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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other branding Feb 28. 2020

디자인 컨펌자에게 필요한 자세

제발 이렇게 컨펌하지 마세요.

과연 나는 부사수의 디자인을 평가할 자격이 있는가? 스스로 판단했을 때 나는 어떤 특정 부분에서는 평가할 자격이 없다고 본능적으로 느낀 적이 있다. 하지만 상급자의 위치에서 필수적으로 해야 할 것 중 하나가 컨펌이고, 그러한 의사결정 과정이 있어야 일이 마무리가 된다. 만약 스스로가 실력이 없더라도 의젓해 보이는 뉘앙스로 후배의 결과물을 평가해야 하고, 보는 눈이 없어도 컨펌은 해야 한다. 어쩔 수 없이 해야 한다면 그나마 잘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당연히 있다. 크게 두 가지로 설명을 하면

1. 디자인 컨펌을 할 때 가져야 할 시선

2. 디자인 컨펌을 할 때 하지 말아야 할 말




첫 번째로 설명할 부분은, 디자인 컨펌을 할 때 어떠한 시각으로 봐야 하는가? 나는 디자인에 가장 중요한 점은 <컨셉>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 부분은 디자인 컨펌을 할 때에도 똑같이 적용이 된다. 컨셉이란 것은 디자인에 가장 큰 틀, 뿌리라고 보면 된다. 즉 디자인을 나무로 비유를 하면 뿌리→몸통가지 그리고 컨셉 컨→컨셉을 결정하는 요소디테일세부 디테일  이렇게 봐야 한다. 하지만 디자이너가 아닌 이들의 시선에는 잎→가지→뿌리→몸통 등으로 정립하지 못하는 경우가 너무나도 많다. 잎만 보고 "왜 잎이 색깔이 누렇지?"라고 묻고, "잎 색을 바꿔라"라고 요구한다. 뿌리가 잘못되었기에 잎 색깔이 누런 것임을 그들은 모르고, 뿌리를 그대로 방치한 채 잎 색만 바꾸면 절대 안 된다는 것을 모른다. 그러다 보니 결국 그런 디테일 수정 작업에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모든 디자인의 시작은 컨셉이며, 이 컨셉을 제대로 정립을 하면, 디테일에 대한 실마리는 저절로 풀리게 된다. '이 디테일은 어떻게 해야 하지' 라며 전전긍긍할 필요가 없다. '이 컨셉은 무엇이며 그러므로 이 디테일은 어떻게 따라가야 하지' 라고 고민해야 하는 게 디자인을 볼 때 가져야 할 시선의 순서이다.


쉽게 설명을 하기 위해 한 가지 예를 들어보면,

디자이너가 2-30대 타겟으로 심플하고 모던한 컨셉의 화장품 패키지 디자인을 했다고 치자. 권한을 가진 자가 디자이너의 디자인을 컨펌할 때 "이 부분은 조금 더 화려하게 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심플하고 모던한 컨셉 아래에서 풀어낼 수 있는 해결점을 제시해야 한다. 즉 "이 부분은 다른 부분에 비해 덜 심플해 보이며, 감각적이지 않습니다. 타이틀에서 쓴 분위기처럼 이 부분에서도 같은 느낌으로 적용해주시기 바랍니다." 적어도 이렇게 컨펌해야 한다. 




이해가 되었길 바라면서 두 번째 디자인 컨펌할 때 하지 말아야 할 말.

디자인 컨펌자는 부사수의 디자인을 좋은 방향으로 그리고 좀 더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일을 끝내기 위해 리딩을 하는 사람이다. 권위적인 위치에 앉아서 <내 마음에 들어야 함>을 강요하는 역할이 절대 아니다. 디자인은 수직적인 위치에서 말을 주고받으면 안 되고, 내가 상급자라도 컨펌할 때에는 수평적인 위치에서 이러저러함을 대화하듯 해야 한다. 그래서 절대 하지 말아야 할 말이 무엇이냐? 


1. "이 부분 마음에 안 들어요"
2. "다시 해오세요"
3. "별로예요"


구체적인 해결점을 제시해주지도 않고 그저 자신의 감각의 조건을 충족시켜야 하는 권위적인 말들은 컨펌 과정에서 절대 하면 안 되는 말이다. 정확한 컨셉 아래에서 정확한 해결점을 제시해야 한다. 물론 해결점을 제시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 자리에서 할 수 없다면 시간을 가지면서 대화하듯 이야기를 주고받아야 한다. 저런 말만 들은 디자이너는 다시 컴퓨터 앞에 와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어떻게 수정을 해야 하는지, 컨셉이 잘못된 건지 어떤 부분 때문에 어떻게 수정해야 하는지 마치 사막에서 바늘 찾듯 막연하게 뜬구름만 잡고 있을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이 부분을 조금이라도 겪어본 사람이라면 절대 저렇게 말하면 안 되는 것을 잘 알 것이다. 저렇게 말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어떤 자리에 있던 그 자리의 자격이 없는 사람임을 확신한다.


마치 우리의 모습을 보는듯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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