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는 많고, 디자인 회사는 더 많다. 대한민국의 디자인 회사는 근무조건이 열악하여 디자이너의 이직률 또한 높다. 그러므로 면접 경험 또한 많을 수밖에 없고 면접 자리에서 들을 수 있는 수만 가지 황당한 질문들을 나열해보려고 한다. 그들은 도대체 왜 그런 질문을 할까?
그들의 의중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는 없다.
1. "자기소개 해보세요"
이 질문, 어떤 기업이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플XX엑스 정도 되는 급의 디자인 회사 그리고 다수대 개인 면접에 자기소개를 요청하면 자기소개만 몇 시간 동안 준비해서 갈 것 같고, 그렇게 해야 한다. 그러나 5인 이하 기업 1:1 면접 자리에서 권위적인 행동과 표정을 취하며 "자기소개해보세요"라고 말을 듣는 건, 정말 나란 사람이 궁금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면접관의 마인드가 <권위적> 임을 암시하는 말이다. 먼저 자신의 회사에 대해 소개를 한 뒤 면접자에게 자기소개를 요청할 수 도 있을 텐데 무작정 앉자마자 서로 인상조차 파악하기 전에 "자기소개해보세요"라고 하는 것은 너무나도 황당하다. 실제로 나는 5인 이하 기업, 1:1 면접 자리에서 대뜸 이 질문을 하는 곳을 박차고 나왔다. 그 이후 회사의 상황은 안 봐도 뻔하다.
2. "공백기간이 있네요?"
공백 기간이 왜 있고, 그때에 뭘 했는지 알아야 할 이유, 의무가 있는 걸까? 만약 이전 회사가 '더럽게 야근이 많아 몸이 아파져서 잠깐 쉬고 휴식을 취했다'라고 하면 나약한 이미지로 볼 것이 뻔하고, '사람 때문에 퇴사하고 잠시 휴식을 위해 여행을 다녀왔다'라고 하면 나의 마인드를 탓할 것이 분명하다. 대게 이런 질문을 하는 기업은 공백 기간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 공백 기간 한 번 없이 디자인 회사를 다니는 것이 디자이너로서 인생을 살아가는데 <옳음>이라고 믿고 그게 성실한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그런 질문을 하는 거라고 할 수 있다.
3. "전 회사 왜 퇴사하셨어요?"
만약 면접자가 이 질문에 솔직하게 답변을 하면 서로가 기분 좋은 상태로 면접 자리에 함께할 수 있을지 생각했다. 사람이 힘들 수도 있고, 일이 힘들 수도 있고, 학업 등 다른 이유가 있을 수 있는데 그 모든 이유를 감내할 수 있어서 그런 질문을 하는 건지 매우 궁금하다. 실제로 나는 이 질문에 "공부를 위해 잠시 퇴사하였습니다"라고 답하자 "그러면 나중에라도 공부하기 위해 또 퇴사하시겠네요?"라는 대답을 들었다. 면접자들이 어떤 질문을 하던 비꼬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가? 만약 사람이 힘들다고 말하면 당신들은 좋은 사람이 되어주고, 일이 힘들었다고 하면 힘들지 않게 할 수 있는가? 나는 늘 이런 질문들에 솔직하게 대답하지 않았고, 다른 그 누구도 솔직하게 대답하지 않았을 거라 확신한다. 그 누구도 본인이나 회사에 안 좋은 인식이 될만한 대답은 절대 하지 않기 때문에
4. "결혼하실 건가요?"
실제로 들었던 질문이며 최악 중에 최악의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본인은 결혼한 사람들을 비판하는 중인지 아니면 결혼 예찬론자 이신지? 본인은 결혼하셨는지, 결혼한 사람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본인도 결혼한 누군가에 의해 태어난 것일 텐데 그렇게 태어난 본인을 스스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그리고 그런 질문을 해서 얻고자 하는 대답이 무엇인지? 나 또한 너무나도 궁금하다.
5. "서울엔 왜 올라오셨어요?" (지방 출신 디자이너의 경우)
" 아 저는 친구들과 가족이 서울에서 일하고 있고, 경험과 견문을 넓히기 위해서 서울에서 생활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는 개뿔 지방 출신의 디자이너라면 디자인 회사가 서울에 다 모여있으니 서울에 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만약 사실대로 말했을 때 안타깝고 기분이 썩 좋지 않다면, 지방에 내려가서 디자인 회사를 하나 차리는 실천을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6. " 우리 회사 단점이 뭐라고 생각해요?"
"네? 아 저는 회사를 경험해보지 않아서 뭐라고 드릴 말씀이 없는 것 같습니다."는 개뿔 얼마나 잡플래닛 평점 테러를 당했고, 직원들을 가혹하게 대해서 직원들과 사이가 안 좋았으면 면접 자리에서부터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인가? 이 회사의 가장 큰 단점은, 면접 보는 사람들 앞에서 예의 없이 다리 꼬고 실속 없는 질문들을 해대며, 입사하기 전부터 의심하고 권위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것이 가장 큰 단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7. "친구들은 많아요?" 그 외 비생산적인 질문들
내가 친구들이 많은지 없는지에 대한 대답과, 그 사실적 기준이 지금 이 회사를 다니고 일을 함에 있어서 영향이 있는 것인가? 아니면 그저 실없이 농담 따먹기 하려고 하는 질문인 건가? 전자라면 본인 머리에 남아있는 생각들을 지워 주시길 바란다.
8. "나이가 은근히 많으시네요"
면접자의 나이는 프로필에 다 적시되어 있는 사실인데 왜 굳이 면접 자리에서 물는 걸까? 만약 나이가 많은데 과거에 뭘 했길래 경력이 적냐- 이런 궁금증이 있는 거라면 "나이가 은근히 많으시네요"가 아니라 "경력이 타 디자이너들에 비해 짧으시군요"라고 관련 분야의 경력 외에 무엇을 하였는지 궁금해하고 질문하는 것이 상대를 배려하는 것이다.
이 외에도 너무나 어이없고 기가 막힌 질문들이 많은데, 그들은 과연 질문하기 전에 생각을 하고 질문하는 것일까? 이 질문을 들은 타인은 어떤 기분을 느낄지 상상을 단 1%라도 했을까? 아니 그들은 절대 하지 않는다.
그저 윗세대들이 나에게 했고 자신이 경험한 것들을 아무런 생각 없이 그대로 행하는 것일 뿐이다.
정말 생각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질문의 수준도 형태도 다르게 하여 인재상에 부합하는 적절한 질문들을 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회사마다 질문이 특색에 맞게 달라져야 하는데,