해보고 이 모든 것들이 이질감이 없고 서로 잘 매치되는지 확인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아마 처음은 어렵겠지만 습관을 들인다면 자기가 한 디자인은 물론, 누군가가 한 디자인을 보고도 그 사람의 의도를 읽어내고 키워드로서 도출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tip. 디자인 전체 방향성을 이끌고 갈 하나의 콘셉트 정리하기
- 머릿속에서 그려지는 디자인 전체 방향성과 관련되는 [형용사적 단어]를 나열
- 나열된 단어들 중 접목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
- 머릿속에서 그려지는 디자인과 최종적으로 고른 단어가 매치되는지 파악
tip. 디자인의 방향성이 정해졌다면, 그와 어울리는 콘셉트[형용사적 단어]와 디자인 키워드[명사적 단어]를 나열해본다. 이때 중요한 점은 디자인의 목적/기능과 상반되는 단어는 배제해야 명확하고 일관된 디자인 콘셉트가 도출될 수 있다.






평소에 디자인을 할 때 앞서 나온 세 가지 요소를 기억하고 실행해보는 것도 물론 괜찮지만 디자인을 더 잘하고 싶고 빠르게 실력이 상승하고 싶다면, 평소에 어떤 디자인이나 광고 등을 본 뒤 그 디자인의 요소를 직접 정리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장난감이라고 대입해보면 하나씩 조립된 부품을 뜯어본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 부품은 머리 부분이고 이 부품은 발 부분이네’ 하고 완제품을 뜯어보면 다음에 조립할 때 더 쉽게 할 수 있는 것처럼, 이 디자인은 어떤 목적과 기능을 가지고 있고, 어떤 키워드를 활용해 어떤 콘셉트를 도출했는지 생각해보면 디자인을 분석하고 구현하는 일은 점점 쉬워질 것이다.

또한 기존 디자인을 분석하는 것만큼 중요한 게 바로 디자인을 분석한 뒤 실행해보는 습관이다. 부품을 뜯어본 뒤 비슷한 새 제품을 조립하는 것과 같이 ‘나라면 어떻게 디자인을 할까?’ 하고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려본 뒤 실행해보는 것이다. 디자이너들도 기존에 이미 잘 된 디자인을 분석하고 리뉴얼하면서 실력이 상승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좋은 방법 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예전에 디자인을 배울 때 선생님으로부터 시중에 나와있는 디자인과 똑같이 디자인을 해오라는 과제를 받았었다. 똑같으면 똑같을수록 높은 점수를 준다고 하기에 하나의 오차도 없이 똑같이 카피를 했던 기억이 난다. 이 과제는 디자인적 스킬을 향상하기 위한 과제였으나,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스킬을 표현하기 전에 이 디자인에 대한 의도와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까지 분석하는 과정을 익혔다면 디자이너로서 더 좋은 경험이 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또한 많은 실무에서 디자이너들은 “그냥 해봐”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상사나 대표님이 디자인을 “그냥" 시키는 디자인은 목적과 콘셉트가 정해져 있지 않은 상태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만족을 시킬 수 없으며, 결국 디자이너는 의도치 않게 평가절하 되어 안 좋은 피드백을 들을 수밖에 없다.

명확한 의도와 업무 프로세는 디자이너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부분이다. 모든 디자인에는 의도와 목적이 있고, 이것이 어떤 사용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까지 기획하는 것이 디자이너의 영역이다. 디자인에 정답은 없을지 몰라도 해답은 분명히 존재한다. 해답을 찾는 과정을 머릿속에 쉽게 그릴 수 있다면 시각적으로 디자인을 구현하는 건 점차 쉬워진다.


“세 가지 요소를 익혔다면, 이제 비소로 포토샵을 킬 수 있다!”



※이 글은 1인 기업 대표로서 디자인을 직접 하는 경우, 비 디자이너인데 디자인을 해야만 하는 경우, 비전공 디자이너로서 이제 막 디자인에 입문한 경우 등 디자인을 많이 접해보지 않은 상황에서 [디자인을 어떻게 잘해야 하는지] 선 경험자로서 다양한 습관을 안내하는 연재 글(도서출간 예정)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