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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other branding Aug 10. 2022

디자인 시각을 기르기 위한 첫 단계

일상의 모든 것이 디자인

일상의 모든 것이 디자인이다!





디자인적 시각을 기르기 위한 첫 단계

디자이너라면 “디자인적 시각을 길러야 한다”라는 말을 들어보았을 겁니다. 들어보지 않았다 해도 디자이너가 되기로 결심했다면 언젠가 스스로에게 해주어야 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디자인적 시각이 무엇이고 또 구체적으로 어떻게 길러야 할까요? 디자인적 시각을 기르라는 말은 좋은 디자인과 나쁜 디자인을 구별하는 능력을 기르라는 것과 같은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럼 한 번 더 질문해서 “좋은 디자인과 나쁜 디자인은 어떻게 구별할까요?”

디자인을 전문적으로 공부하지 않은 사람 혹은 공부하고 있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어떤 디자인이 좋은 디자인인지 판단하는 건 정말 쉽지 않은 부분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기준 또한 많은 전문가들이 이론적인 내용으로 정리해 두었지만, 내용을 읽고 머리로 이해한다 해도 눈과 마음으로 판단 하기까지는 정말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한 가지 확실한 부분은 디자인 (이론적)서적을 읽기 전, 디자인 감각을 눈으로 마음으로 채워 넣는 습관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즉 마음에 드는 디자인을 발견하고 이게 왜 좋은 디자인인지 이론적으로, 혹은 객관적으로 분석해 보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1. 일상의 모든 디자인을 관찰하기

직업병이라는 말 한 번쯤은 들어본 적 있으시죠? 아마 이 글을 읽는 분들 또한 각자의 분야에서 직업병을 가지고 계실 거라 생각됩니다. 카피라이터의 경우 일상 속에서 어떠한 슬로건이나 문구를 보고 분석하고 기록하곤 합니다. 통번역가의 경우 번역된 내용을 보고 혹시나 오역된 부분은 없는지 확인하곤 하죠. 실제로 제가 알던 어떤 분은 전직 헬스 트레이너였는데 만나는 사람들에게 자세 교정을 알려주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일상 속에서 자신이 속한 전문 분야의 지식을 가지고 와 활용하는 것을 일명 직업병이라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디자이너의 직업병은 어떤 게 있을까요? 저와 제 주위 지인들의 경우를 예시로 들어보겠습니다. 대부분의 디자이너들은 일상 속에서 디자인을 마주하면 그 디자인을 분석하고 기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길을 지나가다 예쁜 간판을 마주하게 되면 사진을 찍거나 매장에 들어가서 어떤 물건을 판매하는지 구경합니다. 그리고 판매하는 물건의 패키지가 예쁘면 살지 말지 고민을 하다가 결국 구매를 하죠. 사실 그렇게 구매하고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이 몇 개 있지만, 디자이너라서 그런지 디자인이 예쁜 물품을 보면 괜히 소장하고 싶은 욕구가 생기곤 합니다.


또한 서점에 가서 책을 구매하지 않더라도 가끔 디자인 코너와 신규 코너에 가서 새로운 책들을 구경합니다. 이번 달엔 어떤 디자인 서적이 나왔는지 쭉 살펴보고 신규 서적들의 제목과 디자인을 유심히 살펴봅니다. ‘이 책의 제목은 임팩트가 있는데 디자인은 엄청 심플하네?’ ‘이 그래픽은 매우 추상적인데 어떤 의도를 가지고 디자인했을까’ 등 이런저런 분석과 상상을 해보는 것이죠. 북 디자인의 경우 직설적인 디자인보다는 어떠한 내용을 함축하는 추상적인 그래픽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서인지, 디자인 영감(idea)이 필요할 때 서점에 가면 아이디어가 샘솟는 느낌이 들곤 합니다. 이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맛집의 로고 디자인을 보고 식당 분위기랑 로고 디자인이 어울리는지 분석하기도 하고, 지나가다 본 글씨만 보고 이건 어떤 폰트일지 추측하기도 합니다. 또 글자의 행과 열의 비율이 살짝 틀어져있다면 답답하게 느끼는 분들도 가끔 있는데 그중 저도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이러한 디자이너의 직업병은 의지를 기반으로 노력하는 것이 아닌, 정말 무의식중 자연스럽게 나오는 행동입니다. 이미 디자이너라면 이러한 것들이 습관화되어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일부러라도 일상 속에서 디자인을 캐치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컴퓨터 앞에 앉아있을 때 뿐 아니라 늘상 디자인을 발견하고 분석하는 습관을 가지다 보면 업무에서도 생각 이상의 큰 영감이 떠오를 수 있습니다. 분야마다 다르겠지만, 디자인이라고 해서 컴퓨터에 하루 종일 앉아있다고 완벽한 결과물이 나오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장소를 바꾸고 새로운 것을 보고 느끼면 더 많은 아이디어가 떠오를 수 있기 때문이죠. 패키지 디자인을 한다고 가정해 볼까요? 하루 종일 인터넷에서  리서치를 하면 어느 정도 감은 잡힐 수 있습니다. 그래도 백화점이던 마트이던 직접 시장조사를 나가서 디자인을 보고 느끼고 만져보면 모니터를 통해 느끼지 못한 것들을 새롭게 알게 될 수 있습니다.


