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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other branding Sep 05. 2022

디자인을 넘어 브랜드를 바라보자

디자인과 브랜딩의 연결고리





디자인, 그리고 브랜딩이란

일상의 모든 것을 디자인으로 바라보고 디자인에 대해 관심도 가지려 하는데, 갑자기 디자인을 넘어 브랜드를 바라보라니! 조금 엉뚱하게 들릴 수 있습니다. 우선 브랜드 디자인이 무엇인지 간단하게 설명드리겠습니다. 많은 브랜드 도서에 나와있듯 [브랜딩이란 하나의 브랜드를 구축하고 그 브랜드만의 비전과 철학을 특정 타깃에게 지속적이고 일관되게 전달하는 것]을 말합니다. 전달하는 것은 시각적인 요소가 될 수도 있고 보이지 않는 무형의 요소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로고와 슬로건 외에도 브랜드를 표현하는 많은 요소들이 모두 브랜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브랜드만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디자이너를 브랜드 디자이너 혹은 BI·BX 디자이너라고 말합니다. 보통 브랜드 디자이너들은 브랜드의 탄생부터 유지까지 전반적인 과정에서 시각적 요소를 만들고 관리하는 업무를 진행합니다. 그리고 그래픽 디자이너는 하나의 브랜드를 꾸준히 관리하기보단 어떠한 브랜드나 기업을 홍보·관리하는 디자인을 진행합니다. 사실 이 두 개의 직무는 서로 다른 것 같지만 비슷한 부분도 많습니다. 제 주위의 많은 디자이너들도 특정 브랜드를 담당하는 브랜드 디자이너인데, 그래픽 디자인을 하거나 기업의 광고 대행 업무를 하면서 두 가지 직무를 동시에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브랜드 디자이너만이 이 ‘브랜드’라는 것을 관심 있게 바라보아야 할까요? 제 생각은 아닙니다. 하나의 브랜드를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브랜드 디자이너가 아니어도, 누구든 디자인에 접점이 있는 사람이라면 브랜드를 관심 있게 바라보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디자인을 넘어서 브랜드를 바라봐야 하는 이유

하나의 브랜드 혹은 기업을 새로 론칭하고 소비자들에게 알리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요? 가장 먼저 브랜드를 표현할 수 있는 새로운 아이덴티티 디자인이 필요합니다. 그다음은 소비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회사소개서와 홈페이지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자리가 잡혔다면 특정 타깃에 맞춰 홍보할 수 있는 포스터와 카드 뉴스 등 디지털 매체 디자인이 필요하죠. 이렇게 브랜딩은 단순한 하나의 작업이 아니라 여러 시각적인 요소와 탄탄한 과정들을 통해 만들어집니다. 만약 내가 브랜딩의 전 과정에 관여하지 않고 일부분만 담당하게 되더라도 결국 브랜드를 구성하는 ‘요소’를 디자인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앞장 <일상의 모든 것이 디자인>에서 카페를 방문하더라도 카페의 로고와 메뉴판, 기타 소품을 유심히 바라보자고 했는데요. 그 이유는 우리가 카페 브랜딩을 하게 되었을 때, 로고뿐 아니라 여러 다양한 소품까지 디자인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디자이너는 정말 다양한 분야의 디자인을 담당하게 됩니다. 하나의 브랜드만 꾸준히 관리하는 인하우스라 할지라도, 사내에서 새로운 라인업을 출시하거나 다른 기업과 콜라보레이션을 하는 등 새로운 분야로 확장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픽 디자이너는 오늘 전자제품 관련 디자인을 하다가 내일 스포츠 브랜드 디자인을 하는 등 매일 새로운 디자인을 접하기도 하죠. 결국 언제 어디서나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 하는 디자이너에게, 브랜드는 결코 떼려야 뗄 수 없는 단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 회사소개서를 작업할 때 담당자에게 늘 얘기하곤 했습니다. “회사소개서는 기업을 표현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 중 하나이기 때문에 기업의 이미지가 잘 담겨야 합니다.” 단순히 디자인을 하기 위해 “어떤 스타일의 디자인을 원하시나요?”라고 묻기 전에, 기업의 비전과 철학을 깊이 이해하고 기존 제작된 이미지와 새로 작업할 이미지가 일관성 있게 보여지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디자인을 할 때 기존 브랜드 이미지를 하나도 고려하지 않은 채 그저 시각적으로 예쁘고 멋지게만 작업을 해버린다면 아이덴티티가 통일되지 않고 제각각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회사소개서 하나 작업하는 건데 너무 브랜드 이미지를 신경 쓰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생길 수도 있지만, 회사소개서도 브랜드를 표현할 수 있는 하나의 이미지를 만들어낸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 외에 패키지 디자인이나 단순 홍보물을 작업할 때도 마찬가지이죠. 디자인에만 집중하지 않고, 이 디자인에 어떻게 브랜드 이미지를 녹여낼지 또 어떻게 통일성을 유지할지를 생각하는 것이 디자이너로서 좋은 접근법이 될 수 있습니다.