2. 눈에 보이는 것들을 분석하고 기록하는 습관

보통 많은 사람들은 ‘디자인’이라고 하면 예술적이고 아트웍적인 무언가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디자인은 생각보다 평범할 수도 있고 멋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지금 시내 번화가에 나가볼까요? 거리의 시작부터 끝까지 수많은 가게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가게들은 하나같이 자신들의 매장을 알리기 위해 여러 홍보물을 부착하고 사람들에게 나눠줍니다. 마음에 드는 매장에 들어갔더니 매장 입구에는 우리의 눈높이와 비슷한 배너가 서있고, 매장 안쪽까지 들어가면 각각의 제품에는 라벨부터 패키지까지 각자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담은 물건들이 쭉 나열되어 있습니다. 그렇게 물건을 구매하고 SNS에서 유명하다는 카페에 찾아갔습니다. 간판에 쓰인 로고부터 매장의 인테리어와 소품들이 예뻐서 한참 동안 사진을 찍고 즐겁게 시간을 보냈죠. 그렇게 친구와 헤어지고 집에 돌아가기 위해 버스 정류장에 서있는데 뒤에 부착된 전광판에서 광고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렇게 밖에 외출을 해서 집으로 돌아오는 순간까지 우리는 모든 순간에서 디자인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매장 홍보물, 제품 패키지, 카페 간판, 인테리어 소품, 광고 포스터 등 이 중에 디자인이 아닌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디자인을 막 배우기 시작할 때 항상 주기적으로 길거리 시장조사를 다녔습니다. 거리의 모든 것들이 디자인을 공부하기에 너무나 좋은 조건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만약 지금 당장 무엇부터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면, 간단하게 제가 했던 방식을 얘기해 보겠습니다.


1) 서점에 가서 새로운 서적의 디자인 살펴보기

북 디자인은 내용을 함축하는 추상적인 그래픽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서인지 저는 디자인 영감이 필요할 때 가끔 서점에 가곤 합니다. 신규 서적의 제목과 디자인을 비교해 보며 디자이너가 어떤 의도로 디자인을 했는지 나만의 방법으로 분석해 보고, 종류별로 나열된 매거진을 살펴보며 레이아웃부터 타이포그래피를 쭉 분석해 봅니다. 분석이라고 해서 정밀하게 분석할 필요는 없습니다. ‘커피 매거진의 경우 이러한 톤과 사진 구도를 활용하는구나’ ‘베이킹 매거진은 이런 타이포그래피를 추구하는구나’ 하고 러프하게 눈으로 살펴보는 거죠. 그리고 마지막으로 디자인 서적 코너에 가서 신간은 어떤 게 나왔는지, 도움이 될만한 서적이 있는지, 디자이너로서 다양한 영감을 얻고 동기부여를 얻어오곤 합니다. 일부러 시간을 내서 갈 필요 없이 일상의 습관처럼 만드는 게 좋습니다. 저의 경우 친구와의 약속 장소에 1시간 정도 빨리 가서 간단하게 서점 투어를 했습니다.


2) 백화점, 문화센터, 매장 등의 홍보물 수집하기

저는 맨 처음 디자이너로 입문할 때 출판 편집/그래픽 디자인 쪽으로 진로를 희망했어서 종이의 재질부터 인쇄 기법에 대해 많은 공부가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백화점, 문화센터, 여행지에 가면 꼭 홍보물을 수집해서 집에 가져왔죠.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 수집물을 쭉 나열한 뒤 디자인 기법을 분석해 보고, 어떤 용지와 어떤 두께로 제작되었는지 손으로 만져보며 인쇄에 대한 감을 익혔습니다. 심지어는 똑같이 디자인해 본 뒤 인쇄물과 내가 만든 타이포그래피를 비교해 보며 타이포그래피에 대한 감을 익히기도 했습니다. 꼭 인쇄 쪽을 희망하지 않더라도 이 방법은 다양한 디자인을 보며 눈을 높일 수 있으니 추천하는 방법입니다. 오프라인 매장에 나가야만 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요즘처럼 SNS가 활발해진 시대, 오프라인 매장에 방문할 필요 없이 인터넷을 서치하다 우연히 발견한 디자인인데 ‘어 예쁘다’ ‘느낌 있다’ 싶으면 우선 저장했다가 나중에 분석해 보는 방식도 좋습니다.


3) 매장의 간판, 인테리어, 소품 등을 유심히 관찰하기

유명한 카페나 맛집에 가면 저는 가장 먼저 간판과 로고, 인테리어와 소품 등을 유심히 관찰합니다. 디자이너이니까 단순하게 디자인만 보면 되지 않을까? 하는 의문을 가질 수도 있지만, 디자이너는 디자인 외에도 정말 많은 것을 관여하는 작업을 하게 됩니다. 카페 브랜딩을 한다고 가정해 보면, 카페의 로고만 제작하는 것이 아니라 로고부터 메뉴판, 그리고 카페에 들어가는 여러 소품들을 제작해야 하는 일이 생길 수 있죠. 평소에 방문하는 매장들의 디자인과 소품들을 그냥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이 가게의 로고는 이런 의도로 제작했구나’ ‘이런 분위기의 가게는 이런 인테리어 소품이 어울리는구나’처럼 전반적인 분위기를 분석합니다. 어떻게 보면 공간 브랜딩과도 연관될 수 있습니다. 공간 브랜딩이라는 말이 조금 어렵게 느껴질 수 있으니 다시 간단하게 정리해 보자면, 디자이너는 단순 디자인만 보기보다는 전체적인 콘셉트와 톤 앤 매너를 읽을 수 있는 능력 또한 중요합니다.



3. 소비자로서의 시각을 가지기 위한 습관 

디자인을 하다 보면 디자이너의 시각보다 소비자의 시각이 필요할 때가 생깁니다. 사실 저도 예전에는 <내 눈에만 예쁜> 디자인을 하는 게 최우선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점점 경력이 쌓일수록 그저 예쁘고 멋진 디자인보다는 ‘이유 있는 디자인’ ‘명분 있는 디자인’을 하고 싶어졌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세상을 바라볼 때 오로지 나의 주관으로 바라보는 것보다는 본질, 이유에 대해서 고민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이 디자인은 왜 이런 의도로 제작되었을까?” “이 디자인이 전달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일까?” “이 디자인이 사회에 어떤 작용을 할까?” 등의 여러 의문을 가지고 바라보는 것처럼 말이죠.

그리고 이러한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꾸준히 하기 위해서는 단순노동이라는 생각보다는 진심으로 디자인을 아끼고 좋아해야 합니다. 갑자기 오글거리는 말을 하는 것 같지만, 대부분의 많은 디자이너들은 정말로 디자인을 좋아해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도 신입시절 야근도 많이 하고 고생하며 몸도 상해 보고 심지어 박봉이었습니다. 그때마다 ‘내가 디자인을 왜 하고 있지’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때 만약 디자인을 좋아하는 마음이 없었더라면 아마 위와 같은 노력들은 하지 않았을 겁니다. 물론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디자인을 해야만 하는 경우엔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고 뜬구름 잡는 말처럼 들릴 수 있습니다. 그래도 이 책을 읽고 있는 분들이라면, 지금 디자인을 해야만 하고, 이미 하고 있는 분들이겠죠?


세상에 모든 일들이 그렇겠지만 특히 디자인이라는 분야는 마음이 없으면 지속하기 어려운 분야입니다. 당장은 힘들겠지만 조금 더 디자인이라는 분야를 관심 있게 들여다보고 진심으로 좋아하는 마음을 가져보며, 끊임없이 일상 속에서 디자인을 발견하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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