단순하게 디자인만 해버린다면

만약 어떤 브랜드가 홈페이지는 매우 트렌디하고 활기찬 느낌인데 회사소개서는 고급지면서 세련된 느낌이고 SNS에서는 젊은 층을 공략하기 위해 레트로하고 힙한 디자인을 추구한다면 어떨까요? 아마 그 브랜드를 바라보는 소비자들은 ‘이 브랜드의 콘셉트는 도대체 무엇일까’ 의문을 품을 수 있습니다. 물론 이벤트성으로 색다른 디자인을 시도하면서 소비자들에게 새로움을 선사할 수는 있겠지만 어느 정도 일정한 디자인 가이드는 꼭 필요하죠. 예전에 디자인이 제각각 중구난방인 브랜드를 만나본 적이 있는데 도대체 이 브랜드의 콘셉트는 무엇인지 한참 동안 고민했던 기억이 납니다. 큰 각인이 되지 않다 보니 좋은 제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관심에서 벗어난 모습이었습니다.

쉽게 설명해 보면, 어떤 화장품 브랜드가 지속적으로 맑고 깨끗한 콘셉트를 추구하며 제품들도 그와 어울리는 디자인으로 출시를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중후한 느낌의 디자인으로 리뉴얼을 한다면 소비자는 당연히 의아해 할 수밖에 없습니다. 맑고 깨끗한 느낌의 이미지 때문에 이 화장품을 사용했는데 갑자기 브랜드 이미지가 바뀌어서 낯선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디자인과 브랜딩은 각각 떼어놓고 다른 분야로 바라보기는 어렵습니다.


평소에 브랜드를 바라보는 습관

그렇다면 통일성 있는 디자인을 하기 위해서 우리는 평소에 어떤 노력들을 해야 할까요? 앞서 일상 속의 모든 것을 디자인으로 바라보고 로고, 간판, 타이포그래피 등을 유심히 보며 분석해 보자는 얘기를 하였습니다. 브랜드를 바라보는 습관도 디자인을 바라보는 습관과 비슷합니다. 디자인은 단순히 외적인 것에 신경을 썼더라면 브랜드는 조금 더 한 단계 들어가서 깊이 있게 바라보는 거라고 생각하면 쉽습니다. 단순하게 디자인의 정렬과 시각적인 측면을 넘어서 ‘이 디자인은 어떤 브랜드인지’ ‘이 브랜드는 어떤 카테고리에 속해있는지’ ‘이 브랜드는 디자인이 일관되고 지속성 있게 보이는지’ ‘이런 종류의 브랜드는 이런 디자인 톤을 사용하는구나’ 등의 보다 한 단계 깊은 분석을 하는 것입니다.

브랜드 경험이라는 말을 한 번쯤 들어보았을 겁니다. 정말 심플하게 얘기하자면, 우리가 어떠한 브랜드를 접하고 매력을 느껴 구매하는 시점, 직접 사용해 보며 느끼는 과정, 그리고 일상 속에서 이 브랜드를 통해 어떠한 편리함이 있는지 등. 브랜드를 통해 내가 경험하고 느끼는 모든 과정을 브랜드 경험이라고 말합니다. 브랜드를 접할 때에는 너무 어렵게 접근하기보다는 가장 먼저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부터 분석해봐도 괜찮습니다. 지금 눈앞에 코카콜라가 있으니 코카콜라를 예시로 들어보겠습니다. <코카콜라>라는 브랜드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슬로건, 마케팅 문구)가 무엇인지, 그리고 평소에 사용하는 브랜드 이미지는 어떤 톤인지 쭉 살펴봅니다. 인터넷에 검색해 보면 많은 광고 이미지들이 나오는데 이 이미지에서 나는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생각해 보는 겁니다. 그리고 SNS에 들어가서 피드를 구경합니다. 이미지들은 일관성 있게 보이는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노출하고 있는지 말이죠.


만약 길을 지나가다 우연히 브랜드 편집숍을 보면 들어가 보세요. 입구부터 안쪽까지 소비자들을 위해 어떤 것들을 준비하였는지 직접 체험해 보는 겁니다. 곳곳에 있는 메시지와 공간의 콘셉트까지 하나도 빠짐없이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경험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tip. 디자인을 넘어 브랜드를 바라보기
- 평소에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를 하나 선택한다.
- 브랜드의 기업 철학, 가치, 비전 등 전달하는 메시지를 분석한다.
- 브랜드가 어떻게 마케팅을 하는지 SNS를 적극 활용하여 둘러본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것이 디자인의 힘

디자이너와 기획자의 최대 난제 <기획과 디자인 둘 중에 뭐가 중요할까?>에서 의견은 항상 반반 갈립니다. “디자인 백날 이뻐봐야 기획이 우선” “기획이 아무리 잘 되어도 디자인이 우선” 저는 사실 두 개의 말이 모두 틀렸다고 생각합니다. 잘 된 기획과 잘 된 디자인이 만나야 제대로 된 아웃풋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죠. 무작정 시각적인 것만 고려하게 되면 의미를 파악하지 못한 결과물 돼버리는 것이고, 기획만 하고 시각적으로 그 어떤 것도 표현되지 않는다면 상대방을 설득할 수 없는 결과물이 되어버립니다. 즉 양방향이 아닌 일방적인 소통이 돼버리는 것이죠.

이렇게 양방향으로 소통이 잘 된 결과물을 보고 우리는 “브랜딩이 잘 됐다”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많은 기업들이 브랜딩에 심혈을 기울입니다. 보이지 않는 무형(브랜드의 가치)을 시각적으로 표현하여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것의 중요성을 알기 때문이죠. 이렇게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것이 디자인의 힘입니다. 디자인을 할 때, 내가 지금 어떤 브랜드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보이지 않는 내용을 시각화한다고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평소에 디자인을 넘어 브랜드를 바라보는 시각을 가진다면 수많은 상황에서 보다 넓은 관점으로 디자인을 마주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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